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의 랜드마크, 조훈모 과자점

박혜아 기자

hyeah0112@gmail.com | 2024-09-27 12:26:30

1994년 순천 연향동에 처음 문을 연 ‘조훈모 과자점’은 죽도봉점, 팔마점 등 총 3개 매장을 갖춘 순천 대표 빵집이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꼭 들러야 할 빵집으로 꼽히며 노포의 파워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빵집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때가 1983년이니까, 40년째 빵을 만들고 있네요.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제과를 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 제과 시장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거든요. 그땐 뭐든지 기술 하나만 제대로 배워 인정받자는 생각뿐이었어요.”

전남 순천을 대표하는 빵집, ‘조훈모 과자점’ 조훈모 셰프의 이야기다. 1994년 연향동에 문을 연 조훈모 과자점은 조계훈·조훈모 형제가 함께 운영하는 빵집이다. 2017년에 죽도봉에 2호점을, 2019년에는 팔마동에 3호점을 오픈해 순천 대표 베이커리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1993년 당시의 조계훈, 조훈모 형제 셰프.

국내에서 형제가 함께 제과점을 운영해 이토록 오래, 그리고 규모 있게 이어가는 사례는 드물다. 1990년대 초반, 서울 리치몬드 과자점에서 생산과장으로 일할 당시 형의 부름을 받고 고향으로 내려가려는 조훈모 셰프에게 권상범 제과명장(리치몬드 과자점 대표)은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형제간 장사해서 성공한 사람이 없으니 잘 판단하고 결정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조훈모 셰프는 조계훈 셰프와 함께 빵집을 오픈하게 된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베이커리 업계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골목상권에 진입하는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의 사세 확장은 아티장 베이커리들에게 위협적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동네빵집들이 경쟁에 치여 문을 닫았다. 조훈모 셰프는 소비자들이 냉정하고 객관적이라는 사실을 항상 잊지 않았다. 아무리 오래 찾은 고객이라고 해도 그의 빵 맛이 변한다거나 만족할 만한 구매를 하지 못했을 경우, 언제든지 쉽게 손 뻗어 닿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 제과점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새로운 레시피도 좋지만 그 토대는 기본 레시피여야 합니다. 요즘 SNS 보면 새로운 빵 참 많더라고요. 근데 오래 못갑니다. 고객들이 우리 빵집을 찾으면 ‘옛날 빵들이 많다’는 반응이 많아요. 유행하는 빵도 좋고 새로운 빵들도 좋지만 고객들은 결국엔 일관적인 퀄리티의 기본
을 지키는 빵을 찾으시더라고요. 현미밥도 좋고 잡곡밥도 좋지만 쌀밥이 제일 맛있잖아요. 같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촉촉바삭 배빵

빵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여러 지자체에서는 해당 지역의 농산물을 활용한 지역 특산물 빵을 개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조훈모 과자점 역시 순천 낙안 특산물인 배를 활용해 ‘촉촉바삭 배빵’을 개발했는데 꿀에 절인 달콤한 배가 충전물로 들어간 브리오슈다. 또 순천 매실로 만든 피낭시에와 퀸아망 등은 ‘순천 매실 시그니처 디저트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당절임한 매실 과육들이 드문드문 씹혀 새콤하고 달콤한 맛을 더하는 제품들이다.

조훈모 과자점은 지난 2017년, 첫 매장을 오픈한 지 23년 만에 죽도봉에 2호점을 오픈했다. 10평남짓한 매장에서 주차장까지 갖춘 베이커리 카페로 재탄생한 조훈모 과자점의 대변신에 순천시민들은 크게 반겼다. 조훈모 셰프는 베이커리의 규모를 키우면서 동시에 법인화도 추진했다. 조계훈 셰프의 첫째 아들인 조현익 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두 셰프의 2세들이 경영진과 생산진으로 투입되어 조훈모 과자점의 미래를 꾸려나가고 있다.

조현익 대표는 빵집이 아빠의 일터이자 그의 놀이터였다고 회상한다. “추억이 깃든 빵이 오래도록 존재하기 위해서는 ‘경영’이라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깨닫게 됐습니다. 두 어르신이 평생을 바쳐 만들어 오신 브랜드를 더 튼튼하게 경영하는 것은 이제 저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현익 대표는 “가치를 팔고 싶다”고 말한다. “이제는 ‘맛’으로 경쟁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제과제빵 기술력이 상향평준화 됐어요. 어딜가도 다 맛있습니다. 맛없는 곳은 자연히 도태되지요. 그래서 전 단순히 빵과 커피뿐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빵도 먹고 잘 가꾸어진 정원에서 햇살도 받고, 마음에 평안을 주는 그림도 보고, 아이들은 뛰어놀 수 있는 그런 곳이요.”

조훈모 과자점의 조훈모, 조현익 부자.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혜아 기자 hyeah01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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