N번째 자기소개서_펙틴 편
조한슬 기자
stert1207@naver.com | 2024-09-27 09:49:01
안녕, 다들 젤리와 잼을 구입하고 제품 뒷면에 표시되어 있는 성분들을 살펴본 적 있을 거야. 자세히 보면 ‘펙틴’이라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름을 발견할 수도 있는데. 내가 바로 9번째 자기소개를 맡 은 펙틴이지. 내 이름인 펙틴(Pectin)은 ‘굳어진다’는 뜻의 그리스어 ‘Pectos’에서 나왔어. 이쯤 되 면 모두들 짐작하겠지만, 나는 베이킹을 할 때 응고제 역할을 해. 그런 이유에서 지난 11월호에서 자기소개를 했던 젤라틴과 주로 비교가 되곤 하지. 둘 다 천연 응고제에 속하지만 젤라틴은 동물에 서 추출되는 반면, 나는 식물체에서만 얻어지거든. 과일과 좋은 궁합을 이루는 내가 걸쭉한 질감을 내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은 무엇인지, 용도에 따라 달라지는 분류법을 알아보자.
펙틴이란
젤라틴이 돼지의 피부나 뼈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천연 응고제라면, 펙틴은 과일이나 야채와 같은 식물체에서 얻은 식물 유래 응고제 야. 펙틴은 모든 과일에 함유되어 있지만, 함유량은 각 과일마 다 달라. 특히 사과, 자두, 라즈베리, 크랜베리와 같은 과실류 와 레몬, 오렌지 등과 같은 감귤류의 껍질에 펙틴이 다량 분포 되어 있지. 과일 외에도 사탕무와 같은 일부 야채류에도 펙틴 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펙틴은 주로 잼, 퓌레, 콩피, 과일 젤리, 미러(Mirrors), 글레 이즈(Glazes) 등에서 걸쭉한 질감을 만들기 위해 사용돼. 펙 틴을 걸쭉한 젤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적당한 양의 산 (Acids)과 당(Sugar)이 필수적이야. 펙틴이 함유된 과일에 다량의 설탕과 강한 산을 넣고 함께 가열해 볼까. 수화에 의해 안정되어 있던 펙틴 분자들의 상태가 불안정해지며 결국 침전 되고, 펙틴 물질을 형성하게 돼. 이렇게 생성된 펙틴 물질은 과일 밖으로 분출되어 걸쭉하게 굳게 되는데, 그 생김새는 탁 하지 않고 투명하며 윤기가 나. 깔끔한 맛이 특징이라 과일과 좋은 궁합을 이루지. 사과와 같이 펙틴 함량이 높은 과일들은 펙틴을 첨가하지 않 고도 잼과 젤리를 만들 수 있어. 하지만 소량의 펙틴을 함량한 과일을 활용할 경우, 펙틴을 추가로 첨가하여 질감을 조절해 야 하지. 이외에도 과일의 숙성도 또한 유심히 살펴봐야 해. 숙성이 많이 진행된 과일일수록 펙틴이 분해되어 용액이 잘 굳지 않기 때문이야.
가열하는 방법
펙틴은 일반적으로 70~80℃에서부터 반응하지. 설탕과 펙 틴 가루를 미리 섞은 후 물에 넣고 저어가며 가열해야 뭉치지 않는다는 점 꼭 기억해 줘. 펙틴은 종류에 따라 투입 시기와 가열 온도, 시간이 달라져. HM 펙틴은 물이 끓기 시작하면 펙틴과 설탕을 투입하여 103℃로 끓인 후 1~2분 이상 가열 해야 해. LM 펙틴과 NH 펙틴은 물을 미리 끓여놓았다가 온 도가 40℃ 이상 되면, 펙틴과 설탕을 넣어주면 돼. 약불에서 천천히 온도를 올리면서 잘 희석시키다가, 물의 온도가 70℃ 를 넘어 끓기 시작하면 불에서 내린 뒤 체에 걸러 사용하자. 단, 너무 오래 끓이면 펙틴 구조가 파괴되면서 응고력이 저하 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조금 주의해줘.
펙틴의 3가지 종류
가루 타입으로 판매되고 있는 펙틴은 메톡실 함량(Methoxycontent)에 따라 분류되고 있어. 메톡실 함량은 14%가 상한치가 되고 0%가 하한치가 되기 때문에, 그 중간치인 7%를 기준으로 하 지. 메톡실 함량이 7% 이상인 펙틴을 ‘고 메톡실 펙틴(High Meth owyl pectin, 이하 HM 펙틴)’, 7% 이하인 펙틴을 ‘저 메톡실 펙틴 (Low Methowyl pectin, 이하 LM 펙틴)’으로 불러. 베이킹에서 가장 쉽고 많이 쓰이는 ‘NH 펙틴’은 고 메톡실 펙틴과 저 메톡실 펙 틴을 보완하여 만들어졌어. 첫 번째, HM 펙틴. 주로 젤리와 같이 단단한 식감을 낼 때 사용돼. 응고하기 위해서는 높은 온도와 강한 산성, 대량의 설탕이 투입되어 단맛과 산미가 강한 맛을 낼 때 유용하지. 한번 굳으면 재사용이 불 가해. 미국에서는 ‘Apple pectin’ 또는 ‘Yellow pectin’이라고도 불려. 두 번째, LM 펙틴. 점도가 낮고 부드러운 식감의 잼이나, 단맛과 산 미가 낮은 디저트를 만들 때 활용하고 있어. 균일한 식감을 내고 싶 을 때 안정제로도 사용되지. 굳히기 위해 대량의 설탕이나 산이 필 요하지 않아. 대신 칼슘이나 마그네슘과 같은 미네랄이 있어야 해. HM 펙틴과 마찬가지로 다시 녹이고 식히면 응고력이 사라져 재사 용을 할 수 없어. 세 번째, NH 펙틴.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다목적용 펙틴 으로, 그중에서도 특히 글라사주를 만들 때 애용되고 있어. LM 펙 틴에 칼슘(알칼리성)을 혼합해 만들었기 때문에 가열 후 재사용이 가능한데, 그렇다고 작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높은 온도까지 오래 가열할 필요가 없어. 또 HM 펙틴과 다르게 많은 양의 산성이나 설 탕을 투입하지 않아도 돼.
내 소개서를 읽어줘서 고마워, 이제 나와 조금 더 친해진 기분이 들어? 앞으로도 베이킹 재료 친구들 많이 소개해 줄게. 안녕!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월간 베이커리 뉴스 / 조한슬 기자 stert12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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