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빵값

박혜아 기자 / 2026-03-30 17:57:22
밀가루 담합 논란 이후 빵값을 둘러싼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동네빵집의 가격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밀가루보다 비싼 부재료, 손이 많이 가는 공정, 그리고 작은 가게들의 현실이 빵값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밀가루 가격 담합 의혹이 제기되며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들이 잇따라 빵값 인하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동네빵집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밀가루 가격이 내려간다고 해서 곧바로 빵값을 낮출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에서 P베이커리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우리 같은 중소형 베이커리들은 대부분 재료상을 통해 밀가루를 공급받는다”며 “재료상 역시 기존에 공급받은 가격을 기준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 인하가 당장 반영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원가 구조다. 많은 빵이 밀가루로 만들어지지만 실제 원가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예를 들어 130g짜리 브리오슈에는 약 70g의 밀가루 반죽과 30g의 버터가 들어간다. *두 재료만 놓고 봐도 밀가루 원재료가는 약 80원, 버터 원재료가는 약 510원이다. 동일한 무게 대비 부재료 가격이 훨씬 높은 셈이다. 치즈, 견과류, 초콜릿 등 주요 부재료 역시 대부분 밀가루보다 훨씬 비싸다. 밀가루 가격이 내려간다고 해서 소비자가격이 크게 변하기 어려운 이유다.
*밀가루와 버터 평균 가격 기준(밀가루 1kg=1,200원, 버터 1kg=17,000원)
동네빵집의 빵값에는 이러한 재료비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공정도 포함돼 있다. 충남에서 Y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사장은 소금빵 성형에 사용하는 버터를 한 번 더 정제해 사용한다. 버터에 남아 있는 고형분이 굽는 과정에서 빵을 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속버터가 흘러나왔을 때 빵이 타지 않도록 버터를 한 번 더 걸러 쓴다”며 “걸러진 버터만큼 손해지만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감수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견과류, 건과일 등 빵에 자주 사용되는 부재료 역시 당절임 같은 전처리를 거친다. 해당 원재료는 대부분 수입품인데, 최근 전쟁과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다. 국내산 재료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인건비, 물류비 등 제반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단례로 빵과 과자를 막론하고 애용되는 공주밤은 과거 1kg당 7천 원대였던 것이 현재 1만 4천 원 수준까지 올랐다. 그럼에도 동네빵집들은 사용해왔던 재료를 바꾸거나 공정을 생략하지 않고 일관적인 품질의 제품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빵값 인상을 막기 위한 작은 움직임
그렇다고 동네빵집이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은 방식으로나마 비용을 줄이기 위한 시도를 한다. 대전 L베이커리의 사장은 “가끔 밀가루 가격 인하 이야기를 하며 빵값을 묻는 고객도 있다”며 “유통 단계가 늘어날수록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최근에는 원재료 유통사와 직거래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늘어나면서 일부 원재료 유통사들도 기존에는 재료상에만 공급하던 제품 코드를 개인 매장 운영자에게 직접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한 과거 15~20% 수준이던 마진을 현재는 10% 초반대로 낮춰 급격히 오른 원재료 가격과 소비자 기대 사이의 간극을 조절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밀가루 가격 논란은 ‘빵값’이라는 결과만을 놓고 이야기되기 쉽다. 그러나 동네빵집의 빵값에는 다양한 재료와 공정, 그리고 작은 가게들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적인 비용이 함께 담겨 있다. 밀가루 값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빵 한 개의 가격 뒤에는 오늘도 수많은 수작업과 고민이 쌓이고 있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혜아 기자 hyeah01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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