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빵을 굽다: 장인匠人의 이야기-개성을 느낄 수 있는 오사카 빵집: 불랑주리 보치라 (BOULANGERIE BOTTIRA)
백결 특파원
rufltk7@naver.com | 2025-09-12 13:15:32
일본은 몸에 문신이 있으면 사우나에 들어갈 수 없는 나라다. 이렇게 사소한 규칙에서도 엿볼 수 있듯 일본에서는 일상의 이곳저곳에서 보수적인 문화를 느낄 수 있다. 타투에 대한 선입견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일본에서, 양 팔이 문신으로 가득한 제빵사 타카미상은 그 존재 자체로 내게 궁금증을 자아냈다. 대체 저 사람은 어떤 빵을 만들까. 그 문신이 나를 '불랑주리 보치라'가 위치한 오사카까지 이끌었다.
개인적으로 도쿄가 다양성의 도시라면, 오사카는 보다 날 것의 거침없는 도시로 느껴왔다. 그 인상을 반영하듯 오사카의 빵집은 다른 곳에서 흔히 접하지 못하는 독특한 빵들이 많았다. 특히 보치라의 빵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그 식감과 재료의 조화는 신세계에 가까웠다. 수없이 빵을 먹어봤음에도 이토록 새로운 경험을 가능케하는 빵이 있다는 것에 스스로 놀랐다. 타카미상의 빵은 누군가의 흉내도, 모방도 아닌 타카미상 당신만의 표현이었다. 틀에 얽매이지 않으니 그 표현의 폭은 바다처럼 끝이 없고, 파도처럼 거침없었다. 자신만의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듯한 불랑주리 보치라의 오너 셰프, 타카미상의 말을 들어보았다.
Q. 정통 프랑스빵으로 유명한 '불랑주리 비고'에서 수련했다. 반면에 지금 타카미상이 만들고 있는 빵은 어디서도 보지 못한 독특한 빵으로, 비고의 것과는 결을 달리한다. 이 차이는 언제,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처음 빵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빵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착실한 일상을 보내고 싶어서였다. 빵을 만드는 직업이 내게는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쌓아가 는 일'로 다가왔었기 때문이다. 처음 일했던 곳은 박리다매를 하는 동네빵집이었다. 박리다매이다 보니 팔리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했고, 문득 쌓여 있는 로스빵(남아서 판매하게 될 수 없는 빵)을 보고 회의감이 들었다. 빵 하나하나를 보다 소중히 대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졌고, 선배의 소개로 불랑주리 비고에서 일하게 됐다. 비고에서는 기술적으로 큰 공부가 됐지만 그때부터 내가 만들고 싶은 빵, 이상향은 따로 있었다. 비고는 스트레이트 제법을 주로 사용해 5시간 안에 믹싱부터 굽기까지 다 이뤄지는 가게였는데, 역시나 스트레이트 제법은 효모와 효소의 풍미가 열으며 빵의 노화가 빨랐다. 그래서 그 당시부터 시가상의 장시간 저온 발효로 만든 빵 만들기를 이상으로 삼아왔다. 특히 이 지역은 노인이 많아 강한 글루텐으로 씹는 재미가 있는 빵보다는 부드럽게 잘 씹히고 소화도 잘 되는 빵을 더 많이 선호한다. 그렇게 지금의 보치라의 빵에 이르렀다.
Q. 타카미상의 빵은 빵과 케이크 그 중간 지점에 머무는 것 같다. 또한 거의 매주 신상품을 내고 있는데, 스스로와의 약속인 것인가? 나아가 무엇으로부터 영감을 얻는지?
오픈 초기에는 보다 심플한 식사빵 계열이 많았다. 근처의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와 주셨지만 역시나 중심가에서도, 역에서도 꽤나 떨어진 이곳까지 젊은 사람들도 오게 하려면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빵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었다. 즉 모든 세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빵을 만들려다 보니 지금의 라인업이 됐다. 물론 나 또한 다양한 소재를 통해 빵을 표현하는 것을 즐기기에 가능한 것이다. 실은 나는 예술대학교를 나왔다. 지금은 빵을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시각적으로 보다 다양한 표현을 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그렇기에 빵에 케이크의 요소들을 덧대면서 시각적으로도 맛있는 빵을 만들려 하고있다. 신상품을 자주 내는 것도 창작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누군가의 흉내를 내는 것은 나의 가치관과는 맞지 않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나만의 표현을 해야한다고 믿는다. 예술가란 반드시 조각을 만들고, 그림을 그려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 됐건 내 일상에서 나만의 표현을 하고 이를 잘 전달만 하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예술이다. 영감의 원천은 재료와 제법 등 정말 다양하다.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는 것들 중에서 약간의 변주를 주면서 가지를 치듯 뻗어 나가곤 한다. 또 다른 제빵사들과 서로 빵을 교환하면서 큰 영감을 얻는다. 시도의 결과가 좋지 않아도 괘념치 않는다. 온몸으로 시도했다면 반드시 다음 스텝으로 이어진다.
Q. 누룩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타카미상의 빵에 있어 누룩은 어떤 존재인지?
3~4년 전부터 계속 천착하고 있는 주제다. 누룩을 사용한 빵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효소 활동으로 인해 호로록 녹는 식감과 감칠맛을 꼽을 수 있다. 내가 추구하고 있는 빵을 잘 구현하는 재료라고 생각하기에 적극적으로 배합하고 있다. 나는 저온 장시간 발효빵으로 유명한 시가상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발효와 숙성의 매력을 잘 표현하는 데 있어 누룩은 아주 훌륭한 재료다.
Q. 타카미상이 목표하는 이상적인 빵은 무엇인가?
시간이 흐르면서, 그리고 종류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다. 1년 전의 나의 이상향과 지금의 이상향이 다른데, 예를 들어 조금 더 극적으로 사르르 녹는 식감을 표현하고 싶은 빵이 있는가 하면, 바게트의 경우에는 보다 기본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오픈 당시에는 바게트도 수율 100%를 넘겼었는데 지금은 보다 먹기 쉬운 바게트를 만들려고 한다. 일률적이기보다는 제각기 저마다의 매력을 잘 품고있는 빵을 만들고자 하고 있다.
Q. 일을 하면서 가장 기쁠 때는 언제인가?
항상 새로운 표현을 하고 싶다. 일정한 품질의 빵을 매일같이 구워내는 것이 제빵사로서의 숙명이기에 그것 또한 노력하고 있지만 일상 혹은 재료 등으로부터 오는 영감을 빵에 녹여내는 것이 즐겁다. 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파네토네다. 온전히 독학으로 완성해 한달 전 출시했다. 가장 어렵다고 불리는 빵이기에 아무것도 참고하지 않은 채 만든 첫 파네토네는 정말이지 엉망이었다. 내가 추구하는 파네토네를 만들기 위해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파악하고 다시 만들어보는 시행착오의 과정 자체가 너무 즐거웠고, 지금은 꽤나 그럴듯한 파네토네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기존의 레시피를 따른 것이 아니다 보니 전형적인 파네토네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이탈리아에서 정한 파네토네의 기준에는 부합하며 다만 통상적으로 50~70% 배합되는 건과일을 100%까지 끌어올리는 등 나만의 표현을 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 자체가 나에게 큰 기쁨이다. 또한 아내와 둘이 빵을 만들면서 부족하지 않은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것 자체가 기쁨이다. 아내는 나의 큰 지지자이자, 동반자이자, 조력자다. 내 삶과 내 마음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한 사람과 즐겁게 빵을 만들고 손님들이 찾아주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고, 만약 아내가 빵이 싫다고 한다면 미련없이 빵을 그만 만들 것이다.
Q. 그렇다면 빵은 타카미라는 자아의 표현인 셈인데, 만약 손님들의 평가와 타카미상의 기준이 상충될 때에는 어떻게 하는지?
나의 의지를 따른다. 물론 생업이기에 빵을 만드는 데 있어 손님을 고려 대상에서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 일을 하는 이유가 곧 나의 표현 욕구이기도 하기에 내 욕구를 따르려 한다. 가게가 망한다 해도 그건 어쩔 수 없다. 내게는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 부분을 타협하고 만다면 내가 이 일을 즐겁게 해나갈 수 없을 것이다. 너무나 다행히도 많은 손님들이 좋아해주기에 가게가 망하지 않고는 있다(웃음). 그렇다고 손님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단골 손님들과 짧게나마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곤 하는데 다양한 피드백을 주는 손님들도 있다. 우선 그것을 들어보고 내 기준에 너무 벗어나지 않는다면, 일단 시도해본다. 처음 가게를 오픈했을 때는, 나의 취향, 나의 빵에 대한 확신이 옅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보다 맛있는 빵을 만들고, 그것을 손님들이 좋아해주면서 그것들을 바탕으로 확신을 갖고 나만의 선명한 표현을 해낼 수 있게 됐다.
Q. 빵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소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책임감이다. 모든 일에 통용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일은 취미가 아니라 사장 혹은 손님에게 돈을 받는 대가이기도 하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한들 그 안에는 하기 싫은 일들도 반드시 도사려 있다. 그러한 것들도 돈을 받았다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너무도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세상이다. 자연히 보다 본질적인 것에 대한 고민은 등한시 한 채, 그저 표면적인 것들에 치중하는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되려 많은 정보가 독이 되고 있지 않은가 싶다. 그저 정보에 휩쓸리듯 빵을 만드는 것이 아닌 다소 날것일지라도 스스로의 생각이 담긴 빵을 만드는 제빵사들이 있었으면 한다.
Q. 타카미상에게 있어 빵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발효의 산물이기에 매일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기도 하지만 노동 강도가 높은 것도 모순적으로 내게는 큰 즐거움이다. 내 경험상 힘든 일을 한 뒤에 오는 즐거움이 참된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일을 하는 동안에는 촌각을 다투며 정말 분주히 움직인다. 그렇게 2~3일 열심히 몸을 움직여 잘 구워진 빵을 마주하는 순간, 그리고 손님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그것을 맞이해주는 순간이 큰 매력이다.
타카미상과의 인터뷰를 마친 후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 했다." 싱클레어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진정한 자아를 발견한 순간을 표현하는 구절이다. 타카미상과의 긴 대화는 내게 이 같은 울림을 줬다. 그는 제빵사로서 그 누구보다 착실히 살아내고 있었다. 보편적인 다수의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나를 비롯한 수많은 싱클레어에게 큰 깨달음을 줄 것 같은 타카미상과의 시간이었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백결 특파원 rufltk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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