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웅장한 자태가 흘러 넘치는 벨기에의 앤트워프 중앙역. 그곳에서 몇 발자국을 옮기면 강렬한 햇빛 아래로 높고 거대한 원통 건물의 초콜릿 박물관이 눈에 들어온다. 내부로 들어가면 고급스러운 금빛의 장식과 신비로운 보라 빛으로 가득 찬 광경이 펼쳐진다.
‘초콜릿 네이션’은 14개 테마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고 관람을 하려면 60~90분 정도 소요된다. 동선을 따라 5분마다 방의 문이 저절로 열리며 전시가 시작된다.
첫 번째 방에는 신비로운 음악과 함께 화려한 금빛 초콜릿 상자가 천천히 회전하고 있다. 상자를 보는 동시에 오디오 가이드로 설명을 듣다 보면 서서히 초콜릿 네이션의 서사에 몰입하게 된다. 그 다음 방에서는 달콤한 초콜릿 냄새와 자연의 소리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바닥의 미디어 아트와 카카오 나무 조형물을 통해 카카오 나무에서 자란 열매가 우리에게 전해지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방에서 방마다 대기실이 있는데, 내부에 그려진 예쁜 그림을 보며 초콜릿에 대한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레스토랑에 입장하면 오묘한 옥색 빛을 내는 숟가락 샹들리에와 미디어 아트로 장식한 테이블이 있다. 자리에 앉으면 자그마한 친구가 나와 아이스크림 플레이팅 디저트를 꾸물꾸물 완성시킨다.
가상 레스토랑을 지나면 시간 제약 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초콜릿의 변천사를 담은 앤티크 가구가 정갈히 배치돼 있고, 벽면에는 벨기에를 대표하는 초콜릿 회사들의 연혁이 자리잡고 있다. 후방으로는 어두운 배경에 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초콜릿 조형물들이 즐비하다. 계속되는 어두운 길을 걸어가면 오로라를 머금은 초콜릿 궁전이 나타난다. 그 곳에는 오직 초콜릿 궁전만이 있었는데 그 신비로운 분위기에 다른 어떠한 장식도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환한 빛을 따라 밖으로 나가면 복도를 꾸민 수백 개의 초콜릿 몰드가 보인다. 동그란 모양, 네모 모양 같이 기본적인 모양의 틀부터 3D 입체 몰드 등 각기 다른 몰드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긴 복도를 쭉 지나오면 1.5m의 초콜릿 거리가 나오는데 우정, 사랑, 미식 등 초콜릿을 여러 관점으로 표현한 사진들이 나란히 걸려 있다. 사진을 보며 감성에 젖어들 때쯤 어디선가 달콤한 향기가 코에 맴돈다. 그 향기의 출처는 박물관 중간 지점에 위치한 초콜릿 공방. 실제 기념품으로 판매하는 제품들을 생산하는 쇼콜라티에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프로페셔널한 테크닉과 화려한 초콜릿에 매료되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마지막으로 S자의 계단 밑에 제일 달콤한 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초대형 초콜릿 분수와 템퍼링 되고 있는 초콜릿들이 있는데, 템퍼링 중인 초콜릿은 지급되는 숟가락으로 무한정 시식이 가능하다. 초콜릿을 충분히 즐기고 나가면 온 세상 초콜릿 굿즈를 모아둔 것처럼 초콜릿과 관련된 다양한 제품군을 만날 수 있다. 초콜릿 레시피 북, 초콜릿 티, 초콜릿 토너, 초콜릿 맥주 등 한 문장으로는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기념품이 있다.

초콜릿에 관한 모든 내용을 한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초콜릿 네이션. 초콜릿 덕후라면 살면서 한 번쯤 꼭 이 달콤한 장소에 방문하 는 것을 추천한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