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를 위한 아티장의 빵, 아티장의 삶을 고수하다, ‘마니피끄 아카데미 뒤 빵’ 장은철 셰프

조한슬 기자

stert1207@naver.com | 2025-05-22 15:08:15

이번 수업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고 교육하신 부분이 있다면요?
수강생들이 기본에 충실한 프랑스 전통빵을 익힐 수 있도록 신경 썼습니다. 전통 프랑스빵의 특징이 천연 발효종을 이용하거나, 짧지 않은 시간을 들여 느리게 만들어진다는 것이죠. 그래서인지 트렌드에 발맞춰 빠르게 빵을 익히고 생산해야 하는 현장에서는, 전통빵의 기본기를 배우지 못하고 지나치기 쉬워요.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베이커들에게 제빵의 기본기에 집중하여, 제대로 된 제품 생산법은 물론, 제품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과 문화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예를 들어 크루아상을 교육한다면, 프랑스산 밀가루, 버터, 소금을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넘어서 원재료들이 생산되고 가공되는 지역의 기후적 특징, 제분소의 철학, 무조건 빠르게 제품을 찍어내는 방법이 아니라 공정을 준수하고 반죽의 성질을 이해하는 법 등을 소개함으로써 본고장의 맛을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매장을 운영하시다가 교육 위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2011년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퍼블리크’에서 전통 프랑스빵을 판매했던 당시, 제빵 클래스라 하면 제과제빵 기능사 준비반처럼 자격증 위주의 수업이 대부분이었어요. 현장에서 사용되는 레시피를 갖고 현장식 기계를 사용해, 전통빵을 가르치는 곳은 없었죠. 정작 빵을 만드는 사람조차 정통 프랑스빵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으니, 하물며 손님들이 “이게 프랑스빵입니다”라고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그때부터 ‘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 프랑스빵 문화를 널리 알려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술자들도 이 문화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자’라는 생각으로 교육에 전념했던 것 같아요.

14년 동안 교육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다음 세대의 인류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이 계속 존재하기를, 다음 세대의 후배님들이 이 길을 잘 닦아 나가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주길 바라는 소망이요. 오늘날 우리는 집 밖을 나서면 첨가물을 많이 사용하고, 인스턴트로 빠르게 만들어진 음식들이 판을 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저는 우리 제빵사들이 책임감을 갖고 다음 세대가 정말 건강하게 먹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빵을 유산으로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멘토로서 후배 제빵사분들이 좋은 빵을 제작할 수 있도록 오랫동안 기술을 전수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수업은 제게 비즈니스가 아닌, 계속해서 이어져야만 하는 제빵사의 사명입니다.

재룟값 상승, 인건비 상승, 노동 인력 축소 등 여러 난제가 제빵사들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이에 기계화, 재료 개발 등을 통해 최소한의 인력과 시간으로 빵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아티장 베이커의 대표 중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시대의 흐름 앞에 각자가 선택한 방식으로 최선을 다할 수밖에요. 그렇 기 때문에 모든 분들이 전통빵을 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단 지 저처럼 아티장 베이커가 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아티장 빵은 트렌 드가 아닌 삶 그 자체로 아티장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티장의 삶을 먼 저 살아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전쟁터 같은 베이커리 시장에서 아티장의 방식을 지켜나가는 것이 어려울 때, 손을 내밀 수 있 는 선배 베이커로서 멘토로서 제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꼭 알아주셨 으면 해요. 저 역시 앞으로도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아티장 정신을 굳건 하게 고수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며, 멀리서나마 제 후배들을 잡아줄 수 있는 멘토로서, 좋은 재료에 대한 이야기, 좋은 장비에 대한 이야기, 좋은 교육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계속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 후배 베이커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단순히 맛있고 잘 팔리는 빵은 트렌드가 바뀌면 손님에게 잊히기 마련 입니다. 앞으로 이런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하며 믿고 먹을 수 있 는 빵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그때 우리가 손님들에게 좋은 빵을 대접할 수 있으려면, 지금 초석을 탄탄히 다지며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 각합니다. 이를 위해 조금은 고집스럽다고 생각될 수 있는 아티장의 삶 에 눈을 뜨고, 아티장의 빵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조한슬 기자 stert12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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