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개봉 2014년 9월 29일
장르 드라마
감독 강수경
출연 나가사쿠 히로미(요시다 미사키 역), 사사키 노조미(야마자키 에리코 역)
미사키는 어린 시절 헤어졌던 아버지가 8년 전에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옛 기억을 품은 고향으로 돌아온다. 아버지가 남긴 허름한 창고를 개조하여 카페를 차린 그녀는 잔잔한 파도 소리와 커피콩 볶는 소리를 들으며 아버지를 기다린다.



카페 옆 민박집에는 싱글맘 에리코와 두 아이들이 산다. 에리코가 돈을 벌기 위해 시내로 며칠씩 나가있는 동안 아이들은 배고픔으로 하루를 보낸다. 학교에 급식비를 낼 돈마저 없는 아이들을 본 미사키는 카페에서 일을 시켜주며 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이것이 못마땅했던 에리코는 미사키를 경계하고, 미사키와 가까이 지내는 아이들을 질책하기만 한다. 그런 와중 위험에 처한 미사키를 에리코가 구해주는 일이 생긴다. 이후 에리코가 미사키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행복한 하루들이 계속될 때쯤 미사키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백골이 발견된다. 처음에는 그 백골이 아버지가 아닐 거라 부정했지만, 점차 확신으로 변해가며 미사키는 끝내 마을을 떠난다. 더 이상 미사키가 없는 카페는 적적하기만 하고 그녀의 빈자리를 느끼는 에리코와 아이들의 외로움은 날로 커져만 간다. 허전한 마음이 익숙해질 때쯤 평소와 같이 미사키를 기다리며 카페 앞에 있는 외등을 키는 에리코. 그 뒤로 어딘가 익숙한 자동차가 멈춰 선다. 인기척을 따라 시선을 돌린 에리코는 반가운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어서 와." 차분히 미소를 띄며 입을 연 에리코에게 미사키는 눈물을 머금고 웃는 얼굴로 화답한다. “다녀왔어.”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시나요? 영화 속 주인공인 미사키와 에리카는 그윽한 커피 향으로 마음을 위로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커피 향만으로 마음 속 모든 감정을 달래기엔 부족한데요. 그런 두 사람에게 커피와 함께할 수 있는, 달콤한 위로의 디저트를 선물해봅니다.

영화 내내 어른스럽고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 미사키. 하지만 마냥 단단할 것만 같은 미사키도 "누군가가 날 위해 커피를 내려주니 참 좋네." 라고 말합니다. 아마 미사키도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기대고 싶은 날들이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 미사키에게 모든 근심, 걱정을 사르르 녹여줄 달달한 ‘초코 수플레’를 전합니다. 마음 속의 공허함까지 모두 감싸 안아주는 포근한 식감의 초코 수플레. 오븐에서 갓 나온 초코 수플레 한 입에 미사키의 마음 한 켠 빈자리가 채워질 겁니다.

미사키에게 방어적인 태도로만 일관했던 에리코, 그녀는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은 매우 여린 '외강내유형 인물'입니다. 마치 크렘브륄레를 연상케 하죠. 크렘브륄레의 표면은 설탕 코팅으로 단단하지만 그 속에는 한없이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바닐라 향의 부드러운 크림으로 에리코의 마음 장벽이 녹아 내리길 바라며 그녀에게 이 디저트를 건넵니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