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공식으로 빚어낸 새로운 디저트, 조송아 셰프
조한슬 기자
stert1207@naver.com | 2024-10-24 10:53:21
젊은 감각을 가진 셰프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는 ‘영N스윗’. 디저트에 관한 자신만의 관점을 탐색하고 발전시키는 방식에 있어, 한계를 두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가는 셰프가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확고한 믿음 속 디저트 신에 새로운 공식을 제시하는 조송아 셰프입니다.
셰프님의 베이킹 인생이 궁금해요.
제가 11살 때 집에 오븐이 생기며 홈베이킹에 입문했어요. 당시 김영모 명장님이 출간하신 <김영모의 행복한 빵의 세계>를 구매해, 책 속 모든 레시피를 꼼꼼히 따라 하며 제과에 대한 관심을 열정적으로 키워 나갔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디저트 셰프라는 꿈을 키우게 됐어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제과 제빵 전문 과정을 밟기 위해 호주로 건너가 ‘르 꼬르동 블루’ 시드니 캠퍼스에 입학했습니다.
제과, 제빵, 공예 등 다양한 분야를 수학했지만, 제 개성대로 식재료를 활용하고 구성을 조합할 수 있는 플레이팅 디저트에 일찍이 큰 흥미를 느꼈고 제 제과 인생에서 가장 메인으로 다뤄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다양한 다이닝 문화가 발달한 호주의 여러 업장을 방문 하며 주류와 음식의 페어링에 매료됐습니다. 이후 ‘웨스턴 호텔 시드니’, ‘힐튼 호텔 시드니’, 1 Hat 레스토랑인 ‘문 박’, 유명 디저트숍 ‘블랙 스타’에서 인턴십을 거치고 한국에 돌아와 신사동에 위치한 ‘라뽐므’에서 정식으로 플레이팅 디저트를 시작했어요. 이때 플레이팅 디저트를 잘 다루기 위해 폭넓은 스타일과 스킬, 대량 생산 시스템을 익혀야 한다는 생각에, 플레이팅 디저트를 다루지 않는 다양한 업장에서도 경험을 쌓았어요.
그러던 중 파티시에 경력이 6년 차가 되던 해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좋은 기회로 메뉴 개발 업무를 맡게 되었어요. 확실히 보람도 느꼈지만, 결과물이 바로바로 눈에 보 이는 일이다 보니 저의 부족한 부분이 여실히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실력 있는 셰프의 밑에서 기술을 제대로 단련하고자, 플레이팅 디저트와 술의 페어링을 소개하는 ‘제이엘 디저트바’에서 근무하게 됐어요. 이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의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 ‘스테이지 바이 고디바’의 헤드 셰프를 거쳐 ‘아떼’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답니다.
제이엘 디저트바에서 2년 정도 근무하며 가장 인상적인 일은 무엇인가요?
손님과 소통하는 자세를 배우고, 다양한 요리 스킬을 익힌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 손님들 앞에서 플레이팅 디저트를 이용한 퍼포먼스를 취했을 때 많이 좋아해 주시고, 제품에 대한 애정 어린 감상평을 말씀해주실 때 ‘이 직업을 선택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크게 다가왔죠. 한 번은 손님에게 제품 설명을 해드렸는데, 정말 고맙다며 팁을 주신 적이 있어요. 팁이 마치 저와 손님 사이에 교류가 잘 되었다는 표식 같아, 정말 인상 깊었죠. 이 외에도 제이엘 디저트바에서는 일반적인 디저트숍에서는 접하지 못했을 액화 질소를 이용해 다양한 텍스처를 구현하는 방법 등 다양한 식자재 활용법과 디저트 스킬을 배울 수 있었어요. 덕분에 제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더 명확히 깨닫고, 저만의 디저트 세계관을 넓혀가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죠.
스테이지 바이 고디바에서 첫 헤드 셰프 타이틀을 얻으셨어요.
2022년 초 제이엘 디저트바에서 수셰프로서 임무를 마무리하고, 스테이지 바이 고디바의 헤드 셰프로 자리를 옮겼어요. 매장 개점 7개월 전부터 팀원을 모으고 주방 도면을 구상하며 결국 일이란 건 혼자 해낼 수 없다는 걸 깨 닫고 함께하는 팀원들과 주변에 도와주는 지인분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 습니다.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직업인으로서의 측면에서 더 단단해질 수 있었어요. 또 이때 제 인생에 잊지 못할 디저트인 ‘카카오팟’도 만들었답 니다. 카카오팟은 초콜릿 브랜드인 고디바의 정체성을 카카오 빈 모양으로 형상화한 플레이팅 디저트로, 위스키와 페어링 할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요. 제가 퇴직한 후에도 고디바의 시그니처 제품으로 자리 잡고 판매되는 걸 보며, 분신을 남기고 온 듯 뿌듯했습니다.
‘아떼’의 오픈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고객들에게 온전히 표현하고 싶은 마음으로, 아떼 (ADDE)라는 디저트 브랜드를 오픈하게 됐어요. 상호는 브랜드의 캐치프레 이즈인 ‘어른들을 위한 디저트’의 앞 글자를 줄인 말로, 디저트와 술, 커피, 티 등 각종 음료와의 페어링을 지향하며 지친 일상에 휴식 같은 존재로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대표적으로 아떼의 시그니처 메뉴인 ‘시가’는 위스키 바에서 시가를 즐기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디저트입니다. 초콜릿 베이스로 제작하여 위스키와의 페어링을 추천하고, 디저트 자체에도 소량의 술을 가미해 풍미를 살렸어요. 또 서비스할 땐 시가 전용 받침대에 올 려, 보는 재미까지 더했죠. 이처럼 디저트와 주류의 만남이라는 다소 낯설고 독특한 콘셉트에 대한 시장 반응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앞서 국내 바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유통채널로 활용하고 있어요. 지금은 아떼가 가진 가능성을 실험하는 단계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활발하게 팝업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현실적 제약에서 벗어나 재미와 자극을 줄 수 있는 식자재, 메뉴로 이벤트를 원 없이 해보고 싶었어요. 특히 이전에 했던 행사 중, 제 생일을 맞아 ‘조송아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슬로건을 걸고 디저트 팝업을 열었던 적이 있어요 (웃음). 메뉴도 생일에 관련된 플레이팅 디저트와 페어링으로 구성했고, 그중 ‘미역국’이라는 아뮤즈 부쉬가 큰 인기를 끌었죠. 랑그드샤를 미역칩으로 만 들어 타코처럼 성형한 뒤 들기름 캐러멜과 육회, 갈릭 마요를 넣어 만들었어 요. 직접 콘셉트에 맞는 제품 구상부터 프로그램 진행까지 하다 보니 신경 쓸 것이 많지만, 팝업은 디저트를 매개로 손님과 함께하는 신나는 파티처럼 느 껴져 자주 준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난해 ‘1883 드링크 디자이너 2023 코리아’에 참가해 수상하셨습니다.
이번 대회는 프랑스 시럽 브랜드인 ‘1883’이 주최한 이벤트로, 저는 2명의 바텐더와 팀을 이뤄 본선에서 20분간 라이브 퍼포먼스를 진행했어요. ‘먹을 수 있는 작품(Edible art)’이라는 제품을 선보였는데, 세라믹으로 만든 숲 모형에 초콜릿으로 나무와 줄기를 만들고 그 위에 풀, 흙, 나무, 버섯, 열매 등을 디저트로 형상화해 하나의 숲을 만들었어요. 평소 디저트로 테라리움을 표현 하는 게 오랜 목표였는데, 이 대회를 통해 실현할 수 있어 기뻤답니다.
또 대회의 주 취지가 ‘협업’이었던 만큼 팀원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완벽한 팀워크를 이루었던 점이 기억에 남아요. 한 팀원이 수상 소감으로 ‘결국 포기하지 않으면 결과는 온다’라는 말을 했는데, 마음에 딱 와닿더라고요. 덕분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많이 얻었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디저트’라는 한 우물만 팠기 때문에, 세상 어느 곳을 가도 디저트가 가장 먼저 눈에 띄고 귀에 들어오곤 했어요. 디저트 셰프는 늘 제가 가장 좋아하면서 잘하는 ‘천직’이었던 것이죠. 대부분의 셰프님들이 그러하듯 제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하다 보니 힘들 때도 버틸 수 있는 의지가 솟구치곤 해요. 앞으로도 디저트 셰프를 천직으로, 디저트 외길 인생을 살아 가고 싶어요(웃음).
제품적인 측면에서 말씀드리면, 고객이 최상의 디저트 맛을 느낄 수 있는 컨디션, 스토리를 함께 전달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 나갈 거예요. 추위에 떨다, 혹은 하루 종일 물놀이 후 먹는 라면이 최고의 맛이듯 맛은 상황에 따라 주관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디저트와 무엇을 같이, 언제 먹었을 때 가장 맛있을지 많은 고려를 해 제품을 준비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디저트의 풍미를 돋구거나 킥이 되어주는 소량의 향신료, 에센스, 리큐르 등을 활용하거나 적절한 페어링을 통해 디저트의 후미까지 즐길 수 있도록요. 아떼에서 본인의 취향이나 니즈를 잘 모르는 분들도 디저트에 담긴 스토리를 보고 먹는 행위 이상의 경험으로 즐길 수 있게 맛과 멋, 향(Taste, Style, Scent)에 주안점을 둔 디저트를 제공하겠습니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조한슬 기자 stert12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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