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UM] 소품목 전문점, 선택과 집중이 만든 베이커리 시장의 새로운 공식
박혜아 기자
hyeah0112@gmail.com | 2026-01-30 17:14:51
비용 구조와 SNS 소비가 만든 전문점 확산의 배경
효율과 리스크 사이, 소품목 전략의 가능성과 한계
소품목 전문점, 선택과 집중이 만든 베이커리 시장의 생존 전략
거리와 골목마다 새로운 빵집과 카페, 레스토랑이 속속 등장한다. 오픈런이 이어지는 매장의 이름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어제의 히트 메뉴는 오늘 또 다른 아이템으로 대체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취향과 이를 좇는 시장의 흐름을 두고 일각에서는 ‘과잉된 유행’과 ‘안이한 창의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약과, 소금빵, 베이글, 두바이 쫀득쿠키 등 이른바 ‘히어로 아이템’의 등장은 분명한 성과를 남겼다. 특정 제품의 폭발적인 인기는 베이커리와 디저트 전반의 매출을 끌어올렸고, 동일 품목 안에서의 변주와 실험을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K-디저트 시장은 더욱 다층적이고 풍부한 구조로 확장됐다.
이처럼 베이커리를 포함한 F&B 업계는 지금도 치열한 경쟁 속에 놓여 있다.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기존 공식을 벗어난 식재료 조합과 비주얼을 개발하며, 때로는 단일 품목에 집중한 아이디어 경쟁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한다. 경리단길, 망리단길, 송리단길, 용리단길, 연무장길 등 특정 상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거리 문화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빠르게 흥망을 반복하고 있다. 이 격전 속에서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소품목 전문점’이다.
반복되는 구조, ‘○○ 전문점’의 확산
과거 베이커리 시장은 빵과 케이크, 디저트를 폭넓게 갖춘 ‘토탈 베이커리’가 주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특정 품목에 집중하는 형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식빵 전문점의 급증 이후, 마들렌·피낭시에·까눌레 등 구움과자 전문점이 등장했고, 이후 파이·스콘·베이글·'건강빵'으로 일컬어지는 하드 계열빵 등으로 확장되며 전문점의 범위는 더욱 세분화됐다.
특히 ‘런던 베이글 뮤지엄’을 기점으로 베이글 전문점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사례는 단일 품목이 어떻게 브랜드와 상권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소비자는 ‘무엇을 파는가’보다 ‘무엇 하나를 얼마나 잘하는가’를 기준으로 매장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라기보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시장 구조의 한 형태다. 특정 품목이 주목받으면 유사 매장이 빠르게 증가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시장이 재편되는 사이클이 형성된다.
왜 지금, 소품목 전문점인가
소품목 전문점의 확산은 경제적·사회적 환경 변화와 맞물려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요인은 비용 구조다. 임대료 상승, 대출 금리 인상, 인건비와 원재료 가격 상승은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다품목을 운영하는 토탈 베이커리는 설비 투자와 인력 운영, 재고 관리 측면에서 리스크가 크다.
반면 소품목 전문점은 비교적 작은 공간과 제한된 설비로 운영이 가능하다. 생산 공정이 단순해 인건비 부담이 낮고, 원재료 관리도 효율적이다. 이는 초기 창업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운영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이 된다.
또한 소비 환경의 변화도 중요한 요인이다. SNS 중심의 소비 구조에서는 ‘설명 가능한 메뉴’가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예컨대 ‘믿고 먹는 캄파뉴’라는 한 문장은 강력한 마케팅 메시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단일 품목은 브랜드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가장 간결한 언어다.
여기에 특정 취향을 가진 소비자층, 이른바 ‘마니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과거 ‘민초파’처럼 취향 기반 소비가 확산되면서, 한 가지 품목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전략은 전문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강화하는 수단이 된다.
글로벌 흐름 속 한국형 변화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변화가 국가별 식문화와도 대비된다는 점이다. 프랑스는 오랜 전통과 클래식에 기반한 제과 문화를 유지하며 급격한 트렌드 변화에는 비교적 느리게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 역시 도제 시스템과 기본 원칙을 중시하는 구조 속에서 안정적인 완성도를 추구하지만, 과감한 변주에는 신중한 편이다. 미국은 새로운 식문화와 식재료 개발 측면에서는 빠른 변화를 주도하지만, 대량 생산 중심의 산업 구조로 인해 소규모 단일 품목 전문점이 시장 전반을 흔드는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빠른 창업과 빠른 폐업이 공존하는 역동적인 시장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수많은 자영업자가 실패와 재기를 반복했고, 이러한 환경은 실험적인 시도를 더욱 가속화했다. 그 결과, 소품목 전문점은 한국 시장에서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장점과 한계, 그리고 다음 단계
소품목 전문점은 분명한 장점을 가진다. 운영 효율성이 높고 브랜드 정체성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으며, 제품 완성도를 끌어올리기에도 유리하다. 작은 규모 덕분에 상권 변화나 젠트리피케이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계도 분명하다. 특정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구조는 유행 변화에 취약하다.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유사 매장이 빠르게 증가하고, 이는 곧 가격 경쟁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메뉴 확장의 한계 역시 장기적인 브랜드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전문점’이라는 형식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콘텐츠의 깊이다. 단일 품목에 집중하는 전략은 시작일 뿐이며, 이를 얼마나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발전시키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소품목 전문점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등장한 하나의 생존 전략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과 브랜드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이자,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취향에 대응하기 위한 방식이다. 그리고 이 흐름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품목이 등장하고, 유행이 확산되며, 시장이 다시 재편되는 과정 속에서 또 다른 ‘○○ 전문점’이 등장할 것이다.
결국 시장에 남는 것은 ‘무엇을 팔았는가’가 아니라, 그 한 가지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완성했는가에 달려 있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혜아 기자 hyeah01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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