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한 백자, 서보문 시로이

박다솔 기자

bbbogiii24@gmail.com | 2025-12-22 10:37:48

깔끔하고 유려한 곡선에 새하얀 백자를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기분을 느낀 적 있을 것이다. 특별한 색감도 없고, 독특한 모양이나 문양도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 뚜렷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기본에 충실하게 손으로 빚어낸 순백의 백자, ‘서보문 시로이’다.

순백색의 바탕흙 위에 투명한 유약을 발라 구워 낸 자기를 뜻하는 백자. 국내에도 백자의 매력에 빠져 백자만을 다루는 수많은 도예가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달항아리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다. 서보문 작가는 달항아리의 명맥을 이어가는 작가로, 고등학생 때부터 도예에 입문해 2019년 9월 ‘서보문 시로이(Seobomun Siroi)’를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백자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는 서 작가는 본인의 브랜드에서는 백자만 작업하기로 결심한다. “조선백자로 유명한 이기조 선생님께서 저희 대학교 교수님이었습니다. 자연스레 백자의 멋을 알게 되었고 백자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일본어로 ‘희다’를 뜻하는 ‘시로이(しろい)’를 상호로 삼으며 하얀 백자를 만든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누군가의 식탁에서 매일 쓰이며 가치가 검증된다는 점이 도예가로서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는 서보문 작가.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신념으로 새로운 형태를 성급히 좇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담백한 미감을 지닌, 스케치북 같은 그릇을 만들고자 한다. 서 작가는 물레 성형한뒤 한 줄 한 줄 직접 깎고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플루트 라인’을 가장 애정한다고 말한다.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이지만 그 덕에 빛과 그림자의 골이 음식의 실루엣을 또렷하게 받쳐주고 손에 쥐었을 때 촉감과 그립감이 좋다고. 이 외에도 작은 달항아리나 주병 오브제를 수저받침에 올리거나 합 손잡이로 만들어 식탁 위에서 포인트를 더하기도 한다. 이는 실용적인 역할이 가장 중요하지만, 공예품의 멋을 놓칠 수 없는 서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서보문 시로이 공방에서는 물레 성형만을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정규반 수업 또한 진행 중이기에 도예 공방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물레를 깊이 있게 배우고 싶었던 이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된다. 또 도예를 배우지 않더라도 공예 트렌드 페어 같은 다양한 박람회나 전시회에서도 작품을 만날수 있으니 그간 궁금했던 이들이라면 찾아가 보는 것도 좋겠다. 일상에서 오래 쓸수록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도자기를 제작하는 브랜드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서보문 작가의 바람이 더 많은 이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서보문 시로이

주소  서울시 강서구 양천로 551-24 한화비즈메트로2차 1109호

홈페이지  www.smartstore.naver.com/siroi

인스타그램  @siro_i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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