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릭 보 셰프가 펼치는 미식의 세계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 | 2024-05-30 15:56:32

지난 5월 22~23일, 서울시 강남구 소재의 메종 르 서클에서 ‘합리적인 미식’ 컨퍼런스가 열렸다. 최근 <합리적인 미식>을 출간한 프레데릭 보 셰프는 발로나 프랑스에서 35년째 근무 중이다. ‘블론드 둘세(Blond Dulcey)’ 초콜릿을 론칭하고 교육 기관 ‘에꼴 발로나(L'Ecole Valrhona)’를 창립하는 등 발로나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인물이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그는 오랜 세월 셰프로서 활동하며 깨달은 올바른 미식에 관한 내용을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했다. 그는 “긴 세월동안 셰프로 활동하며 깨달은 미식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합리적인 미식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테이스팅을 진행하면서 더 자세히 이해해보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프레데릭 셰프가 말하는 합리적인 미식이란 건강과 미식의 즐거움을 동시에 충족하는 것이다. 이 두 단어가 양가적으로 공존하는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선 사람들이 디저트를 먹는 이유, 즉 본질을 탐색해야 된다고. 그 후 모든 과정에서 심사숙고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저트를 만드는 적절한 분량과 용량에 대해 재고해보기, 레시피에 대한 지속적인 피드백 및 개선, 새로운 공정 개발하기 등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넘어갔던 부분들을 다시 고민하자는 것이다. 그는 커스터드 크림을 예시로 들었다. “커스터드의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식감이 목적이라면 그 본질은 고정하고 식재료와 레시피를 변형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합리적인 미식이 ‘무첨가’와 ‘제로’처럼 특정 식재료를 배제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헀다. 버터, 설탕, 생크림 같은 식재료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해당 재료의 빈자리를 우유처럼 더 건강한 식재료로 대신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본질을 추구하되, 저당과 저지방으로 만들어 미식의 즐거움을 최대한 선사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후 2시간 동안의 강의가 끝나고 셰프의 철학이 담긴 3가지 디저트를 시식하며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요즘 미식 시장에 건강이 키워드인 만큼 그가 제과업계에 제안하는 미식 문화에 대해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프레데릭 셰프가 꿈꾸는 합리적인 미식은 우리나라 제과 시장을 이끄는 많은 셰프들에게 과제를 안겨주며 행사는 막을 내렸다.

 

합리적인 미식에 대해 이야기하다

Q. 합리적인 미식, 즉 건강한 미식을 추구하게 된 계기가 있나.

피에르 가니에르 셰프가 나의 멘토다. 2008년 그와 함께 주관한 컨퍼런스에서 합리적인 미식을 처음 접했다. 당시 행사에서 피에르 셰프가 소스를 만들 때 버터 대신 생크림을 사용하는 등 지방 함량은 낮추고 맛 퀄리티는 높인 레시피를 소개했다. 설탕, 버터, 노른자 같은 식재료를 많이 첨가할수록 좋다는 요식업계의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셰프는 ‘맛의 즐거움을 부여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이어받았다. 

 

Q. 건강한 미식을 위해 본질을 탐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어느날 “초콜릿 무스 만들 때 왜 고지방으로 만드냐”, “파트 아 봄브를 만들 때 노른자 대신 흰자로 만들 순 없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렇게 만들어왔기 때문에 그렇게 만드는 건데, 대답할 수 없었다. 그 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지방과 설탕을 써야 하는가’ 의문을 가졌고 비만을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됐다. 디저트를 먹는 이유가 혀의 즐거움 때문이라면 대체 재료를 사용해서 얼마든지 라이트한 레시피로 이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디저트마다의 섭취 목적을 가장 먼저 알아본다.

 

Q. SNS 시대인 만큼 시선을 끄는 디저트는 경쟁을 위해 필연적이다. 합리적인 미식과는 상반되는 경향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SNS 시대에 시선을 끄는 요소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캐러멜이나 초콜릿 소스 등의 액체가 디저트 안에서 토해내듯 뿜어져 나오는 연출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원한다고 해서 그들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열량, 영향적으로 불균형인 디저트를 무분별하게 생산하는 건 아닌지 파티시에의 직업 윤리적 측면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에 합리적인 미식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셰프들은 고객의 건강도 생각해야 되는 책임이 있다. 그렇기에 이 개념을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Q. 합리적인 미식의 핵심은 디저트의 본질은 동일하되 최대한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변형 레시피로 맛이나 식감을 똑같이 구현할 수 있는가.

충분히 가능하다. 오히려 달걀 노른자 풍미에 가려지는 식재료의 맛이 더 명확히 드러나는 이점도 있다. 초콜릿 무스를 만들 때 들어가는 커스터드를 예시로 들어보자. 커스터드 크림은 실키하면서도 스무스한 식감이 특징이다. 물 1L와 감자 전분 40g을 끓이면 찐득한 소스가 나오는데, 여기에 생크림을 넣고 섞으면 커스터드의 부드러운 식감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다. 더불어 달걀 맛이 나지 않으니 초콜릿 맛이 더 강렬하게 난다. 합리적인 미식을 이루기 위해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은 적절한 분량을 맞추는 것이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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