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에서 만나는 영국 베이커리, 헨리스플랏

박다솔 기자 / 2025-03-25 11:33:26
따뜻한 차와 함께 디저트를 즐기는 티타임의 원조, 영국. 이제 직접 영국에 가지 않아도 언제든 영국 본토의 맛을 그대로 담은 스콘과 번을 즐길 수 있다. 디저트 한 입을 베어 물고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영국의 어느 가정집 같은 아늑함에 현지의 맛은 더욱 살아난다. 갓 내린 커피와 함께 영국식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헨리스플랏’이다.

서울 성수동의 한 골목, 건물 입구에 꽂힌 영국 국기와 심플한 검은색 어닝이 눈에 들어온다. 창가 사이로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이곳은 2024년 12월, 새롭게 오픈한 영국식 베이커리 카페 ‘헨리스플랏(Henry’s Flat)’이다. 헨리가 사는 집이라는 뜻으로, 곰돌이 캐릭터인 ‘헨리’와 영어로 연립주택을 의미하는 ‘플랏’을 더해 지었다. 영국 본머스에서 유학 경험이 있는 황정인 대표와 강현민 대표가 함께 메뉴 개발과 매장 운영을 맡고 있는데, 영국에서 실제 살았던 경험이 매장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한국에서 ‘로우어 가든’이라는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했었고, 이를 토대로 헨리스플랏에 영국을 더욱 생생히 녹였습니다. 영국 현지의 맛을 살린 메뉴는 물론이고, 인테리어 소품까지 신경 쓰지 않은 곳이 없죠.” 영국으로 가득 채워진 공간에서 매일 구워 내는 영국식 빵과 디저트가 탄생할수 있었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헨리가 사는 집
상호처럼 연립 주택, 즉 집의 느낌이 물씬 풍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영국 가정집 시안을 정말 많이 찾아봤다는 황정인 대표. 영국에서 실제 거주했던 경험을 토대로 매장에 방문하는 손님이 영국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기분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테리어를 진행했다. 건물은 총 3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지하에서 먼저 메뉴 주문을 한 후 1층으로 올라가면 거실과 방을 연상케 하는 공간이 등장한다. 놓을 수 있는 테이블 수를 현저히 줄이고, 그 자리를 집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민 과감함은 사업가의 입장에선 손해일 수 있지만 전체적인 무드를 위해 포기할 수 없었다고. 2층에도 널찍한 공간이 등 장하는데 매장 곳곳에 있는 전화기, 무드 등, 포스터 같은 소품 또한 직접 영국의 빈티지 숍, 백화점, 서점 등에서 구매해 온 것들이다. 분위기를 흉내만 낸 것이 아닌, 실제 현지의 소품을 사용한 덕에 이를 관찰하는 재미 또한 얻을 수 있다.

바쓰번의 진가를 알아보다
헨리스플랏을 대표하는 빵에는 크게 ‘바쓰번’과 ‘셈라’가 있다. 바쓰번은 약 10여 년전, 두 대표가 영국 유학생 시절 한 지역 신문에서 본 ‘배스(Bath)’라는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며 알게 된 메뉴다. “그때도 밥보다 빵을 좋아했는데 우연히 바쓰번을 신문에서 보고 가게 됐어요. 가서 먹어봤는데 웬걸, 생각보다 너무 맛있는 거예요. 사진을 찍고 나중에 꼭 만들어 보리라 다짐하고 돌아왔는데 사실 잊고 살았죠.” 헨리스플랏을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떠올리게 된 바쓰번. 기억 한편에서 잊혔던 바쓰번을 만들기 위해 영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 같은 매장에 다시 한번 방문했다.

“그사이 대기가 생길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는데 가서 셰프님께 직접 여쭤봤어 요. 어떤 점이 바쓰번의 포인트인지. 그랬더니 케이크처럼 폭신한 식감에 씹으면 씹을 수록 고소한 외피를 추구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뒤로 영국 서점에서 현지 레시피북을 사가지고 한국에 돌아와 그 맛을 위해 계속 연습에 매진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하게 된바쓰번은 그 자체만으로 즐기기에도 충분하지만, 필링을 채우거나 샌드위치 형태로 즐기면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영국 빵을 위한 발걸음
셈라 또한 최근 영국 MZ들 사이에서 ‘핫’한 스웨덴 빵인데, 부드러운 번 사이에 크림과 과일을 샌드해 만든다. 시장조사를 위해 영국에 방문했을 때 알게 된 빵으로, 셈라를 파는 베이커리 앞에 긴 줄이 늘어선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바쓰번과 비슷한 맛의 브리오슈 번에 제철을 맞은 과일을 넣거나 커스터드 크림, 가나슈 등을 듬뿍 넣어 재해석한 만큼 보장된 맛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바쓰번, 셈라, 피낭시에, 스콘 등 베리에이션 메뉴까지 포함하면 30여 가지 메뉴가 넘는 헨리스플랏. 이러한 레시피를 잡는 데까진 불 꺼진 새벽, 남들 모를 연습이 뒷받침되어 가능했다. “우유나 밀가루가 영국 현지 것이 아니다 보니 그 정확한 맛과 식감을 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 지금의 맛을 완성했습니다.”

바쓰번으로 만드는 브런치 메뉴
헨리스플랏엔 바쓰번을 활용한 ‘메론크림번’, ‘쪽파크림치즈번’, ‘명란마요번’ 등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앞으로는 브런치 메뉴도 추가하며 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바쓰번을 반으로 갈라 팬에 구운 후 오픈 토스트, 핫 샌드위치, 프렌치 토스트 같은 메뉴에 도전한다고. “헨리스플랏이 누군가의 지루한 일상에 하나의 재미난 경험이 됐으면 좋겠어요. 계속해서 손님들의 피드백과 함께 차츰 발전해 나가며 영국식 빵과 디저트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겠습니다.” 영국 본토의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바쓰번과 셈라는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잊지 못할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바쓰번 3,500원
영국 남부 지방 배스 지역의 전통 빵. 브리오슈 계열의 빵이지만, 조금 더 부드럽고 촉촉하다. 어떤 재료를 함께 조합해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헨리라떼 6,000원
오이번 6,000원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생전 애프터눈티에 즐겨 먹었다고 알려진 메뉴. 폭신한 바쓰번 사이에 절인 오이와 크림치즈가 더해져 상큼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스트로베리 셈라 8,500원
영국 MZ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셈라를 재해석했다. 부드러운 셈라 사이에 달콤한 딸기와 부드러운 크림이 가득 샌드되어 있다.
스콘 3,800원 (클로티드 크림과 딸기잼 1,500원)
버터 향 가득한 플레인 스콘에 클로티드 크림과 딸기잼을 함께 곁들여 먹어 보자. 고소함과 새콤달콤함이 입안에서 한데 어우러져 최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헨리스플랏
주소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 427-8
인스타그램     @henrys_flat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다솔 기자 bbbogiii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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