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1일 농부시장 마르쉐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에스팩토리 D동에서 9번째 ‘햇밀장’을 개최했다. 이번 햇밀장은
햇밀이 수확되는 여름을 맞아, 9번째 ‘햇밀장’이 성수동에서 열렸다. 2016년 첫발을 뗀 햇밀장은 밀 농가와 제분소, 작업자(베이커, 요리사), 소비자가 한자리에 모여 그해 수확된 햇밀을 함께 맛보고, 수확의 기쁨을 축하하는 축제다. 햇밀장에서는 햇밀 농가와 햇밀 제분소, 햇밀 작업자 팀이 참가해 다양한 햇밀로 만든 빵과 국수 등을 판매하며, 소비자와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밀의 이야기와 신선한 맛을 나눴다. 이 외에도 제철 채소와 과일, 수공예품 등이 준비되어, 시장에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매년 햇밀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보여주듯, 올해는 햇밀농가와 제분소, 작업자 총 46팀이 참가했으며, 개장 시간인 오전 11시부터 많은 손님이 찾아와 인산인해를 이뤘다.

“햇밀을 맛보며 대지의 안부를 묻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밀은 그해의 날씨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최근 이상 기후 현상이 심해지며, 밀 농가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도 올해 오프라인 햇밀장에는 농가 6팀이 귀한 발걸음을 하여, 소비자와 함께 수확의 행복을 나눴다. 이들 중 올해로 햇밀장에 4번째 출점한 ‘이철규사과’의 이철규 농부는 이번 시장에서 3가지 품종의 밀을 소개했다. 이 농부는 “올해는 예년에 비해 비가 많이 와 재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밀을 소중히 아끼는 작업자, 소비자들을 직접 마주하며 행복을 느꼈던 햇밀장을 떠올리며 버틸 수 있었습니다. 햇밀장은 밀 농부들에게 농사를 짓는 이유와 보람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시장입니다.”라고 전했다.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오가그레인’은 시장에 출점한 유일한 제분소 팀으로, 우승구 운영책임자는 햇밀이 빵이나 요리로 만들어지기 전, 밀가루로 가공되는 중간 흐름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자 참가했다고. “우리밀을 다품종 소량생산 형태로 재배하는 농부들의 경우 마땅한 제분소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습니다. 햇밀장을 통해 이러한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 베이커들과 대화하며 그들이 원하는 밀가루의 스펙을 파악하고, 품질을 개선해 나갈 예정입니다.”라고 밝혔다.
우리밀로 만든 빵이라면 흔히 식사용 통밀빵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번 햇밀장에는 캄파뉴, 바게트와 같은 하드 계열빵을 비롯해, 스콘, 피낭시에, 초콜릿, 페이스트리, 젤라또 등으로 재탄생한 우리밀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작업자 팀 중 한 곳인 ‘베지앙’은 캄파뉴와 같은 하드빵은 물론 백강밀로 만든 비건 페이스트리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김아윤 오너 셰프는 “햇밀장을 통해 소비자에게 베이커리에 우리밀을 사용하는 의의에 대해 환기해 드리고, 이점에 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어 뿌듯합니다.”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빈투바 초콜릿 전문점 ‘카카오다다’에서 통밀 100% 검정밀을 사용해 완성한 햇밀 시즌 한정 ‘햇밀 빈투바’를 소개했으며, 젤라또 전문점 ‘델레떼’에서는 아리흑밀을 이용해 ‘아리흑 젤라또 모니카’를 판매했다. ‘우리집 젤라또’는 MZ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디저트 품목인 와플과 티라미수에 백강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긴 대기 줄이 생기기도 했다. 경주 핫플 맛집으로 오픈 초기부터 다양한 우리밀 제품을 소개해 온 ‘월정제과’ 부스 역시 제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월정제과는 식사빵부터 구움과자까지 폭 넓은 제품군을 소개했으며, 특히 우리밀로 만든 베이글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농부, 제분소, 작업자는 소비자에게 햇밀을 소개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특히 이번 9번째 햇밀장에는 총 39팀의 베이커리 작업자가 참여해, 우리밀이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베이커리 품목으로 가공되며 영역을 확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우리밀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자리였다. 햇밀을 활용해 빵 한 덩어리를 만들기까지 반복되는 농부, 제분소, 작업자 간 협력의 움직임과 소비자와 더불어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햇밀장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조한슬 기자 stert12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