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경험은 없다, 파크 하얏트 파리방돔 김나래 수석 파티시에
조한슬 기자
stert1207@naver.com | 2024-10-24 16:30:14
지난해 11월 프랑스의 명망 있는 레스토랑 가이드북 ‘고 에 미요(Gault & Millau)’가 제과 부문 올해의 파티시에로 김나래 파크 하얏트 파리방돔 수석 파티시에를 선정했다. 본지 3월호에서는 충남 당진에서 제과 제빵을 시작한 지 19년 만에 ‘외국인 여성 최초·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로 올해의 페이스트리상을 수상한 김 셰프와 그동안의 도전과 경험에 대해 나눈 대화를 소개한다.
Q. 파티시에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부터 동네 제과점에 예쁘게 진열된 케이크를 보며 제과 제빵을 배워보고 싶다는 꿈을 키웠어요. 그러던 중, 고등학교 1학년이 되던 해 고향인 충남 당진에 관련 학원이 생겼고, 그 길로 바로 학원 등록을 마치며 기본기를 다졌습니다. 이후 2006년 제과 제빵 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대학에서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이 기간에 충남 기능 경기대회 금상, 전국기능경기대회 은메달, 주니어 페이스트리 월드컵 종합 2위를 수상하는 등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많은 경험치를 쌓아뒀어요. 대학 졸업 후 하얏트 호텔이 운영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발탁되어, 2011년부터 1년 동안 하얏트 호텔 괌 지점에서 근무하며 본격적으로 제과인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Q. 하얏트 호텔의 괌, 서울, 베트남 지점을 거쳐 업계에서 혹독한 트레이닝으로 소문난 야닉 알레노 셰프 군단에서 일하던 중 스카우트를 받아 프랑스 파리방돔의 수석 파티시에가 되셨습니다. 셰프님이 뚝심 있게 한길을 걸을 수 있도록 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전 세계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매 순간이 도전의 연속이었어요.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피하지 않고 제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전력을 다했습니다. 그 과정이 비록 힘들었더라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결국 ‘아무 일도 아니었구나’라고 웃으며 추억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머릿속에 가장 많이 떠오른 말은 ‘어떤 경험도 헛되지 않다’예요. 지금까지의 경험들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오늘날의 파티시에 김나래가, 또 제가 만드는 제품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 도록 영향을 주고 있거든요. 이러한 경험의 선순환 덕분에 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롭게 시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셰프님의 디저트를 살펴보며 제철 재료를 중요시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농부의 재료(Matière fermier)’라는 말이 있을 만큼, 농부가 자연의 순리를 따라 경작한 계절 재료에 대한 인식이 높습니 다. 저 역시 디저트를 만드는 시점에 가장 좋은 풍미와 텍스처를 지닌 제철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고,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부각하기 위해 노력하죠. 예를 들어, 제철 무화과를 활용해 제품을 만든다고 가정해 볼게요. 제일 먼저 원재료에 관한 공부를 먼저 시작합니다. 무화과의 기본 정의부터 역사, 영양 요소, 향과 맛의 특성을 파악합니다. 이후 어떤 부재료와 테크닉을 매칭해야 무화과가 지닌 향이나 텍스처를 방해하지 않고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을지 고민하여 제품을 개발합니다.
Q. 오늘날 고 에 미요가 선정한 올해의 페이스트리 셰프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리며, 과거의 ‘나’에게, 또는 동시대의 여성 파티시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마음 독하게 먹고 열심히 하세요’라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여성이자 동양인으로서 주방에서의 일이 절대 쉽지 않았습니다. 2018년 활동지를 프랑스로 옮기고 코로나19가 확산했어요. 단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을 겪었죠.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제가 낙담하거나 화를 낸다고 그들의 문화가 바뀌지 않잖아요? 그래서 현실을 직시하 고 묵묵히 제 실력을 성장시키며 적응하는 데 집중했어요. 여러분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매일을 성실하고 열심히 채워나가세요. 이 시간들이 모여 여러분을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입니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조한슬 기자 stert12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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