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빵을 굽다: 장인匠人의 이야기 - 데니시를 정의하다, 레커(LAEKKER)

백결 특파원 / 2025-09-16 10:40:28
크루아상이 없는 데니시 전문점이 있다. 다소 의아할 수 있지만, ‘레커’의 빵을 맛보면 그 공백이 결코 허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크루아상 대신 자신만의 방식으로 데니시를 풀어낸 셰프의 철학을 들여다본다.

짜장면에 단무지가 없는 듯한 허전함과 당혹감, 도쿄의 조용하고 구석진 다이칸야마의 골목에 위치한 '레커(Laekker)'에 처음 방문했을 때의 느낌이다. 데니시 전문점인데도 불구하고 크루아상이 없으니 말이다. 간혹 크루아상을 만들지 않는 빵집과 만난다. 크루아상을 많이 좋아하는 나로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먼저 밀려오고, 왠지 모를 경외감과 함께 의구심 어린 궁금증이 뒤를 잇는다.  이곳은 왜 크루아상을 만들지 않는 것일까? 무엇보다 이곳은 데니시 전문점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크루아상은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층에게 폭넓게 사랑받는 제품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가게에서도 크루아상이 가장 인기있는 빵이다. 업장이란 곳이 이윤을 추구하는 성격을 띤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크루아상을 만들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매출을 포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크루아상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이 일과 빵에 대한 그들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것 아닐까. 아무리 돈을 벌어다 주는 확실한 제품이라 할지라도, 스스로의 애정이 가까워질 수 없는 제품이라면 손님에게 자신 있게 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데니시 전문점으로서 도쿄에 굳건히 뿌리내리고 있는 레커의 오너 셰프 코이데(小出)상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레커의 오너 셰프 코이데(小出)상 

Q. 본래는 파티시에였다고 들었다. 어쩌다 빵을 만드는 베이커가 된 것인가? 
7년 정도 케이크, 구움과자, 그리고 데니시를 만드는 파티시에로 근무했었다. 대부분이 그렇듯 나도 내 업장 오픈을 꿈꿨다. 하지만 불현듯 회의감이 들었다. 대부분의 파티스리들이 그동안 배워왔던 것에 자신만의 색깔을 살짝 덧칠해 내는 것에 불과하다라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문득 다른 가게와의 차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파티스리에서도 다뤄왔던 데니시를 바탕으로, 빵집과 레스토랑에서도 경험을 쌓아 지금의 레커에 이르렀다. 결국은 내가 일해온 경험을 잘 살릴 수 있는 방식이 데니시 형태였던 것이다. 

Q. 일본은 식빵 전문점을 제외하면 전문점이 굉장히 적다. 데니시 전문점을 하기로 한 계기가 있었는지?
결국은 어떤 형태의 가게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 끝에 내려진 결론이다. 알다시피 일본에는 정말 오랜 시간 동안의 혹독한 수련으로 기술적으로 뛰어난 장인들이 굉장히 많다. 그에 반해 비교적 수행 기간이 길지 않은 나였기에, 개성 있는 확실한 콘셉트의 가게를 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 섰고 그것이 일본에서는 드문 데니시 전문점이었다. 


시그니처, 봐무 데니시.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커스터드 크림을 넣어준다

Q. 도쿄의 손꼽히는 부촌, 다이칸야마(代官山)에 가게를 오픈한 이유는?
긴자(銀座)의 센트레 더 베이커리에서 근무했던 경험으로, 다루는 반죽 수가 적을수록 생산성의 효율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더욱 퀄리티 높은 제품을 구워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부촌인 다이칸야마에서 업장을 운영한다면 메뉴 가짓수는 적더라도 그만큼의 정성과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가격에 구애 받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자유롭게 해 나갈 수 있다고 보고 다이칸야마로 결정했다. 

Q. 데니시 전문점임에도 불구하고 크루아상을 만들지 않는 이유?
빵을 굽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업장의 생존과 관련돼 있다. 결국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야만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제품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다른 가게에서는 흔히 다루지 않는 제품들이 많다. 아무리 데니시 전문점이라지만, 크루아상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크루아상을 만들면 좋겠다는 손님들의 바람도 많이 있지만, 팔린다고해서 무작정 그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지금 이 시점의 생각일 뿐, 무언가 차별화되는 기술과 방법을 고안해낸다면 만들 생각도 있다. 

Q. 물론 지금이야 데니시도 빵의 한 중심축을 담당하지만, 여전히 식빵 혹은 바게트와 같은 식사빵에 대한 수요도 많다. 그런 것을 만들지 않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는지?
결국은 오랜 시간 파티스리에서의 근무했던 영향이 큰데, 케이크라는 음식 자체가 매일 먹는 것은 아니다. 가끔 먹거나 혹은 선물용인데, 비슷한 감각으로 레커의 데니시도 케이크와 같이 종종 즐기는 디저트 혹은 선물용으로도 충분히 자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두유 크림과 시금치, 치즈를 메인으로 한 데니시

Q. 전반적으로 맛이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밸런스가 뛰어나다. 제품을 만드는데 있어 어떤 측면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지?
데니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달달함과 버터의 농후함이다. 하지만 나는 담백한 데니시를 표현하고자 했다. 설탕의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버터도 적절히 사용하여 반죽의 맛과 위에 올라가는 과일 혹은 소스의 맛이 양립하는 밸런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해치지 않는 맛을 추구한다. 

Q. 제조부터 판매까지 오롯이 혼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하고 있는 이유가 있는지? 앞으로도 그러할 계획인지?
어쩌면 대부분의 일본 장인들도 같은 생각일 텐데, 결국 내 시야에서 벗어난 곳에서 만들고 싶진 않다. 이런저런 제의는 왔지만, 레커를 열기 전에 딱히 어딘가의 셰프로 지낸 것도 아니기에 여러모로 퀄리티 유지에 있어서 자신이 없다. 다만 최근에는 혼자라는 한계를 느껴 파트 타이머의 도움을 받고 있다. 

아기자기한 데니시들이 진열되어 있다

Q. 유제품을 비롯한 다양한 원재료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데니시 전문점인 만큼 타격이 클 것 같은데, 가게를 운영함에 있어 영향이 있었는지?
단적으로 버터를 예를 들면, 가게 오픈 당시보다 버터의 가격이 30~40% 올랐다. 정말 곤란한 상황이긴 하다. 물론 앞으로도 원가 상승이 계속 이어지고 그에 따라 빵의 가격도 올라갈 것이다. 빵을 만들고 있는 사람으로서 편협한 해석일 수도 있지만, 되려 지금까지 빵의 가격이 장인들의 정성과 노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무지성적으로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지만, 최소한 쏟아 부은 정성과 시간을 보답 받을 수 있는 가격대가 자연히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더욱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찾는 시대이다. 신선하고 품질 좋으며 안전한 재료는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가격을 띤다. 역시나 품질 좋고 안전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스스로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오픈 초기에는 신선한 과일을 반죽 위에 듬뿍 얹곤 했었지만, 지금 그렇게 한다면 손님들이 납득할 수 없는 가격으로 치닫아버린다. 그렇기에 다소 과일 혹은 소스의 사용량은 줄이면서 그 매력은 여전히 전달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지 궁리하고 있다. 

수없이 빵을 만들고 먹으며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존재 의의가 없는 것의 존재가치란 무엇인가? 수요는 존재 가치는 될 수 있어도, 존재 의의가 될 수 없지 않을까, 존재 의의는 만든이 스스로가 부여하는 것이다. 고작 크루아상 하나 만들지 않는 것에서 빵에 담긴 고민과 애착 등 참으로 많은 것들이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레커는 그 흔한 크루아상 하나 먹을 수 없는 가게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멋진 가게라고 생각한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백결 특파원 rufltk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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