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속에 성장합니다. 뜻이 있다면 목표를 세우세요.”-대한민국 제과 명장 제14호 김덕규
박혜아 기자
hyeah0112@gmail.com | 2024-12-30 13:13:38
김덕규 제과 명장은 “17살이었던 그때 그날이 아니었다면 지금은 아예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문을 열었다.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칠성당’이라는 빵집에 취업했다. 하루는 선배의 부탁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는데, 분유와 설탕의 양을 뒤바꿔 알려준 선배 때문에 사장에게 크게 혼이 나고 말았다. 억울한 마음이 컸던 그는 그만둘 결심을 했다. 그날 저녁 빵집 옥상에 올라 도망갈 준비를 하는데 4층 공장에서 케이크를 만드는 다른 선배 작업자 때문에 쉽게 담을 넘을 수 없었다. 숨어서 연습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지만 작업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그는 결국 마음을 고쳐먹었다. “입사한 지 3개월차 였을 때였거든요. 그선배는 5달차고. 나도 2달만 더 지나면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케이크를 만들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더 버티기로 한 거죠.”
탈출은 실패했지만 그날의 일은 억울한 17살 소년에게 희망을 줬다. 그 소년은 퇴근하면 오락실 대신 4층으로 올라가 케이크 아이싱 연습을 했다. 일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소년이 공장장 바로 밑에서 어시스턴트 역할을 무난히 수행한다는 무성한 소문 속, 그는 19살이 되던 해 마산의 한 빵집에 스카우트 됐다. 이후 마산과 통영, 부산, 거제 등 경남 지역을 오가며 직원과 공장장으로 경험치를 쌓은 김덕규 명장은 1993년이 되던 해에 김해의 ‘그린하우스 과자점’을 인수해 훗날 김해를 대표할 빵집 ‘김덕규 과자점’의 터를 닦기 시작했다.
밤까지 빵을 굽고 팥빙수를 배달하는 빵집 김덕규 명장은 ‘빵집에선 하루 종일 빵 굽는 냄새가 나야 한다’를 신조로 매장을 운영했다. 하루 매출 7만 원 정도밖에 되는 매장을 재오픈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 악착같이 일했다.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빵을 구우며 밤 11시까지 매장에 불을 켜두고 손님을 맞이했다.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5월부터는 김해 곳곳에 스티커를 붙여가며 팥빙수 판매 개시를 알렸다. “그 당시 김해 시내를 다 꿰고 있었어요. 전화 주문이 들어오면 오토바이로 신속 배달했습니다. 빙수 배달이라니, 센세이션 했죠. 중국집에서도 놀랄 만큼 배달량이 많았어요.” 김덕규 과자점을 하루 매출 90만 원까지 기록하는 빵집으로 성장시킨 김덕규 명장은 1997년 ‘그린하우스 김덕규 과자점(추후 김덕규 과자점으로 상호 변경)’을 오픈했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국가대표 선수로, 단장으로 이름을 날리다
김덕규 명장은 ‘하인즈 빵과자대회’, ‘서울국제빵과자전(SIBA)’, ‘캘리포니아 호두 대회’ 등에 1995년부터 매년 꾸준히 출전하며 좋은 성적을 기록해 경남의 떠오르는 제과인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학사 학위를 땄고, 이후에는 3곳의 대학에 겸임교수로 출강하며 대한민국 제과 명장배 학생대회인 ‘아카데코’에 매년 학생들을 출전시켰다. 학생수가 20명 안팎이었던 해당 학교들은 아카데코에서 연속 수상한 이후 면접을 보고 학생을 선발해야 할 정도로 인기 높은 학과로 등극했다. 김덕규 명장은 경남 지역 제과제빵학과에 말그대로 부흥을 일으켰다. 그의 또 다른 도전은 세계대회 출전이었다. 밤 기차를 타고 서울을 오가며 공예를 배울 만큼 배움은 즐거웠다고 한다.
김덕규 명장은 치열했던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미국 ‘월드페이스트리챔피언십(이하 WPC)’에 국가대표로 2차례 출전했고, 2010년 출전한 WPC에서는 ‘베스트 초콜릿 공예상’을 수상하는 뜻깊은 결과를 남겼다. 기세를 몰아 2012년에는 단장으로 독일 ‘이바컵’에 출전해 한국 최초로 금메달을 땄다. 김덕규 명장은 본인의 기술 개발만큼이나 학생들의 국제대회 참가에 노력을 기울였다.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열리는 ‘주니어 페이스트리 월드컵’에 단장으로 학생들과 함께 참가해 학생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당시 훈련시켰던 선수들 중에 현재는 베트남에서 K-베이커리 열풍을 이끄는 김상현 군과 프랑스 파리에서 파티시에로 활약하는 김나연 양이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어엿하게 성장해 한국을 대표하는 파티시에로 활동하고 있는 것에 스승으로서 마음이 벅찹니다.”
14번째 제과 명장으로 선정되다
김덕규 명장은 2012년 경남 최초로 ‘경남 최고 장인’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수년 후인 2019년에는 14번째 대한민국 제과 명장으로 인정받았다. 김덕규 명장은 경남 지역의 제과 발전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고 말한다. 이에 지난 2021년에 3가지 목표를 가지고 ‘김덕규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첫째, 창원과 부산으로 빠지는 인력난으로 해소하기 위해 김해 지역에서 활동할 인재를 양성하는 것, 두 번째로 김해 시민들에게 제과 제빵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꿈꿔왔던 교육자로서의 자아실현이다. 이어 김덕규 명장은 최근 한옥 베이커리 카페인 ‘토북 베이커리 카페’를 오픈했다. 다양한 공간에서 소비자와 접하며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베이커리 흐름 속에 앞으로 국내 베이커리의 트렌드가 어떻게 달라질지 고민하는 김덕규 명장은 경남 지역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서 안테나를 곧추세운다. “명장이라는 타이틀이 아닌, 명장에 걸맞은 사람이 존경받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경남뿐 아니라 우리나라 제과업에 종사하는 후배들이 한 번쯤은 떠올려주는 선배가 되도록 베이커리 사업가로서, 기술인으로서 귀감이 되고 싶습니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혜아 기자 hyeah01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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