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셜티 커피 1세대’, ‘서울 3대 커피’ 등 여러 수식어가 붙는 카페, ‘나무사이로(Namusairo)’. 2002년 가을, 서울 신림동에서 처음 시작해 현재는 서울 내자동에 자리하고 있다. 어느덧 22년의 역사를 간직 하고 있는데, 상호처럼 곧게 뻗은 나무 사이로 매장이 등장한다. 나무 사이로는 ‘나무사이로 흐르는 길’의 준말로, ‘길’이라는 곡에서 따왔 다. “자연의 소중함을 깨우치며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목은혜 팀장은 이야기했다. 스페셜티 커피는 특별한 커피가 아닌 인간과 관계하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커피라고 생각한다는 배준선 대표. 나무사이로는 자연, 기후, 노동, 다양성, 인류애 등을 커피에 담아내고 있다.


도심 속 오아시스, 한옥
경복궁역 인근에 위치한 매장은 여느 카페와 다르게 색다른 매력 포인 트를 가지고 있다. 바로 1950년대에 지어진 한옥을 그대로 살린 인테 리어인데, 천장의 서까래까지 그대로다. 기존 한옥의 멋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깔끔하게 탈바꿈하기 위해 몇 달 동안 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고. 외관만 보면 이곳이 한옥이 맞나 싶지만 중정을 지나 안채로 들어 가면 아늑한 다락방이 자리한, 옛 모습 그대로의 한옥을 마주하게 된다. 팍팍한 도심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숨겨진 쉼터 같은 공간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 또한 끊이지 않는다. 통창에서는 사계절의 정취와 온도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커피 한 잔과 함께라면 그 어느 것도 부럽지 않다.

스페셜티 커피와의 만남
이처럼 매장이 예쁘다는 후기가 많지만, 사실 나무사이로 하면 ‘스페셜티 커피 1세대’라는 타이틀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나무사이로가 오픈한 2002년은 인스턴트 커피가 국내 커피 시장의 주를 이루며, 일본 커피의 영향을 많이 받던 때였다. 때문에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대부분 몹시 쓰고 진했는 데, 이 같은 커피를 즐기기 어려웠던 배준선 대표는 조금 더섬세한 맛과 향을 내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때마침 전 세계 적으로 스페셜티 커피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하던 시기였고, 맛있고 좋은 재료를 찾던 배 대표는 그때를 마치 “물 만난 물고기 같았다”고 회상한다. “마이크로 로스터리 시장이 막 시작하는 단계로, 더 좋은 맛과 풍미를 가진 커피를 찾아 다녔습니다. 자연스럽게 스페셜티 커피를 접하게 됐죠.” 스페셜티 커피가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이 훨씬 많았던 그시절, 조금 더 나은 커피를 위한 고민이 국내 커피 시장을 좀 더 빠르게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커피 생두의 수입
“사용하는 생두의 출처도 명확하게 밝히며, 공정한 노동력으로 만들어진 커피를 소개하고 싶었다”는 배준선 대표. ‘그린빈뉴스’라는 작은 모임을 만들어 한국 생두 시장에 대해 조사함과 동시에 생두 공부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또 단순히 생두 수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 으로 커피 농장을 방문해 커피 농부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다.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함께 일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알고자 틈틈이 산지에 방문합니다. 한평생 농사를 지어온 농부들의 삶 앞에서, 거대한 커피 산업 안에서, 저희는 매우 작은 존재더라고요.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본에 충실한 커피를 다루고자 합니다.” 현재 사용하는 모든 원두는 판교에 위치한 로스터리에서 로스팅하며 전국 각지 270여 곳이 넘는 카페에 납품도 진행하고 있다. 5명으로 이뤄진 생산팀에서 주 4회 정도 로스팅을 진행하며, 매일 같이 커핑을 통해 원두의 상태를 파악하는 덕에 언제나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다채로운 메뉴들
나무사이로에서는 다양한 베리에이션 메뉴 또한 만날 수 있다. 그 중 ‘아 마레또 라떼’는 작년 ‘롯데칠성음료 음료학교’에서 진행한 ‘모두의 시그니처 시즌2’라는 음료 대회에서 우승한 메뉴로 올해 가을, 편의점에 RTD(Re ady To Drink) 제품으로 출시된다. “메뉴 개발 후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팝업을 진행했는데요, 최종 6개의 카페 메뉴 중 감사하게도 나무사이로의 아마레또 라떼가 1위로 뽑혀 출시 예정입니다.” 커피 외에도 티, 밀크티, 아이스크림, 감주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으니,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선택지는 많다.


스페셜티 커피가 한국에 들어온 지 어느덧 20여 년이 지난 지금, 커피 향미에 대한 개별적인 선호가 생기고, 취향에 맞는 커피를 찾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한 잔의 커피로 우리의 일상이 풍요로워지기를 바란다는 나무사이로. 한국 커피 시장 전대미문의 성장 시기를 함께 해온 만큼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한국 스페셜티 커피의 또 다른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바라본다.

스페셜티 커피의 미묘한 맛과 향을 섬세하게 응축한 커피 파우더. 언제 어디서나 물이나 우유를 더해 편하게 즐길 수 있다. 티피 카, 카투라, 버본, 카투아이, 파체 품종 생두를 조화롭게 블렌딩했다.

쉽사리 질리지 않고 누구나 마시기 좋아 마치밥 같은 커피다. 브라질에서 들여온 생두를 로스팅한 것으로 바닐라, 건과일, 크렘 브륄 레, 누룽지 사탕 등의 향미가 두드러진다.

에티오피아와 브라질 생두를 블렌딩해 볶은 땅콩, 향신료, 코코아, 레몬의 뉘앙 스가 느껴진다. 마치 숲에 들어온 듯한 싱그러운 느낌 또한 느낄 수 있다. 네스프레소 오리지널 캡슐 커피 머신과 호환 가능하다.

여름 시즌 메뉴로 콜드브루를 활용해 만들었다. 페퍼민트 티를 직접 우려 만든 민트 오일이 가미 되어 상쾌하고 청량한 여름이 절로 떠오른다. 부드러운 커피 거품과 민트, 콜드브루의 3박자가 완벽하다.

고소하고 단맛이 훌륭한 공주 밤과 말차의 부드러움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귀리 우유를 사용해 커피나 우유를 못 마시는 이들 에게도 좋은 선택지가 된다. 말차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다.

전국 곳곳 ‘나무사이로’ 원두를 사용하는 곳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판교에 있는 로스터리에서 원두를 볶아 납품하기도 하지만, 생두 또한 많은 카페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독특하고 생소한 원두를 들여오기도 하는데 그 때문에 더 많은 로스터 분들이 사랑해 주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종종 다른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갔다가 나무사이로 생두나 원두를 쓰고 있다는 안내 문구를 만나게 되면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요. 저희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나무사이 로맵스’라고 저희 생두나 원두를 납품받는 곳들에 대한 지도가 있어서 이를 통해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떤 커피를 추구하시나요?
커피에 향미와 맛이 잘 녹아 있고 마시기 편안한 커피를 추구합니다. 농도가 너무 짙지 않아서 매일 마셔도 부담 없는 커피를 내리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가 직접 생두를 들여오고 로스팅하는 만큼 다양성을 추구합니다. 블렌드를 포함해 20여 가지 원두가 준비되어 있는데, 주기적으로 새로운 커피가 입고되다 보니 누구나 적어도 1가지 이상 취향에 맞는 커피를 고를 수 있죠. 입맛에 딱 맞는 커피를 찾을 수도 있고, 새롭고 독특한 커피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가짓수가 많아 고르기 어렵다면 바리스타에게 꼭 추천을 받아보세요! 원하는 커피를 찾아 드립니다.
나무사이로가 어떤 카페가 되었으면 하세요?
최근 실력 좋은 바리스타들과 브랜딩이 잘 되어있는 예쁜 카페들이 정말 많습 니다. 보다 희귀한 커피를 접할 수 있는 카페들도 생기는 것 같고요. 확실히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신경 쓰는 곳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러한 카페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 나무사이로만의 매력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을지늘 고민하는데요. 맛있는 커피는 기본이 되어야 하고 카페에서 제공하는 커피에 대한 자세한 정보, 매장 선반에 놓인 안내 문구 하나에서도 다정함을 느낄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그래왔듯 많은 분께 따뜻한 기억을 선물하는 카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무사이로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8길 21
인스타그램 @namusairocoffee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다솔 기자 bbbogiii2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