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UM] 온라인 주류 판매 허용을 둔 입장차이

베이커리뉴스 / 2024-03-01 10:31:25
오늘날은 대부분의 재화를 화면 터치 몇 번으로 살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여러 가지 현실의 벽으로 인해 온라인 구입이 어려운 상품들도 있다. 주류도 그 중 하나다. 현행 주세법상 전통주로 인정되는 술에 한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행착오적 제도라는 비판이 있다. 일각에서는 청소년들이 무분별하게 술에 노출되는 위험성과 소상공인 시장 위축 등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구매력이 높은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주류 시장이 재편되며, 온라인에서 주류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 건강과 청소년 음주 예방의 차원에서 주류 통신 판매가 지나친 음주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며, 2009년 전통주산업법을 제정해 주류 중 전통주만 온라인으로 제품을 사서 배송까지 가능하게 했다. 이처럼 주류는 대면 판매가 원칙이지만, 규제의 벽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온라인으로 술을 구매한 후 대면으로 술을 픽업하는 ‘스마트 픽업 서비스’가 지난 2020년 코로나19 시기 허용되며, 온라인 주류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소비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음에도, 수년 전 만들어진 비합리적인 규제에 얽매여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지난해 말 국세청이 맥주, 와인 등의 온라인 판매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류 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현재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주류 온라인 판매가 불가한 나라는 한국과 폴란드뿐이다.

신중한 접근 필요
한국의 주류 산업에 대해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주류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편익 증대는 중요하지만, 국민 건강 및 청소년 주류 문제 등을 고려해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또 온라인·통신 판매의 경우 성인 인증을 거친다 해도 실제 구매자에 대한 확인이 거의 불가능해 청소년의 술 구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온라인 주류 판매를 허용하면 현행 주류 유통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온라인으로 종합 주류기업이 바로 소비자에게 주류를 팔면 도매상과 소매점은 모두 설 자리를 잃는다. 중소 골목상권 소상공인에게도 온라인 주류 판매가 반갑지 않다. 이충환 경기도상인연합회 회장은 “온라인 주류 판매를 허용하면 나가서 술을 사 먹겠다는 수요가 줄면서 도소매 소상공인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결국 오프라인에서 술을 파는 많은 상인이 업종 변경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주 업계 또한 반대에 나섰다. 기존에 정부가 전통주에 대해서만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 것은 전통주를 보호·육성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온라인 판매가 주류 전반으로 허용될 경우 전통주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는 맥주, 소주 등의 주종과는 달리 전통주는 이제막 성장을 시작한 유치산업에 속하기 때문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주류 산업 활성화
코로나 이후 유흥시장보다는 가정에서의 주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온라인으로 주류를 구매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더욱 커졌다. 주류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게 되면 유통 과정 중 도·소매업자들을 거칠 필요가 없어 소비가들이 술을 더욱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소주 같은 경우 현재 도매상과 소매상을 거칠 때마다 공급 가격의 10% 수준의 부가가치세가 붙고 있는데, 온라인으로 구매하게 되면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주요 반대 근거가 되는 미성년자 보호와 관련해 주류 업계 일각에서는 주류통신판매 허용과 미성년자의 주류 구매 우려는 무관한 문제라고 반박했다. 주류 판매 애플리케이션 ‘데일리샷’의 김민욱 대표는 “배달 주문을 받은 배달자가 대면 배달을 하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며 “소비자가 물품을 수령할 때 성인 인증을 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서도 술을 구입할 때 성인 인증을 하듯이 온라인에서도 성인 여부를 파악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배달앱을 통한 주류 구매와 위스키의 해외 직구가 허용되는 등 이미 예외 사항이 너무 많다는 것을 포함해 현 제도에 대한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중이다.

세계 각국의 주류 정책
그렇다면 해외의 주류 온라인·통신 판매 현황은 어떨까? 앞서 언급했듯 국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한국과 폴란드 외 나머지 국가는 전부 주류의 온라인·통신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먼저 미국은 주별로 통신 판매에 대한 허용 여부와 종류에 따라 허용 범위와 규정이 다르다. 통신 판매 면허 발급권이 각 주마다 있어, 현재는 앨라배마와 유타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주 단위로 와인 및 기타 주류가 온라인에서 판매 가능하다. 또한 영국, 프랑스, 스웨덴, 스위스, 독일 등 유럽 주요 10개국은 와인, 맥주, 증류주 등 넓은 범위의 주류를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은 온라인 판매와 대면 판매가 동일하게 이뤄지며 점포 면허와 함께 면허를 취득한 관리자를 두고 있다.

한국의 상황
해외 주류 온라인 판매는 나라별로 상이하나 지역 주류 판매점 수 제한, 주류 판매일수, 미성년자 구매 방지 등 여러 안전장치가 존재한다. 이러한 장치들은 국민 건강 저하와 미성년자 주류 판매 등 온라인 판매의 우려점을 방지하고 있다. 법제화가 잘 된 해외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주류 제한 정책은 연령 제한 및 통신 판매 제한 이외의 다른 정책은 없다. 전통주만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가운데 전통주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 통신판매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명확한 규제와 안전장치 마련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 확대를 위한 제도 완화를 논의해야 될 때”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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