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 소비’는 ‘나도’라는 의미의 라틴어 디토(ditto)에서 파생된 용어다. 소비자 스스로가 자신의 취향 또는 추구 방향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혹은 버티컬 커머스(편집숍, 큐레이션 숍 등에서 커머스만의 고유한 기준을 가지고 특정 상품군을 집중적으로 취급하고 운영하는 것)가 취급한 제품을 따라 사는 소비 방식이다. 대표적인 예로 인플루언서와 같은 특정 인물이 SNS 콘텐츠에 제품을 사용하거나 언급했을 때 소비자가 이를 모방 구매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요거트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요아정(요거트아이스크림의정석)’ 역시 인플루언서들이 자신만의 레시피대로 요거트 아이스크림 위에 각종 토핑을 올려 먹는 모습을 공유하며, 이를 디토 소비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수요가 폭발한 상황이다.
이처럼 디토 소비가 확산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또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보다 시성비(時性比, 시간의 가성비)를 따지는 ‘분초사회’ 경향이 짙어진 것이라 분석했다. 분초사회는 24시간이라는 한정된 물리적 시간 속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분초를 다투는 현대인의 모습을 나타낸 말이다. 상품과 유통채널의 다양화, 정보의 과잉과 맞닥뜨린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을 투사한 디토 소비를 통해 복잡한 구매 의사결정 단계를 생략하고 실패 가능성을 감소시키며 시성비를 충족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디토 소비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바쁜 분초 사회, 의사 결정 시간 줄여줘
MZ세대는 트렌드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해 SNS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세대다. 이들에게 가격 대비 품질보다는 시간 대비 성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데 무엇보다 소비 의사결정에 시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자신의 가치관과 부합하는 인물, 플랫폼을 좇는 이른바 경제적 선택인 것이다. 또 트렌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가장 효율적인 전략으로서 비춰지는데 따라 하는 이유에 ‘검증된’, 그래서 ‘내 시간을 아낄 수 있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업계 시장의 활성화
디토 소비가 디저트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 또한 많다. 몇 년 전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던 탕후루 또한 국내에 수많은 가맹점을 탄생시켰고, 이제 크루키를 판매하지 않는 베이커리를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크루키 또한 빠르게 디저트 시장을 점령했다. 크루키를 먹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 된 것인데 이처럼 하나의 아이템이 디저트 업계에 자리 잡는 경우, 트렌드가 되며 불경기를 해소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최근 화두에 오르고 있는 두바이 초콜릿 또한 마찬가지다. 두바이 초콜릿을 구매하기 위해 먼 곳에서 찾아오는 것은 물론, 오픈런 했다는 후기 또한 연일 이어지며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 같은 디토 소비가 향후 보편화될 조짐을 띄면서 식품·외식업계 또한 앞다퉈 디토 소비 심리가 반영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써브웨이는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조합으로 ‘썹픽(SUBPICK)’을 선보였다. 축적된 데이터와 SNS에서 입소문을 탄 꿀조합 레시피를 조사해 접목, 시식을 통해 베스트 3종을 출시한 것이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검증된 아이템으로 구성된 제품을 구매하는 디토 소비는 바쁜 현대인들 사이에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전문가들은 디토 소비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디토 소비가 자칫 충동적이거나 획일적인 소비를 부추겨 불필요한 지출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디토 소비의 그림자, 필요한 소비인가?
본질적으로 디토 소비는 모방 소비의 경향을 가졌다. 유행 혹은 맹목적인 추종으로 자칫 비합리적이거나 충동적으로 소비를 부추겨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소비자아’를 확립 중인 청소년에게는 더욱 해롭다. 최근 청소년의 명품 소비가 늘어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뱅크레이트(Bank Rate)’에 따르면 지난해 설문 조사에서 조사자 3,500명 중 SNS를 애용하는 Z세대가 온라인 충동 구매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취향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따라 소비함으로써 개인의 개성을 약화시키는 단점도 있다.
믿는 도끼에 찍힌 발등
정보가 넘쳐나는 만큼 허위 정보와 과장 광고에 노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플루언서와 대중 사이에 구축된 신뢰도와 친밀도를 이용한 소비자 기만 행위는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다. 작년 식약처는 SNS에서 제품을 광고하고 판매하는 84명의 인플루언서 중 54명의 계정에서 허위·과대 광고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일례로 일반 화장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하게 표현하는 등 소비자가 인식하지 못하도록 교묘한 술수를 쓴 것이다.
한편 디토 소비를 겨냥한 허위 리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네이버를 통해 예약, 결제한 이용자만 후기 작성이 가능한 네이버 플레이스의 허점을 이용해, 영수증을 준 뒤 인증하게 한 후 리뷰를 작성하게 했다. 또한 ‘리뷰 알바’를 고용해 예약하고 돈을 받은 척하면 리뷰 작성이 가능한 점을 이용했다. 전문가들은 “소셜커머스나 플랫폼 등에서 기만 상술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도입하지만 허점이 드러나는 탓에 오히려 거짓 리뷰에 신뢰감을 주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하기 식 창업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탕후루.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개방 통계에 따르면 올해 폐업한 탕후루 매장이 총 196곳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에도 흑당 버블티, 대왕카스텔라, 생과일주스 등 제품의 인기를 보고 창업했다 유행이 지난 뒤 폐업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결국 자영업자의 높은 폐업률은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되고 있다. 이들의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음식점 등 업종의 채무상환능력이 낮아지면서 올해 1분기 신용위험이 높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노후 준비가 미처 되지 못한 상태로 정년보다 이르게 퇴직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빠르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유행 업종 인기가 계속되는 것”이라며 “이같은 창폐업의 반복은 결국 사회적 비용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어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베이커리뉴스 bakery@baker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