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빵을 굽다: 장인匠人의 이야기-주식으로서의 빵을 지향하는 곳 카타네 베이커리(KATANE BAKERY)
백결 특파원
rufltk7@naver.com | 2026-01-29 09:20:33
많은 남자들의 이상형이 ‘처음 보는 예쁜 여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 정도로 인간은 새로운 자극에 호의적으로 반응한다. 음식에도 예외란 없다. 인스타그램의 피드는 항상 보다 자극적인 모양새와 맛의 음식들로 대체되곤 한다. 나 또한 빵을 배우러 일본에 처음 발을 딛었을 때, 자극적인 빵을 찾아 쏘다녔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즉각적으로 나를 만족시켜주는 빵을 원했다. 그리고는 어느덧 무뎌져버린 자극을 또 다른 새로운 자극으로 채우려 분주했다. 그러다 마주한 ‘카타네 베이커리(Katane Bakery)’ 빵의 첫 입은 다소 당황스러웠다. 여태껏 추구해오던 빵과는 대척점에 있는 맛이었다. 그러나 심심하게만 느껴졌던 첫 인상의 빵들은 몇 종류 먹다 보니 삼삼함으로 다가왔다. 계속 먹게 되는 빵이었다. 직관적으로 파장하는 것이 아닌, 잔잔하게 호소하는 것들이었다. 자극적이지 않으니 계속 찾게 되고, 어느덧 마음 속 후미진 어느 한편에 머무르는 빵이었다.
한적한 요요기 주택가에 위치한 카타네 베이커리의 카타네 셰프의 말을 들어보았다.
Q. 카타네상은 국산 재료를 애용하고 있다. 내게 국산 재료를 사용한 빵집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치쿠테 베이커리'와 '카타네 베이커리'다. 카타네상에게 있어 국산 재료를 사용해 빵을 만드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카타네 베이커리의 초창기까지도 밀가루를 '단순히 빵을 만들기 위한 재료'로서 인식했었다. 밀가루와 함께하며 빵을 구워가는 시간이 쌓이면서, '밀가루'라는 것이 결국 내가 지금 딛고 있는 이 땅에서 비롯되는 농작물이라는 사실에 눈을 떴다. 그렇게 농가들을 방문하고 관계가 쌓이다 보니 점점 그들의 재료들로 빵을 만들게 됐다. 가능한 그 재료의 처음과 끝을 알 수 있는 것을 사용하려 한다. 그 재료의 맛도 중요하지만 인체에 유해하지 않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내가 돈을 지불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생산자인지를 중요시하고 있다. 또한 가능한 수입산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싶다. 단순히 국산 재료를 애용하자는 분위기에 휩쓸린 것이 아니라, 빵이라는 것 자체가 내가 터전으로 삼고 있는 땅의 재료로 만드는 것이 자연스럽다 생각한다. 때문에 수입산이 대부분인 몰트도 사용하지 않고, 전체적인 공정과 제법으로 보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몰트를 사용하는 주된 이유는 반죽 내 효모의 먹이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몰트가 당이 부족한 하드 계열빵 반죽에서 밀의 전분을 당(효모의 먹이)으로 분해해주기 때문이다. 몰트를 사용하는 대신 카타네 베이커리는 장시간의 오토리즈를 통해 전분을 당으로 분해시키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있다.
Q. 그렇다면 국산 재료를 사용함에 있어 가장 어려웠던 점과 가장 좋았던 점은?
어려운 점을 굳이 꼽자면 비교적 가격대가 높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이외에는 좋은 점뿐이다. 쉬는 날이면 농가를 찾아가서 내가 사용하는 원재료들의 모습을 두 눈으로 보고, 농부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면 재료에 보다 가까워지며 이해도가 높아지는 느낌이 들고, 그 재료들로 만드는 빵에 대해 보다 확신이 생긴다.
Q. 군마현(群馬県)에서 밀을 직접 재배하고 있다고 들었다.
농가를 방문하고 생산자들과 얘기를 나누며, 특히 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동시에 직접 재배해보면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스스로 재배한 밀로 빵을 만들고 싶어서라기보다는 그저 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군마현의 유기농 재료를 재배하는 농부와 협력하여 '마호라마(まほらま)'라는 밀을 직접 재배 중이다.
Q.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지?
음식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물론 손님들이 맛있다고 말해줄 때다. 그리고 이전부터 찾아주는 손님들이 찾아와 간단한 오늘 하루의 안녕을 말할 때. 그런 순간들이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 잘못된 길이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준다.
Q. 빵 만들기에 있어 요즘 가장 빠져 있는 테마가 있는지?
어떻게 하면 보다 심플하게 빵을 만들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하고 있다. 공정과 제법, 그리고 기술적으로는 보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결과물에 가까워지기 위해 다소 복잡해지고 있지만, 배합은 가능한 간결하게 구성하려 한다.
Q. 카타네상이 지향하고 있는 빵이라면?
요즘 빵을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대하는 제빵사가 많은 것 같다. 다만 나는 장인, 즉 기술인은 아티스트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어디까지나 일상적인 음식으로서의 빵을 추구한다. 때문에 나의 자아를 빵에 투영하려 하지 않는다. 특히 아시아가 빵을 통해 자신을 내세우려는, 자신을 표현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주식으로서 빵이 긴 역사를 지닌 유럽과는 다르게 아시아에서 빵은 본래 우리의 주식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아시아인들이 쌀밥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 하지 않듯, 뒤늦게 들어온 빵이라는 문화로 자신을 표현하려 하는 것 같다. 상상해 보아라. 굉장히 화려한 오니기리는 일본인에게 굉장히 어색하지 않은가. 물론 일절 비난할 의향은 없다. 물론 나도 그러한 시절이 있었다. 남들과는 다르고 맛있는 빵을 만들어 제빵사로서 인정받고 싶은 젊은 카타네 말이다. 보다 자극적이고 매혹적인 빵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20년 동안 요요기 주민들이 계속해서 찾아주는 것을 보니 지금의 방향성을 그대로 유지해도 괜찮겠다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Q. 빵을 만들 때 카타네상 스스로가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것들, 그리고 직원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상품'으로서의 빵이 아닌 '먹을 것'으로서의 빵이라는 생각으로 빵을 만드는 것. 때문에 단순히 보기 좋고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공정은 제외하고 있다. 사소한 공정 하나라도 그 결과가 맛으로 이어져야 한다 생각하고, 그렇게 공정을 구성하고 있다.
Q. 카타네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것 같다. 카타네상이 개인적으로 일본 제빵업계에 널리 알리려는 빵문화가 있는 것인가?
쌀이 주식으로 오랜 시간 안착되어 있는 문화권에서 빵이 주식으로서 넓게 자리잡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은 파이일지라도 일본에서 빵이 오랜 시간 사랑받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빵이 하나의 유행이 되거나 너무 자극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빵도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본질에서 벗어난 방향으로 경도되어버리면 우리네들의 식탁에서 빵이 점점 멀어져가지 않을까.
Q. 최종적으로 꿈꾸고 있는 모습이 있다면?
카타네 베이커리가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주방에서 일하고 싶다. 카타네 베이커리의 빵이 앞으로도 요요기 지역 주민들의 일상에 작게나마 이바지했으면 한다. 카타네 빵이 없다면 곤란하진 않지만 왠지 모르게 어딘가 허전한, 그런 빵으로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영화 '설국열차'의 대사가 떠오른다. "오랫동안 닫혀 있어 벽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문이었다." 마치 카타네 베이커리의 문이 내게는 설국열차 속 송강호 배우가 마주한 벽이었다. 그 문을 여니, 새로운 맛의 지평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극'이라는 울타리에서 표류하던 내게 카타네 베이커리는 빵의 원점을 넌지시 알려주는 듯 했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백결 특파원 rufltk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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