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에 계절의 안부를 담습니다, 리피칩
조한슬 기자
stert1207@naver.com | 2025-08-21 10:23:37
연남동과 연희동을 가르는 연남지하보도 앞,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지하 1층에 위치한 ‘리피칩’에 다다를 수 있다. 매장 입구 리피칩의 이주연 오너 셰프가 직접 만든 손간판의 정겨운 인상을 뒤로하고, 내부로 들어서면 주방과 홀이 한눈에 들어오는 소담한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정확히 쇼케이스를 기준으로 공간 분리가 이루어진 이곳, 쇼케이스 안에는 여느 디저트숍처럼 당일 판매되는 디저트가 자리하고 있지 않다. 디저트는 주문하는 즉시 냉장고에서 꺼내서 제공한다. 대신 쇼케이스에는 제철 과일이나 채소, 콩포트가 사이좋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창가 자리나 테이블 위, 의자에 놓인 바구니 안에도 단호박, 양파, 감자와 같은 농작물이 놓여 있는 건 마찬가지다. 이를 통해 손님들은 제품에 사용된 재료의 종류와 상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쌀가루, 달걀을 포함한 모든 재료는 농부시장 마르쉐에서 만난 농부로부터 직접 구입해 사용합니다. 리피칩의 손님들이 건강한 재료로 만들어진 제품을 자주 접하고 익숙하게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지요.” 리피칩의 식재료 냉장고는 업장용이라 하기에는 유난히 작은 편인데, 신선한 제철 농산물을 그때그때 바로 사용하여 소진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이러한 리피칩의 운영 방식은 이 셰프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10년, 리피칩의 전신인 ‘티그레 서울’에서부터 제과사로 4년 오랜 시간 국내 식문화 시장의 변화를 자세히 살펴봤기에 가능했다. 어떤 원재료가 들어갔는지 불분명한 인스턴트 음식으로 점철되어 가는 우리의 식탁에 편안하고 건강한 식문화를 제안하고자 하는 유의미한 움직임이라 볼 수 있겠다.
농가에서 직구매한 제철 농산물을 사용합니다
“과자 만드는 것은 판매의 목적도 있지만 동시에 제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직접 만들기 위한 것이기도 해요. 그렇기에 어디에서,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안전한 재료를 공급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죠.” 이주연 셰프는 22년도 농부시장 마르쉐에 첫 출전한 후 농부들과 교류를 지속해 오며 농장에 직접 방문하여 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를 쌓을 수 있었다. 리피칩에서는 제품 각각의 판매 시기가 농가의 수확 스케줄과 맞닿아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여름 큰 인기를 얻었던 ‘매봉농장 완숙 토마토 티그레’나 ‘두물뭍 농장 토종 완두 티그레’의 경우, 농가에서 수급을 마무리하자마자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메뉴가 되었듯이 말이다. 이런 점에서 리피칩에서 취급하는 키슈나 수프는 변화무쌍한 맛을 자랑하는 메뉴이기도 하다. 특히 키슈에 ‘파파팜 밀마운트’ 농장의 유정란이 고정으로 사용되는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재료는 농가의 수급 상태에 따라 어떤 날에는 감자와 양파가, 다음 날에는 농부가 산에서 직접 채취한 취나물과 시큼한 맛의 토마토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한다.
1년 365일 제과를 매개로 그때그때 나는 제철 재료의 안부를 생생하게 전하는, 리피칩. 앞으로 그곳에 이주연 셰프와 농부들은 물론, 지금보다 더 많은 소비자가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는 알맞은 시절에 만나 계절의 맛을 담아낸 식탁을 두고 함께 마주 보는 시간이 가득하길 바라 본다.
오리지날 티그레 5,800원
‘더불어농원’ 농장의 ‘앉은키밀’과 아몬드 파우더를 활용한 쫀득한 티그레 반죽에 초콜릿 판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 넣어 오독오독 씹히는 재미를 선사한다.
사과파이 8,000원(조각) / 48,000원(홀)
홍옥이 나는 9월 말부터 출시되며, 큼지막하게 잘린 사과를 적절히 익혀 콩포트로 만들었다. 시나몬 스틱과 함께 졸인 콩포트에 잘게 레몬 껍질을 썰어 넣어 향긋함이 배로 느껴진다.
키슈 6,500~7,500원
난각번호 1번 달걀을 사용하며, 달걀의 수분 함량 상태에 따라 쌀가루와 우리밀의 비율을 조절하여 파 이 반죽을 만든다. 부재료로 닭가슴살, 취나물, 토마토, 감자 등 날마다 다른 재료가 활용된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조한슬 기자 stert12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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