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계의 조향사, 후미유키 카나이

황지온 기자 / 2024-09-25 10:20:21
‘파르페’는 요즘 한국 디저트계에서 떠오르는 신흥강자다. 이런 파르페와 더불어 플레이팅 디저트, 쁘띠 갸또까지 오랫동안 연구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인피니’의 후미유키 카나이 셰프다.

후미유키 카나이 셰프를 만나다.

Q. 디저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바로 ‘향기’입니다. 오감 중에서 후각은 뇌에 바로 직결된다고 하죠. 어떤 향기를 맡았을 때 특정 기억이 떠오르는 경험이 다들 있으실 거예요. 그 현상을 바로 ‘프루스트 효과’ 라고 합니다. 프루스트 효과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소설 작품에서 유래됐습니다. 작품에서 주인공 마르셀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처럼 후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추억으로부터 환기되는 감정적인 느낌을 훨씬 더 잘 전달해주죠. 그래서 디저트를 제작할 때 향기에 주안점을 둡니다. 사람들에게 향기로 각인되는 디저트가 목표거든요. 물론 외적인 부분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일단 외관이 예뻐야 눈길이 가는 법이니까요.

 

Q. 하나의 디저트를 수많은 구성으로 만드는 이유가 궁금해요.

먼저 식재료의 향미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예를 들어 패션프루츠는 남쪽 과일 특유의 풋내와 살구의 풍미 등 여러 향미가 잠들어 있습니다. 단순히 퓌레나 주스로는 패션프루츠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향미를 구현하기 한계가 있죠. 그 복합적인 맛을 하나하나 끄집어내기 위해 여러 요소를 이용합니다. 한 마디로 다양한 요소들을 모아 하나의 식재료 풍미를 나타내는 것이죠. 그리고 디저트가 단지 젤리나 비스킷으로만 구성돼 있으면 단조로운 느낌이 듭니다. 단조로움은 먹을 때 흥미를 떨어뜨리죠. 그래서 수분감이 서로 다른 재료들을 조합해 식감의 대비를 만들어줘요. 바삭함과 부드러움의 대비가 대표적이죠. 상반된 식감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먹는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Q. 셰프님에게 플레이팅 디저트란 무엇인가요?

디저트를 먹는 그 순간에만 잠깐 실존하는 ‘찰나의 존재’입니다.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요소들이 만나 한데 어우러지며 짧은 시간 안에 조화를 이루죠. 짧은 시간 빛나고 금방 사라지는 것이 플레이팅 디저트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표현과 개성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표현의 장이기도 합니다. 저는 주로 ‘계절’을 담아내곤 하는데요, 제철 식재료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소재들의 조화를 통해 계절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듭니다.

 

Q. 하나의 레시피를 완성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세요?

메뉴 구상은 언제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시간이 소요된다 하기 모호하네요(웃음). 평소 눈여겨보던 소재들이 머릿속에 산발적으로 떠다닙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하나로 뭉치면서 구체적인 형상이 잡히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제철 과일을 봤을 때나 특정 키워드로 의뢰가 왔을 때죠. 그렇게 떠올린 조합들을 현실화하는 과정은 대게 2주에서 한 달 정도 걸립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조합이 있으신가요?) 향기를 중시하다 보니 허브류를 많이 사용하곤 합니다. 최근에는 버베나에 복숭아를 더했습니다. 신선한 느낌을 주는 조화로 냄새만 맡아도 기분이 좋습니다. 또 허브 중에 베르가모트를 특히 애정하는데요, 베르가모트에는 행복을 느끼게 하는 성분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베르가모트에 딸기나 서양배를 접목하면 훌륭한 밸런스를 이루죠.

 

Q. 셰프님이 보는 한국의 디저트가 궁금해요.

전반적으로 컬러풀하고 화려한 외관이 특징인 것 같아요. 일본에서도 한국의 다채로운 색감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장식적인 측면이 두드러지는 ‘뚱카롱’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리고 지난 번 한국에 왔을 때에 비해 빠아빠처럼 클래식하며 탄탄한 기술이 담긴 디저트를 만날 수 있는 파티스리들도 많아진 것 같아요.

 

Q. 앞으로 도전하고 싶으신 디저트가 있나요?

디저트와 요리의 경계에 있는 세이버리 디저트를 탐구할 예정입니다. 보편적으로 요리에서만 쓰이는 식재료들을 연구하여 디저트의 세계로 끌어오고 싶습니다. 레드 와인에 버섯을 조합해 오크통의 향미를 발현하는 것처럼 의외의 조합으로 최상의 밸런스를 선사하는 디저트를 만들 계획이에요. 현재는 감칠맛이 특징인 ‘미소(된장)’를 디저트에 접목하고 싶습니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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