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UM] 경기 불황이 가져온 현상, 소비양극화
베이커리뉴스
bakery@bakerynews.co.kr | 2024-10-01 11:39:37
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식품 업계에서 나타나는 소비 양극화를 정리했다.
최근 ‘스몰 럭셔리’와 ‘요노(You Only Need One·YONO)족’이라는 상반된 용어가 식품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고급 디저트를 구매해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스몰 럭셔리족이 증가하며 국내 주요 백화점 3사는 이들을 겨냥한 해외 프리미엄 디저트 숍과 카페 입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대표적으로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6일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고디바 베이커리’ 국내 1호점을 열었다. 벨기에 프리미엄 초콜릿으로 유명한 고디바의 베이커리 숍은 일본 도쿄에 이어 해외에서 열린 두 번째 사례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1일 ‘커피계 에르메스’라 불리는 모로코 커피 브랜드 ‘바샤커피’ 1호점을 국내에 오픈했다. 1호점은 백화점 내부가 아닌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단독 매장으로 열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으로 인한 소비침체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작은 사치’ 형태로 나타난 스몰 럭셔리 트렌드는 계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와 반대로 요노족은 외식 고물가 시대에 접어들며 ‘저소비’와 ‘가성비’에 집중한다. 최소한의 소비를 추구하는 이들을 위해 편의점 업계는 초저가 가성비 상품을 출시하고 대형마트에서는 할인율 경쟁을 하는 등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 잡기에 유통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엔에이치(NH)농협은행이 내놓은 올 상반기 트렌드 보고서를 보면, 2030세대는 일반주점·음식점·배달 앱 등의 소비를 줄이면서 동시에 마트에서 구매하는 간편 음식과 주류 소비는 늘리고 있다. 또 알바천국에 따르면 Z세대 537명에게 추구하는 소비 형태를 질문한 결과 10명 중 7명(71.7%)이 ‘요노 소비’를 지향한다고 답했다.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욜로(You Only Live Once)’식 플렉스 소비를 하기보다 저렴하면서도 필요한 물건만 소량으로 구입하는 요노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명품보다 ‘프리미엄 디저트’
그러나 스몰 럭셔리족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지갑을 여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밥값과 비슷한 8~9천 원대 혹은 그 이상의 디저트를 구매하고자 웨이팅을 불사한다. 다소 비싼 가격대라도 유명 브랜드의 디저트 혹은 커피를 즐기고자 하는 니즈를 엿볼 수 있는 결과다. 앞서 언급한 바샤커피의 한국 상륙 역시 스몰 럭셔리 소비문화의 영향으로 해석 가능하다. 바샤커피는 테이크 아웃 커피 한 잔의 가격이 1만 원을 훌쩍 넘음에도 불구하고 오픈 전부터 줄을 서야 할 만큼 큰 인기를 끄는 중이다. 백화점들은 앞다투어 유명 디저트·커피를 들여오고 있는데 10월 잠실 롯데월드몰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고급 디저트 브랜드 ‘바틸’이 입점 예정이며, 신세계백화점은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꼽히는 ‘인텔리젠시아’를 들였다. 이처럼 경기 불황으로 소비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 속 아이러니하게도 고급 디저트의 인기는 날로 치솟고 있다. 경제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에서도 도드라지는 스몰 럭셔리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외식업 전문 통합 솔루션 기업 와드가 운영하는 ‘캐치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웨이팅 상위 매장’ 대부분에 인기 카페 및 베이커리 브랜드가 이름을 올렸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웨이팅 매장 1위를 차지했으며, 도넛 브랜드 ‘노티드’는 3위를, ‘블루보틀’ 여의도점은 5위로 확인됐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고급 호텔의 10만 원대 디저트나 레스토랑 이용권을 주고받는 선물 문화 또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월 1일 롯데호텔앤리조트에 따르면 시그니엘 서울의 ‘애프터눈 티 세트’는 올해 1분기 기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만 매달 1,000개 이상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는 한 달에 70개 정도만 판매됐던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성장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 역시 웨스틴 조선 서울라운지앤바에서 진행하는 애프터눈 티 세트가 카카오톡 선물 1등 판매 상품으로 꼽혔으며 이탈리아 식당 ‘루브리카’의 식사 코스와 뷔페 ‘아리아’ 이용권이 뒤를 이었다.
‘욜로(YOLO)’에서 ‘요노(YONO)’로
다시 요노 트렌드로 돌아와 살펴보자. 요노족의 약진에 비해 최근 몇 년간 MZ세대 사이에서 소비 트렌드를 이끈 욜로는 사그라들었다. 욜로족은 자신의 삶을 ‘현재’에 맞춰, 미래에 대한 준비 대신 현재를 즐길 수 있는 행복과 경험을 중시하며 소비를 아끼지 않았다. 한 마디로 ‘가치 소비’에 초점을 둔 것인데, 점차 ‘쾌락 지향적 소비’로 번져갔다. 하지만전 세계가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현상 등에 맞닥뜨리자 젊은 MZ세대의 다수는 저소비 트렌드를 쫓기 시작했다. 꼭 필요한 것만 사고 불필요한 소비는 줄이는 요노족이 등장한 배경이다.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요노족은 경제적, 환경적으로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둔다.
요노 공략하는 식품 업계
유통업계에서 ‘1,000원 제품’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오리온’은 최근 2분기 실적 공개 이후 하반기 매출 확대 전략으로 ‘천원 스낵’을 언급했다. 해당 제품은 기존 제품(포카칩·스윙칩·꼬북칩 등 7종)의 용량을 줄여 1,000원에 판매하는 것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합리적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요노족을 공략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1,000원 맥주를 판매해 ‘7만 캔 완판’이라는 성과를 기록한 바 있다. 세븐일레븐 역시 출시 5일 만에 20만~25만 개가 판매된 1,000원 맥주 ‘버지미스터 500ml’, ‘프라가 프레시 500ml’를 재출시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편의점 자체브랜드(PB)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CU는 중간 벤더를 통하지 않고 100% 직거래 시스템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한 ‘득템 시리즈’ 상품을, GS25는 금년도 가격 민감 상품 위주로 ‘리얼프라이스’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업계 종사자는 “과자 한 봉지라도 합리적 가격에 적당한 양을 먹고 싶어 하는 게 요노족”이라며 “단순히 ‘가성비’를 추구하는 것과는 다른 현상이기에 유통업계는 단순 가격 경쟁을 넘어선 포장 등 아이디어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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