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조합의 시초, 앙버터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 | 2024-11-28 14:04:39

베이커리 메뉴는 마인드맵처럼 한 가지 제품이 수십 가지의 경우의 수로 뻗어 나간다. 같은 제품이어도 셰프의 해석에 따라 천차만별 달라지기 마련. 같은 이름을 가진 메뉴를 분석하기 위해 일본의 차다빈 통신원이 원정을 나섰다. 도쿄에 위치한 5군데 매장의 앙버터를 모아 비교해보았다.

기무라야 본점 木村屋

무려 200년이 넘는 역사, 최초의 일본식 팥빵을 창시하며 일본 제빵사(史)에 한 획을 그은 ‘기무라야’. 팥빵이 유명한 만큼 베이직한 완두, 크림치즈, 검정깨와 계절감을 담은 벚꽃, 고구마 등 10가지 이상의 팥빵이 존재한다. 이 중에서도 판매 1위인 앙버터는 부드러운 빵이 아닌 겉껍질은 단단하고 속은 쫀득해 씹는 맛이 있는 바게트로 감싸져 있다. 앙과 버터의 비율은 6:4 정도로 버터의 양이 많은 편이다. 일반 버터가 아닌 거품 낸 생크림에 버터를 섞어 만든 휘핑 버터라 일반 버터보다 폭신하고 가볍고 부드럽다. 덕분에 버터 비중이 높아도 과하지 않고 조화롭게 먹을 수 있다. 또 일본의 식량 기지라고 불리는 홋카이도 토카치 지역의 팥소로 직접 팥을 쑨다. 적절히 섞인 팥 알갱이를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이 올라온다. 클래식한 앙버터의 정석이다.

4 Chome-5-7 Ginza, Chuo City, Tokyo / @kimuraya1869


레카 Laekker

다이칸야마 골목 뒤에 조용히 위치해 있는 데니쉬 전문점 ‘레카’. 레카는 덴마크어로 ‘맛있다’를 의미한다. 이곳의 데니쉬는 겉과 속 전부 결이 하나하나 살아 있다. 순간적으로 바삭한 식감을 주는 동시에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는 마무리감까지 완벽하다. 한입 베어 물면 여러 층의 페이스트리가 연쇄적으로 바사삭 기분 좋게 부서지며 버터의 고소한 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레카의 인기 메뉴 중 하나인 앙버터는 홋카이도산 밀가루, 버터, 팥으로 만들었다. 달지 않은 팥과 머랭을 넣은 가벼운 버터크림을 사용해 묵직하지 않고, 페이스트리의 버터 향과 식감이 드라마틱한 하모니를 이룬다. 한편, 제철 과일들이 올라간 데니쉬도 있는데, 라인업이 실시간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올라온다. 방문 전 인스타그램을 확인하고 가자. 

9-7 Daikanyamachō, Shibuya City, Tokyo / @laekker_daikanyama


메구로 히이라기 目黒ひいらぎ

메구로에 최고의 팥을 느낄 수 있는 타이야끼 가게가 있다. ‘히이라기’는 타이야끼 하나를 굽는데 30분 이상 천천히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굽는다고 한다. 팥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려 앙금을 만들고 반죽은 유제품이나 달걀을 사용하지 않는다. 밀가루도 여러 종류를 배합하는데, 이런 모습에서 타이야끼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질 좋은 팥이 꽉 들어차고 아주 바삭바삭하면서 은근히 쫄깃한 식감이 장인의 손길을 대변한다. 또한 이곳은 식빵 맛집으로도 익히 알려져 있다. 앙버터 토스트의 식빵은 살짝 구워져 나와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함이 살아있어 전혀 질기지 않고 브리오슈 반죽처럼 부드럽다. 지금까지 먹어본 팥의 최상위 버전을 느끼고 싶은 분들은 타이야끼와 앙버터 토스트의 최강 콤비를 맛보러 가보자.

2 Chome−8−23 Takaban, Meguro City, Tokyo / @meguro_hiirag


르방 Levain

시부야 요요기 공원 근처에 위치한 빵집 ‘르방’. 직접 키운 효모로 만든 효모빵의 선구자인 르방의 겉모습은 ‘여기가 도쿄야?’ 할 정도로 세월이 느껴지는 시골풍의 나무판자와 벽돌 인테리어로 궁금증을 유발한다. 30년간의 데 이터베이스로 만든 효모를 활용해 산미와 감칠맛이 두드러지는 정통 하드 계열빵을 만날 수 있다. 앙버터는 직접 만든 팥과 버터, 꿀이 뿌려져서 나온다. 큼지막하게 빵 위에 올라간 팥에 비해 아주 작은 크기의 버터는 ‘홈메이드 팥의 풍미를 강조하기 위함인가?’라는 의문을 자아낸다. 은은한 고소함에서 버터의 존재감이 드러나고, 식감을 확실히 살린 팥은 담백한 맛과 건강한 느낌을 준다. 르방만의 쫀득쫀득하고 효모의 시큼한 향과 밀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은 시부야로 향하자.

2 Chome-43-13 Tomigaya, Shibuya City, Tokyo / @levain_tokyo


브랑제리 이가라시 Boulangerie  S’Igarashi

인기 빵집 ‘브랑제리 이가라시’는 엄선된 재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밀 중 가장 맛있기로 정평 나 있는 홋카이도산 키타노카오리 밀을 사용해 좋은 풍미와 단맛을 은은하게 살렸다. 또한 우유의 고소함이 배가 된 발효 버터를 사용해 어느 빵을 골라도 실패가 없다. 그중에서도 단연 간판 메뉴는 앙버터 샌드다. 치아바타 빵을 사용해 하드 계열 의 빵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쉽게 먹을 수 있다. 적당히 단단한 겉면과 쫄깃한 속의 고 수분감 빵으로 다소 과할 수 있는 팥과 버터를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빵과 팥 버터의 무게를 각각 재보면 빵 60g, 팥 40g, 버터 20g으로 빵과 재료가 딱 1:1로 배합되어 극강의 황금 밸런스를 맞췄다. 위에 조금 뿌려진 소금까지도 계산된 조합으로 지금까지 소개한 앙버터 중 가장 앙버터스러운 빵으로 추천한다.

3 Chome-8-10 Kiba, Koto City, Tokyo / @boulangerie_s.igarash



글, 사진 차다빈 통신원

정리 월간 베이커리 뉴스 /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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