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사프르 베이킹 센터 연수, 모두가 만들어가는 베이커의 더 나은 내일

박혜아 기자

hyeah0112@gmail.com | 2025-02-27 15:52:54

지난 1월 15일부터 17일까지 프랑스 릴에 위치한 ‘르사프르’ 베이킹 센터 연수에 (사)대한제과협회 소속 제빵사들이 초청받아 함께했다. 3일간 진행된 세미나에서는 르사프르에서 개발한 르방 스타터와 첨가제 등을 활용해 17가지 제품을 실습하며 효율적인 제빵 공정을 탐구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르사프르는 제빵사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공정 단축과 노동 시간 절감 방안을 제안했다.

‘르사프르(Lesaffre)’는 1853년 프랑스에 설립된 글로벌 발효 및 바이오 기술 기업이다. 1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제빵, 영양, 건강, 바이오 연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약하고 있다. 연간 매출은 30억 유로(한화 약 4조 5천억 원)에 달하며, 전 세계 180개국에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 중이다. 르사프르는 특히 제과 제빵업계에서 이스트로 유명하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빵 3개 중 1개는 르사프르의 이스트로 만든다고 집계될 정도로 많은 곳에서 이곳의 제품을 사용한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르사프르가 제빵 분야에서 과학과 기술 혁신에 큰 투자를 해왔기에 가능했다. 현재 르사프르는 전 세계에 63개의 응용과학 센터와 9개의 감각 분석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설립 초기(19세기 중반), 양조용 효모를 주력으로 했던 르사프르 과거 공장의 모습.

르사프르는 51개의 베이킹 센터를 통해 전 세계에 있는 제빵 관련 종사자들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1만 1천여 명에 달하는 전직원의 국적은 총 96개로 다양하다. 이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며 동시에 각국의 식문화를 잘 이해하고 문화에 맞게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르사프르의 특이점이기도 하다.
한편 르사프르의 슬로건은 ‘Working together to better nourish and protect the planet’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식량 생산과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풍부한 영양 공급과 지구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빵 분야에서는 발효와 관련해 지속적인 연구를 하며 가능한 한 천연에서 유래한 재료들로 제빵 첨가제를 만든다. 이를 통해 제빵사들이 더 건강한 빵을 만들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다.

르사프르에서 만드는 다양한 제빵 첨가제들.

베이킹의 성지, 르사프르 베이킹 센터

프랑스 릴에 위치한 르사프르 베이킹 센터는 제과 제빵 분야의 발전을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1만 2천평 규모의 센터에는 16개의 랩이 있으며 각 연구실에서는 밀가루, 이스트, 개량제 등 빵을 구성하는 핵심 원료를 분석한다. 르사프르의 연구진들은 이를 바탕으로 보다 완벽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밀가루 연구실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들여온 다양한 밀가루를 연구하고, 이스트 연구실에서는 이스트의 발효력과 지속력을 테스트한다. 또한 개량제 및 기타 원료 랩에서는 빵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연구하고 있다. 

ⓒLesaffre

이러한 연구 활동을 바탕으로 르사프르는 제빵사들을 위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한다. 대표적으로 국내에 ‘골드 이스트’, ‘레드 이스트’ 등으로 잘 알려진 드라이 이스트, 일관된 르방과 사워도우를 만들 수 있는 ‘리벤도(Livendo)’ 라인의 제품들, 주요 성분이 효모 추출물로서 발효 시간을 단축시키는 ‘미닛 브레드(Minute Bread)’ 등이 있다. 르사프르는 이 제품들을 ‘선인’, ‘제니코’ 등의 유통사를 통해 국내에 출시 및 유통한다.

ⓒLesaffre


“문제는 구조야!” 르사프르, 혁신을 제안하다

(사)대한제과협회에서 참석한 연수단은 르사프르 직원들의 환대속에 베이킹 센터를 방문해 센터를 견학하고 3일 동안 제빵 수업을 들었다. 통역은 부암동의 파티스리 ‘라프라’ 홍문섭 셰프가 맡았다. 연수단은 본격적인 데몬스트레이션 세미나에 앞서 르사프르가 연구해 온 이스트별 특징에 대해 공부했다. 한재훈 르사프르 한국 지사장은 이스트균이 영하에서 사멸하지 않게 하는 연구를 통해 세미 드라이 이스트가 탄생하게 된 개발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르사프르 기술 고문인 장 루이 부비에(Jean-Louis Bouvier) 셰프는 “빵 제조에 있어 근간이 되는 발효가 르사프르의 주요 연구 대상이며, 거듭된 연구 끝에 오늘날 수십가지에 이르는 이스트 및 개량제가 탄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3일간 총 17가지 빵을 선보이며 제빵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수의 목적은 단순하고 분명했다. 제빵사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공정을 단축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제빵인의 비효율적인 일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변화하는 시대 속 제빵인들이 맞닥뜨리는 문제를 함께 풀어가자는 것이 르사프르의 설명이었다. 장 셰프의 뒤를 이어 아시아-퍼시픽에서 기술 고문을 담당할 컹탕 필립(Quentin Philippe) 셰프는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르사프르에서 개발한 이스트와 사워도우 스타터, 레디 투 유즈(Ready-to-Use) 르방 분말 등을 활용해 제빵 공정의 혁신을 선보였다.

세미나에서 선보인 르사프르의 혁신

Innovation 1 냉동 바게트

풀베이킹은 파베이킹의 단점(여러 번 구워 두꺼워지는 바게트 크러스트)을 보완할 수 있다.

르사프르는 파베이킹(Part baking) 대신 풀베이킹(Full baking)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기존 파베이킹은 초벌 굽기를 한 후 냉동 유통한 뒤 매장에서 완전히 익혀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풀베이킹은 일반적인 베이킹 시간 대비 절반 시간 동안 고온에서 짧게 1차로 완전히 구운 후, 해동 없이 2~3분 동안 2차 굽기를 통해 완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는 냉동 빵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미닛 브레드’를 첨가해야 가능한 기술로, 시간 대비 생산량을 늘리고 로스율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 얇은 크러스트 구현이 가능하며 부스러짐 현상을 방지해, 기존 파베이킹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보완했다.


Innovation 2 2차 발효 없는 빵

빵은 일반적으로 1차 발효와 2차 발효를 거친다. 허나 르사프르가 제안하는 ‘2차 발효 없는 빵’은 1차 발효를 거친 통 반죽을 저온에서 보관한 뒤 분할해 바로 굽는다. 이는 4°C에서 15~24시간 동안 머물어 차갑게 된 상태의 반죽을 고온(270°C)에서 구워 온도 쇼크를 일으킨 방식이다. 그 덕분에 빵이 크게 부풀어(오븐스프링) 부피감을 구현한다. 또 해당 반죽은 48시간 냉장 보관이 가능해 판매 상황에 맞춰 즉각적으로 구워 판매하기에 적합하다. 성형 등이 능숙한 숙련 기술자가 아니더라도 빵을 구울 수 있어 인력 이슈에 대응하기 좋다.

① 1차 발효한 반죽
② 자동커터기로 반죽 분할
분할된 반죽
③ 면포에 바로 팬닝
④ 균일한 굽기로 완성


Innovation 3 원스텝 파네토네

파네토네는 전통적으로 리에비또 마드레 발효종을 사용하지만,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르사프르는 ‘리벤도(Livendo)’ 라인의 ‘사프 르방 LV1’ 사워도우 스타터(0.5% 사용)와 클린 라벨인 개량제 ‘이비스 옐로우(0.25% 사용)’를 활용해 원스텝 방식의 파네토네를 제안했다. 이 방식은 전통적인 방법보다 간단하고, 파네토네를 오래 두고 먹는 과거 스타일과 달리 3일 정도면 모두 소비하는 현대 소비자의 스타일에 맞는 풍미와 질감을 제공한다. 또 복잡한 과정 없이도 균일한 품질의 파네토네를 만들 수 있다.


Innovation 4 사워도우 스타터로 만드는 르방

밀가루 100%, 물 50%, 소금 1.5%, 사워도우 스타터(사프 르방 LV1) 0.5%를 저속으로 5분간 섞은 후 28~32°C에서 20시간 발효해 르방을 제조했다. 이 르방은 4°C 냉장고에서 2~3일간 보관해 사용할 수 있으며, 발효 시간을 조절해 신맛 또는 부드러운 맛을 조절할 수 있다(강한 산미를 원하면 24시간, 그렇지 않으면 12시간). 이 방법을 사용하면 일관적인 르방을 만들 수 있어 제빵사의 수고를 덜 수 있다.

Innovation 5 활성화 사워도우 분말로 만드는 빵

리벤도(Livendo) 라인의 ‘플렉시(Flexi) 르방’은 호밀과 듀럼, 2가지 버전의 활성화 사워도우 분말이다. 사워도우 스타터인 사프 르방 LV1과 달리 본반죽에 직접 투입할 수 있다. 밀가루 대비 3%를 사용해 캄파뉴, 헬시 브레드 등을 제조했다. 스트레이트법으로 만들었음에도 르방 풍미가 살아 있는 빵을 만들 수 있다. 


Innovation 6 트라디지로 만든 풀리쉬

듀럼 풍미의 개량제 ‘트라디지(Tradizy)’ 40%와 밀가루 100%, 물 160%를 섞은 후 4°C에서 10~72시간 발효해 풀리쉬를 만들었다. 이 풀리쉬로 제조한 식빵과 바게트는 풍미가 깊고 색감이 좋았다. 이 방식을 통하면 이스트를 극소량만 사용하거나 생략해도 제빵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이외에도 르사프르는 비활성화 사워도우 분말을 사용한 르방 풍미의 빵, 전발효냉동(PPF·Pre Proof Frozen)을 통해 발효까지 마친 상태로 냉동한 후 굽는 크루아상 등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법이 녹아 있는 제품들을 선보였다. 이번 세미나는 단순히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
어, 제빵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르사프르의 가에탕 즈구(Gaëtan Jegoux) 베이킹 센터장은 다음과 같은 말로 이번 연수를 마무리했다.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해 제빵사들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다음 세대의 제빵사들이 같은 고민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르사프르의 핵심 가치입니다. 내일의 기술을 통해 제빵사들의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도록 르사프르는 오늘도 열심히 연구합니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혜아 기자 hyeah0112@gmail.com

[ⓒ 월간 베이커리 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