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베이커리에 대해 말하다.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 | 2024-09-13 16:45:52

프랑스 블랑제리-파티시에 협회 도미니크 앙락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티장으로서 바라보는 프랑스 베이커리의 흐름을 전한다.

Q. 프랑스 제과 제빵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됐는지, 현재는 어떤 트렌드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시다시피 프랑스 빵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되었습니다. 바게트의 역사가 100년 정도 되었다고 하지만 다른 빵의 역사들도 생각해보면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죠. 1970년대 프랑스 제빵의 번영기를 지나 산업화를 거치면서 1993년에 전통 바게트와 상업화된 바게트를 구분하기 위해 바게트 트라디시옹 개념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이후 1998년에 관련 법안을 제정하게 되는데, 여기서 나온 단어가 바로 ‘블랑주리’입니다. 이때부터 직접 반죽하고 손수 구워 낸 베이커리를 블랑주리로 지칭하게 됩니다. 오늘날의 트렌드는 앞서 말한 블랑주리에서 판매하는 제품으로 볼 수 있는데요, 아직까지도 바게트가 70%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30%는 치아씨드 같은 새로운 재료로 만든 이색 제품들이고요. 그 밖에도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큰 덩어리의 빵을 작은 조각 소분해서 판매한 빵이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제는 지나갔지만 한때 체중 감량 식단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루텐 프리도 트렌드 중 하나였죠. 특히 최근에는 설탕과 소금의 함량을 낮추는 것이 아주 중요한 화두가 됐습니다. 예를 들어 크렘 파티시에르를 만들 때 이전에는 300g의 설탕을 넣었다면 이제는 200g의 설탕을 넣는 등 설탕 줄이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프랑스 보건복지부와의 긴밀한 논의 속에 소금 함량도 줄여 나가고 있어요. 반죽 1kg에 소금 16g의 비율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Q. 국제적으로 오른 인건비와 재료비는 한국 베이커리 시장에도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프랑스도 가스값 폭등 등으로 어려움이 있어 보이는데요, 어떻게 헤쳐 나가셨나요?

전세계적으로 일어난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해 에너지와 가스가 아예 끊기는 상황까지 오게 됐어요. 프랑스는 특히 전기료가 가스료에 연동돼 있기 때문에 가스비가 오르면 전기료도 함께 상승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거진 1년 동안 전기료가 5배, 7배, 심지어 10배까지 상승하게 됐습니다. 이 외에도 중요한 것이 밀가루 가격일 텐데요. 우크라이나가 중요한 밀 수출국이다 보니 전쟁으로 인해 밀 수출이 막혀 밀 가격 역시 폭등하게 됐습니다. 설상 가상으로 조류 독감의 유행으로 닭들이 살처분됨과 동시에 달걀 가격이 2배 이상 올랐습니다. 설탕 역시 설탕의 원재료인 사탕수수가 바이오 연료로 활용되며 가격이 올랐고요. 마지막으로 인건비도 10%이상 오르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관리하고자 협회 차원에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먼저 지난 9월달부터 제빵사들에게 오븐 사용 등 에너지 절약 가이드를 만들어 제공하였습니다. 그 결과 10~15%의 연료비 절감을 이뤄냈어요. 또 프랑스 정부와 긴밀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이 소규모 작업장의 베이커리입니다. 10인 이하의 작업장이 많은 편인데, 작은 규모의 사업장이라도 에너지 소비는 큰 편이에요. 이에 정부가 전력 업체를 상대로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지원을 해줬습니다. 마지막으로 강력하게 주장한 것이 바로 가격 인상입니다. 사실 프랑스에서 바게트라 하면 굉장히 오랫동안 가격을 함부로 올리지 못한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이번에 바게트를 포함해 전 제품을 5~10% 인상하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Q. 바게트가 유네스코에 등재되긴 했으나 사람들의 식문화는 또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바게트의 유네스코 등재는 개인적으로 참 놀라운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5년 전, 파리 제빵사 협회장으로 일했을 때부터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해왔습니다. 바게트 자체는 매일 소비하기 때문에 사라질 일은 없지만 산업화 그리고 세계화의 흐름 앞에서 전통 바게트, 특히 천천히 발효시키고 반죽하여 만드는 트라디시옹 제조 방식의 전통 바게트는 위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후 정부와 의회, 여러 단체들을 설득하여 그들의 지원 속에 이 일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유네스코 등재에서 중요한 여러 의의를 찾을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정말 맛있고 아름다운 바게트를 만드는 제빵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소비자들에게 전통 바게트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점, 세 번째는 젊은 사람들에게 제빵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것 역시 문화유산 등재의 의의하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의의는 프랑스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무형문화제로 등재된 것이기 때문에 바게트라는 물질이 등재된 것이 아닌 바게트를 만드는 아티장 노하우, 즉 장인 기술이 등재된 것입니다. 이런 무형의 프랑스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Q. 이번에 국제 제과 제빵 연합회 회장(international union of bakers and confectioners, IUBC) 이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직면한 문제를 꼽자면 빵 소비량의 감소입니다. 해당 문제의 원인에는 소비자들과의 소통 부재를 꼽을 수 있죠.  나아가 제빵 업계 내부의 커뮤니케이션도 더 원활히 이뤄져야 합니다. 최근 안정된 수준의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국가 간의 교육 교류를 통해 숙련된 제빵사들이 젊은 제빵사들을 양성해간다면 한결 나아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또 염두에 두는 것이 ‘빵 소믈리에’입니다. 최근 독일을 갔을 때 빵 소믈리에라는 국가공인자격증을 처음 듣고 흥미를 가졌는데요, 빵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자 중에서는 빵집을 직접 운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빵을 소개, 영양학적인 설명 등 빵과 관련해 중요한 소통의 역할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학위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 정도는 계획해보고 있습니다.

 

Q.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티장으로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과 제빵사라는 직업은 열정에서 비롯되는 직업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휴일 없이 밤낮으로 일하고 고된 작업을 해야 되지만 열정만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요.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기본기를 익히는 것인데요, 피카소의 경우도 모던한 현대 작품들을 만들어냈지만 그 시작은 기본이 되는 화법이었습니다. 이처럼 현재 유명세를 가진 셰프님들도 모두 기본이 되는 훈련을 거쳤다는 것을 거듭 말씀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한국에 온 프랑스 제과 제빵사들에게도 한 마디 전한다면 로컬 제빵사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에는 없는 곡물, 과일 등 식재료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떻게 보관하는 지 등 그 지역만의 노하우가 있듯 음식이라는 것은 결국 문화입니다. 때문에 그 현장의 문화를 제대로 익히면 하는 바람이에요.

월간 베이커리 뉴스 /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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