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에서 맛보는 에그타르트, 포이지아
박다솔 기자
bbbogiii24@gmail.com | 2025-05-22 14:12:03
2023년 12월, 두 명의 여행자가 함께 오픈한 포르투갈 콘셉트의 카페, ‘포이지아(Poesia)’. 매장 분위기와 인테리어, 전체적인 콘셉트는 박지현 대표가, 식음료 전반은 임민재 대표가 맡았다. 특히 포르투갈 북부에 위치한 ‘포르투(Porto)’라는 도시에서 일 년 넘게 살다 온 박지현 대표는 그곳에서 느꼈던 벅찬 감정을 그대로 포이지아에 담았다. 포르투갈에서 포토그래퍼로 일하면서 촬영했던 사진들이 매장 벽면에 붙어 있는데 사진을 보고 있자면 박 대표가 얼마나 포르투갈에 애정이 가득한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서 ‘트래블픽쳐스’라는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그동안 여행 다녔던 수많은 나라 중에 왜 포르투갈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많은 분이 궁금해하셨는데요, 말로는 미처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그곳에서 많이 느꼈습니다. 한국의 ‘한’이라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하고요. 포르투갈의 노을, 바람, 향기 등 전부 그대로 전해드릴 순 없지만, 매장에서나마 최대한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썼습니다.”
포르투갈, 그 시작
포이지아는 포르투갈어로 ‘시’를 뜻한다. 포르투에서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서점 주인이 직접 추천해 준 이름이라고. “자주 가던 서점이었는데 한국에서 포르투갈 콘셉트 카페를 차릴 거라고 하니까 서점에서 시집을 하나 꺼내 줬어요. 포이지아라고 쓰여 있었는데 바로 이거다! 싶었죠.” 포이지아의 로고 또한 포르투갈의 유명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를 본떠 만들었다.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이명을 원두 이름에 붙였다. 덕분에 포이지아에서는 현재 ‘페소아’, ‘캄푸스’, ‘쏘아레스’라는 이름의 원두를 맛볼 수 있다.
*이명(異名): 작가가 가지는 필명으로, 이명마다 성별, 나이, 성격이 모두 다른 독립적인 인격을 가지고 있다.
분위기의 완성은 인테리어
포르투갈의 카페들은 대부분 어둡다. 카페에서 와인을 함께 판매하기 때문도 있지만, 옛날부터 정치적인 이야기를 은밀히 나누던 사회적 분위기가 남아있는 터다. 이런 분위 기까지 살리기 위해 바닥 타일부터 테이블까지 어두운 고동색으로 맞추고, 조도를 한껏 낮췄다. 매장 내부뿐만 아니라 화장실은 포르투갈 민요인 파두 공연장 콘셉트로 꾸며져 악보집과 사진이 있으며, 박 대표가 포르투갈에서 자주 맡았다던 향기의 디퓨저가 꽂혀 있다. “직접 살다 왔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세세한 부분이 있어요. 오래된 카메라, 조명, 접시, 컵 등 전부 제가 직접 포르투갈에서 조금씩 구매해 온 것들입니다.”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모두 포르투갈 음악이며, 원한다면 매장 한편에 자리한 LP 플레이어로 파두를 틀어 주기도 한다.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VIP룸도 빼놓을 수 없는데, 단체 손님을 받거나 예약한 후 이곳에서 포트와인을 즐길 수 있다. 빈티지 조명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배경으로 마시는 포트 와인은 잊을 수 없는 한순간을 선사한다.
본토의 맛을 찾아서
‘빵(Päo)’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포르투갈어인 만큼 포르투갈에서 빵은 가장 기본이자, 주식이다. 어떤 투박해 보이는 빵을 먹어도 감칠맛이 폭발한다는 포르투갈에서 또 다른 대표적인 메뉴는 바로 에그타르트다. 바삭한 페이스트리 안에 가득 채워진 노란 필링은 부드러운 크림처럼 입안에서 녹아내린다. 리스본 현지 에그타르트 전문점에서 필링 레시피를 전수받아 만드는 만큼 그 맛은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샌드위치는 임민재 대표가 포르투갈에서 자주 찾았던 카페의 레시피를 참고해 만들었다. 그 덕에 달콤한 망고 잼과 짭조름한 베이컨이 최고의 조합을 이루는 ‘상벤투 샌드위치’와 담백한 맛의 ‘도우로 샌드위치’가 완성됐고, 여기엔 직접 구워 내는 소금빵을 곁들여 먹을 수 있다. 음료 또한 포르투갈에서 먹었던 맛을 그대로 담아 내기 위해 크림 라떼에 들어가는 아몬드 우유를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수고스러움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시판용 아몬드 우유를 아무리 사용해도 포르투갈에서 먹던 진한 맛이 느껴지지 않아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밀크티 또한 48시간 냉침해서 판매하고 있는 만큼 진한 맛과 풍미가 남다르죠.” 정성의 결과일까? 이제는 에그타르트 외에도 음료만 마시기 위해 방문하는 단골이 있는 것은 물론, 포르투갈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아지트 같은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와인바로 변신
지금도 매년 1달 이상 포르투갈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박지현 대표. 덕분에 매장에서는 꾸준히 늘어가는 포르투갈 소품을 구경할 수있으며, 언제 방문해도 포르투갈 특유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앞으로 포이지아에서는 다양한 포트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원래도 와인을 판매했지만, 성산동에 1인 가구가 많은 특성에 맞춰 편안하게 혼술이 가능하도록 새롭게 꾸밀 예정이라고. “포르투갈이 좋아서 추억하고자 시작한 공간인 만큼, 점점 더포르투갈의 자연스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맛과 인테리어 모두 신경 쓰겠습니다.” 이곳에서 맛보는 에그타르트 한 입, 커피 한 잔이라면 포르투갈이 주는 매력에 누구든 빠져들게 될 것이다.
주문 즉시 짠 레몬즙을 넣어 더욱 상큼함이 살아 있는 포르투갈식 레몬 커피. 물과 레몬즙을 적정 비율로 섞은 후 산미 있는 원두로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부어 완성한다. 특유의 상큼함이 여름철 갈증을 없앤다.
달콤한 망고 잼과 감칠맛 가득한 베이컨이 단짠의 조화를 이룬다. 소금빵과 와일드 루콜라가 함께 더해져 든든한 식사로도 손색없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발사믹이 입안에서 상큼한 맛을 낸다.
이즈니 버터를 넣어 아침마다 구워 내는 소금빵을 곁들여 내는 샌드위치. 리스본에서 발견한 레시피로 부드러운 아보카도와 에그 페스토, 방울토마토를 더한다.
포르투갈 정통 레시피를 이용해 만든 에그타르트다. 바삭한 페이스트리 안에 가득 채워진 노란 필링은 밀도 높은 크림처럼 부드럽다.
포이지아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12안길 60 1층
인스타그램 @poesia_yeonnam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다솔 기자 bbbogiii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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