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마다 더 맛있는 디저트가 따로 있는 것처럼 술도 계절의 분위기에 편승합니다. 꽃이 만개한 5월, 따스한 봄바람이 마음에 봄을 피워내듯 입안에 봄을 피워내는 달콤한 티 칵테일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그 달콤함을 더 선명하게 해줄 ‘빵의정석’의 ‘올리브 치즈 바게트’와의 단짠 매력 가득한 페어링 한상을 소개합니다.
헤네시 Hennessy V.S.O.P
브랜디 중 단연 으뜸인 꼬냑(Cognac)은 혀끝에 전해지는 짜릿한 느낌과 진한 향이 일품이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오크향과 약한 후추향, 그리고 간헐적으로 정향과 계
피의 향을 맡을 수 있으며, 꿀과 감초의 달콤 쌉쌀한 맛을 낸다. 게다가 V.S.O.P(Very Superior Old Pale·4년 이상 숙성된 브랜디 등급)로 저렴한 편이라 브랜디 입문용으로 인기가 많다.
우롱차 꼬냑
헤네시에 우롱차를 섞어 칵테일의 베이스를 만들었다. 여기에 우롱이 가진 반발효차 특유의 옅은 쿰쿰함과 구수함, 보드라운 떫은맛이 어우러져 이색적인 맛을 자아낸다. 게다가 우롱 차액은 사과나 배와 같은 프루티함을 가져, 헤네시의 알싸하고 짙은 풍미에 다채로운 스 펙트럼을 연출한다.
밀크 키스 Milk Kiss
빵과 우유의 조합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놀이공원에서 한 번쯤 먹어 봤을 구슬 아이스크림의 식감, 그 속에 은은히 발현되는 알코올릭한 우롱의 향이 마치 ‘밀키스’ 음료를 연상시킨다.
Shake Recipe
헤네시 45ml에 우롱 찻잎 0.5g을 넣고 4~5일 정도 인퓨즈해 우롱 차 꼬냑을 만든 후 우유 30ml, 생크림 30ml, 꿀 20ml를 넣고 섞은 다음 액화질소를 사용해 얼린 뒤 잔에 담는다.
Pairing Point
먼저 갓 구워 낸 올리브 치즈 바게트를 손으로 뜯자, 짭조름함을 덧 입은 밀의 풍미가 풍긴다. 쫄깃한 빵의 크러스트, 촉촉한 빵 결, 그리고 그 안에 가득 든 모차렐라 치즈와 블랙 올리브가 세이버리함을 더한다. 빵을 맛보다 이내 입안에 짠 기가 가득할 때쯤, 밀크 키스를 떠먹는다. 헤네시의 알싸한 후추향, 젖은 나뭇가지 같은 우디향이 우유를 만나 이루는 포근한 뉘앙스가 초미에 전해진다. 이후 점차 달콤한 꿀향과 구수한 우롱의 보드라운 풀향으로 변화하고, 기분 좋은 떫은맛을 남긴다. 게다가 액화질소로 급냉해 균질하게 얼지 못한 결정들이 마치 구슬 아이스크림과 같은 재밌는 식감을 부여한다. 짭짤한 빵과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단짠단짠 상승작용을 이뤄 쉽게 멈출 수 없는 완벽 페어링이다.
몽키 숄더 Monkey Shoulder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 위스키 제조 시 싹 틔운 몰트가 골고루 건조되도록 맥아를 뒤집어 주는데, 이때 몰트를 삽으로 뒤집는 사람을 ‘몰트맨’이라 부른다. 몰트맨이 몰트 뒤집기 과정을 오래 반복하면 어깨가 아래로 쳐지고 휘어지는 직업병을 얻는데, 그 모습이 원숭이 어깨와 닮아 이름 붙였다. 장인들의 노고를 기리는 이름만큼 그 맛이 훌륭하다.
얼그레이 위스키
달달한 맛과 향, 쉬운 목 넘김, 특히 코끝에 감겨오는 바닐라 향이 매력적인 몽키 숄더에 얼그레이 향을 우려 칵테일의 베이스를 만들었다. 베르가모트 오렌지가 가향된 얼그레이에는 열매 껍질에서 추출된 오일 특유의 상쾌한 시트러스 향이 돋보인다. 이처럼 시원한 오렌지 플레이버를 머금은 얼그레이가 몽키 숄더의 달콤한 향미와 잘 어우러진다.
버블 배쓰 Bubble Bath
퐁실한 굴곡의 귀여움이 시각적으로 자극한다. 우아한 라벤더 향과 바닐라 향이 꽃밭에 누워 있는 황홀한 상상을 펼쳐낸다. 마치 나비 한 마리가 다녀간 듯 여리 여리한 텍스처가 입술을 간지럽히고, 이내 섬세한 꽃향기만을 남긴다.
Shake Recipe
몽키 숄더 45ml에 얼그레이 찻잎 0.5g을 넣고 4~5일 정도 인퓨즈 해 얼그레이 위스키를 만든 후 쉐이커에 얼그레이 위스키, 레몬 주스 15ml, 자몽 주스 15ml, 꿀 10ml를 넣고 쉐이킹한 다음 잔에 담은 뒤 라벤더 거품을 올린다.
tip 라벤더 거품은 콩 단백질의 주 성분인 레시틴을 사용했다
Pairing Point
좀 전까지 올리브 치즈 바게트와 밀크 키스의 단짠 조합을 정신없이 즐기고 나니, 입안에 짠 기가 남는다. 이제 버블 배쓰로 입안을 정리해 보자. 마시기 전, 우아하게 피어난 라벤더 향을 즐긴다. 한 모금 머금으려 하니 여린 라벤더 거품이 입술에 닿자마자 사르륵 자취를 감추며 간질인다. 툭 치고 올라오는 알코올릭함이 옅은 존재감을 드러내고는 금세 사라지고, 프루티한 얼그레이의 잔향이 완벽한 마무리를 전한다. 이 황홀한 후미에 매료돼 자꾸 홀짝이는 모습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니, 충분히 마시고 즐겨도 좋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베이커리뉴스 news@baker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