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다, 시모다류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 | 2025-05-28 16:52:06

같은 일을 해도 ‘기능인’, ‘기술자’, ‘예술가’로 나뉜다. ‘시모다류’에는 빵이라는 매개에 자신의 세계를 투영하는 ‘예술가’가 있다. 관습을 넘어, 빵과 함께 스스로도 끊임없이 진화하는 사람. 시모다상이 구워내는 빵이라는 예술을 만나보자.

어느 철학자에 따르면 같은 일을 하더라도 ‘기능인’일 수도, ‘기술자’일 수도, ‘예술가’일수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단순한 기능적인 일을 반복 하는 것, 사고(思考)를 바탕으로 보다 폭넓은 일을 수행하는 것, 대상을 매개 삼아 자신만의 해석과 시선을 표현하는 것 정도의 차이라고. 

 다양한 종류의 빵이 즐비하다.


그런 의미에서 시모다(下田)상은 예술가다. 세련되고 화려한 외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빵을 보고 있자면 마치, 자신의 세계를 빵에 가감 없이 투영한 느낌을 받는다. 그가 만든 빵은 유일무이하고, 독창적이고, 독보적이다. 기존의 틀에서 과감하게 벗어난 빵이다.  

 수율 135%의 생식빵. 흡사 떡과도 같은 식감을 뽐낸다.
캄파뉴 반죽에 버터를 넣는 라미네이션으로 완성된 시모다류 소금빵. 시모다상의 범상치 않음을 엿볼 수 있다.


2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자신의 가게를 오픈했다. 도제문화와 장인정신으로 대변되는 일본 제빵업계에 깊게 뿌리 박힌 관습과는 거리가 있는 행보다. 그는 말한다. “나는 성장하기 위해 가게를 열었다. 보다 치열하고 진지하게 하루 종일 빵을 생각할 수 있는 환경에 스스로를 두어 내 자신도 가게도 진화하고 싶다.” 


시모다류(下田流)의 오너 셰프 시모다 코(下田 鴻)상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시모다류의 오너 셰프, 시모다 코(下田 鴻)상

Q. 일본은 착실하게 오랜 경력을 쌓고 자신의 가게를 오픈하는 것이 여전히 업계의 문법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와 는 반대의 행보를 보인 것이 인상적이 다. 물론 5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기 간의 경력이지만 말이다. 
내 빵에 대한 확신과 자신이 있었다. ‘블랑제리 켄’에서 수행할 적, 가게의 휴무일마다 팝업 이벤트를 열어 내가 고안한 빵을 손님에게 제공할 기회를 누렸다. 내가 만든 빵을 좋아해 주는 손님들이 많았기에, 내 가게를 열어도 잘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또한 되도록 체력적으로 자신 있는 나이에 가게를 차리고 싶었다. 

Q. 물론 블랑제리 켄에서의 노력으로 충분히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는 실 력이겠지만, 그럼에도 불안감은 없었는지? 예를 들어, 보통 한 번 실망하면 다시는 그 가게에 가지 않게 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내가 아무리 성장한들 고객들이 찾아와주는 기회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는데. 
불안한 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다만, 불안을 동력삼아 성장하는 과정 자체를 손님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물론 그 전제에는 손님들이 감동할 만 한 빵을 만들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Q. 그렇다면 개업 5년차인데, 시모다상 본인이 느끼기에 초기의 빵과 지금 의 빵은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 또한 스스로 어떤 부분의 변화가 있었는지?
빵 스타일이 조금은 점잖아졌다. 오픈 당시, 모양도 맛도 지금보다도 더 가감 없었다. 초기에는 어떤 특정한 맛을 표현해서 임팩트가 큰 빵을 만들어 감동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지금은 맛의 전반적인 밸런스를 중요시한다. 그런 이유에서 프렌치 셰프들의 맛의 표현 방법을 참고하기도 한다.


Q. 최근 들어 원재료 가격상승이 심하다. 특히, 유제품과 초콜릿 같은 부재 료의 가격 상승 폭이 가파른데, 시모다류의 경우 다양한 원재료를 사용하는 만큼 여러모로 힘든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원재료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곧 이곧대로 빵의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실정이니 말이다. 원재료값 상승이 앞으로 방향성에 영향이 있을지?
일본의 빵집들은 빵의 가격을 올리는 것에 거부감 혹은 거리낌이 큰데, 나는 가능한 최대한 올리고 있다. 원재료값이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빵의 가격이 그대로인 것은 빵집 혹은 이 업계가 건강하게 살아남는데 결코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방향성에 있어서는 내가 좋아하는 맛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크기 때문에 부재료의 원가가 상승해도 사용하는데 있어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다. 터무니없는 가격은 손님들에게 거부감이 들겠지만, 합당하고 설득력 있는 재료사용으로 인한 피치 못한 가격설정은 손님들도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무엇보다 음식은 맛있으면 팔린다. 만드는 사람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어떻게 하면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을까’가 아닌, ‘어떻게 하면 맛있는 것을 만들어 제공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Q. 주3일 휴무에 노동시간도 1일 11시간이라고 들었다. 결국 지금의 시모다상이 있는 것도 과거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하루 20시간씩 자신을 쏟아 부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스태프들의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스태프들의 성장도 더뎌지는 것 아닌가?
나는 빵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성장을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장은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취하는 것이다. 내가 노동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그들이 정해진 시간만큼만 일한다면 애초에 성장할 욕구가 크게 없는 것이다. 나쁜 것이 아니라, 나는 직원들이 오래 일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구축하고 거기서 결핍을 느끼는 스태프가 있다면 자발적으로 노력하면 된다고 믿는다. 


Q. 직원관리에 있어 특별히 신경쓰고 있는 점이 있는가?
직원들에게 가장 큰 불만이 무엇인지 묻고, 가능한 그 불만들이라도 해소시켜주려 노력한다. 근무시간, 급여 등 다양하다. 물론 불만을 완전한 만족으로 바꿔놓을 순 없겠지만, 적어도 이곳에서 일하는데 있어 부정적인 요소는 없애 가려 노력 중이다.  


Q. 그렇다면 반대로 직원들에게 바라는 것 혹은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지?
정해진 레시피와 공정을 표면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닌, 각 배합과 공정에 대한 섬세한 이해를 바탕으로 내가 의도했던 바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빵 만들기를 강조한다. 결국, 시모다류는 내가 만들고자 하는 빵을 만드는 곳이다. 그 빵에 대해 완벽히 이해를 하고 만드는 빵은 반드시 한 차원 다르다. “창조는 모방으로부터 시작한다”라는 격언이 있듯, 나의 빵을 완벽히 이해하면 그들 스스로의 빵을 만들 수 있는 길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Q. 정말 예상할 수 없는 제법과 재료의 빵이 많다. 생식빵의 경우 수분율이 130%가 되고, ‘바위’라는 빵도 있으며, 빵에서는 처음 맛보는 재료도 많다. 이러한 정해진 상식을 벗어나는 창의성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지?
성격 자체가 재미있는 것을 추구한다. 그렇기에 독특한 이름, 식감, 재료의 빵 을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만들고자 노력한다. 맛있는 것은 무조건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내가 기준이 되어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대중의 유행이 맛있다고 여기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다. 결국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공감해주는 손님들이 오는 가게가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고 각한다. 유행에 끌려가게 되면 빵집으로서의 생명이 길지 않다고 생각한다.

독특한 이름의 빵 ②. 경박해 보이면서도 경박하지 않은, 실은 살짝 경박한 갈릭 프랑스.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남는 선택지란 그저 자신의 색깔을 담는 일일 테다. 한시적으로 유행을 좇는 바깥의 색이 아닌, 내 안의 색을 온전히 결과물에 녹여내는 것. 그런 의미에서 시모다상의 빵은 그 자신만의 색깔이 가장 진하게 담긴 결과다. 그렇기에 그의 빵은 다른 빵과 비교하지 않아도, 아니 비교될 수 없는 빵이지 않을까.

글·사진 백결 통신원

정리 월간 베이커리 뉴스 /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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