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배동 한 골목에 ‘블랑제리 르팡’이 베이커리 카페를 오픈했다. 베이지 컬러의 친숙한 외관에서부터 빵 냄새가 풍기는 것 같다. 보장된 빵 맛은 물론이고 다채로운 음료들로 고객들을 맞이하는 블랑제리 르팡을 찾았다.
서울 서초구에서 동네 주민들과 오랜 시간을 교감하며 빵 맛을 전해온 ‘블랑제리 르팡(이하 르팡)’이 올해 2월 2호점을 오픈했다. 2호점의 위치는 4호선 이수역과 사당역 사이의 주택가다. 2층 규모의 베이커리 카페의 등장은 방배동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방배동에서 오랫동안 빵집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르팡은 지역 주민들에게 친숙한 이름일 거예요. ‘르팡이 좀 더 가까워졌다’, ‘본점에는 없는 카페 공간이 있다’며 기뻐해주는 고객들 덕분에 많은 관심 속에 2호점을 오픈 할 수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르팡의 김영길 셰프는 지난 1992년 방배동 서래마을 인근에 르팡을 오픈한 후 32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빵을 만들고 있다. 동네 주민들의 입소문을 타며 숨은 강자로 인정받는 르팡은 지난 8월 신세계 본점에 팝업 스토어를 운영해 밤식빵과 메론빵의 매진 행렬을 이루기도 했다.
진심으로 만드는 빵
르팡 2호점에서는 시그니처 빵들, 트렌디하고 화려한 제품들을 주력으로 한다. 르팡의 시그니처는 단연 ‘공주알밤식빵’이다. 직접 손질한 공주산 알밤을 바닐라 빈 시럽에서 숙성해 만든다. 필요한 만큼의 알밤을 매일 전처리하고 이튿날 사용하기 때문에 밤의 당도가 적당하고 촉촉하다. 또 전체 중량의 35% 정도에 달할 정도로 밤이 넉넉하게 들어 있다. 카야 프레첼, 피스타치오 초코 파운드, 양갱 롤케이크 등 눈에 띄는 제품들 역시 선택지에 다양성을 더한다. 수제청으로 판매하는 5가지 에이드는 르팡 2호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 메뉴다.
한편 위생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른 요즘, 김영길 셰프는 이점을 놓치지 않고 스마트 도어를 탑재한 쇼케이스를 들였다. 또 2층 카페 공간의 1/3 이상을 과감하게 워크인 냉동고로 만들었다. 재료를 넉넉한 공간에서 신선하게 보관해 변질 등의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1층 공장에는 유리창을 설치해 창 너머로 공장이 들여다보이게 만들어 청결함 유지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백년 그 이상의 가게
르팡은 3년 전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백년가게’로 선정됐다. 르팡의 단골 고객이 공단에 제보해 이뤄졌다고 한다. 그만큼 르팡은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는 없는 동네빵집의 강점은 바로 향수예요. 우리의 존재가 그들에게 추억이거든요.” 2호점의 대표는 김영길 셰프의 아들, 김대희 셰프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6년째 빵을 만들고 있다. “아버지는 매장 오픈 초기인 90년대 초반, 버터크림 케이크가 한창일 당시 생크림 케이크를 고집했고, 자연 발효빵이 트렌드로 떠오른 2010년, 과감하게 상호를 변경하며 프랑스 빵을 선보이셨어요. 남들보다 빠르게 판단하고 한발 앞서 행동하는 르팡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혜아 기자 hyeah011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