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기 디저트 숍과의 팝업스토어 진행 등 디저트를 통한 고객 집객 효과가 나날이 높아지며 국내 굴지의 백화점들이 식품관 투자에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 6,000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관을 목표로 리뉴얼을 진행 중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디저트 파트 강화 계획을 내놓으며,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2023년도 11월호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의 식품 담당 F&B팀 소속으로 식품관 재단장에서 디저트 파트를 맡고 있는 김수형 바이어의 일상을 밀착 취재했다.
STEP 1. 시장 조사

“시장 조사를 통해 베이커리 업계의 트렌드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월간 <베이커리>와 같은 서적을 살펴보는 것은 물론, 특히 최근에는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셰프들의 소식을 접하고, 디저트 문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MZ 세대 사이에서 무엇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종종 관련 이슈가 있을 때 해외로 시장 조사를 갑니다. 예를 들어 베이커리 강국으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일본의 백화점이나 파인 디저트 숍, 동네빵집 등을 방문해, 한국에서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장 조사를 거쳐 한 달에 10곳 이상의 매장과 컨택을 합니다. 이렇게 최종 미팅을 하는 업장의 유형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인지도가 높아 SNS에 자주 회자되는 브랜드입니다.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가 금방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고유의 개성적인 정체성을 갖고 트렌드 속에서 오랜 시간 존재감을 발휘하는 브랜드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브랜드와 팝업스토어를 진행할 경우, 백화점의 SNS 노출 빈도가 증가하며 젊은층 사이에 화제성을 낳게 되죠. 둘째, 국내외 명성이 높은 최정상급 셰프와 협업하기 위해 지속해서 접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백화점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었던 ‘해피해피케이크’, ‘허니비 서울’, ‘껠끄쇼즈’ 등이 신세계백화점과 팝업스토어를 진행했으며, 브랜드의 충성 고객층이 백화점 고객으로 유입되는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STEP 2. 입점 진행

“신규 점포의 개점이나 기존 점포의 리뉴얼 등 프로젝트의 콘셉트에 적합한 브랜드를 선정하여 입점을 제안합니다. 이후 특정 점포를 방문하는 고객들의 특성이나, 위치, 조건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브랜드와 상의합니다. 최종 확정 보고가 이루어지면 매장 인테리어와 상품, 패키지 등을 논의하며 구체적으로 입점을 진행합니다. 대표적으로 고속버스터미널과 맞닿아 있는 강남점은 고객의 연령대가 다양한 만큼, 다양한 수요가 존재합니다. 가장 보편적인 소비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매출의 기준으로 삼으며, 입점에 있어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이는 점포 중 한 곳입니다. 영등포역 인근에 있는 타임스퀘어점은 강남점보다 20~30대의 젊은 고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점포로, 담백한 식사빵보다 달달한 디저트를 취급하는 브랜드가 더 많이 입점하여 있습니다. 부산에 자리한 센텀시티점의 경우 서울과 거리는 멀지만, 트렌드에 대한 수요는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최근 ‘카멜커피’, ‘레이어드’, ‘노티드’, ‘태양커피’, ‘겟썸커피’ 등 트렌디한 색깔이 강한 브랜드들이 입점하였습니다.”
STEP 3. 시즌 행사 기획

“백화점의 매출은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가정의 달, 명절 등 행사 시즌의 판매율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최근 가을이 시작되며 제가 속한 F&B파트는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 준비에 돌입했습 니다. 크리스마스의 콘셉트와 네이밍을 선정하고, 매년 진행되는 이벤트인 만큼 전년과 비교했을 때 어떤 부분에 차별화를 두고 개선할 수 있을지 품목별 실적을 보며 분석합니다. 이후 브랜드 컨택을 시작하면, 전년도에 섭외했던 브랜드와는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시즌 테마에 어울리면서 클래식한 업장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특히 행사 시즌에 백화점에서 선물 세트를 구매하는 고객은 제품의 품질을 엄격히 살펴보기 때문에, 섭외 시 브랜드가 평소 고객에게 신뢰를 주었는지, 제품성에 얼마나 진심인지 꼼꼼하게 확인합니다. 매년 크리스마스 팝업 시기마다 약 20개 정도 되는 브랜드를 섭외하고 전국의 점포에 배치하여 팝업을 진행합니다. 크리스마스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분들이 푸드 파트에 방문하여 제품을 구입하고 추억을 만들어 가시는 만큼, 올해도 잘 준비하여 달콤한 크리스마스를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일인칭 시점 Q&A
신세계백화점 식품담당 F&B팀에 입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부터 놀이공원, 크리스마스 시즌의 백화점처럼 테마성이 담겨 있는 공간을 방문하는 것이 즐겁게 다가왔고, 공간의 테마를 직접 기획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러한 꿈을 품은 채 대학교에 입학한 후 경영 전략과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 수업을 들으며 시장 분석법과 마케팅 전략 설계법을 배우게 되었죠. 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으로 근무했던 회사에서도 이와 연장선에 있는 기획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이 있듯, 지금의 회사에 좋은 기회로 입사하게 되며 제 어린 시절 꿈은 물론 대학교 전공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F&B 바이어가 되기 위해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고 백화점의 매출 동향을 분석할 수 있는 ‘분석력’과 새로운 상품이나 테마를 생각하고 이를 각 점포 특성에 맞게 기획하는 ‘기획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앞선 경험들이 지금 하고 있는 업무에 많은 도움이 돼 주어, 입사 초기 일에 빠르게 적응하고 제 역량을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입점을 진행하며 뿌듯했던 경험이 있나요
요즘 SNS 맛집으로 불리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오픈런’, ‘웨이팅’, ‘조기 완판’ 3가지가 꼽히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키워드를 눈에 띄게 이루어 냈던 21년도 ‘동명양과자점’ 팝업이 뿌듯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동명양과자점 팝업스토어를 진행할 당시 SNS에서 인지도가 높은 지역 유명 베이커리가 백화점에서 팝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동명양과자점이 큼지막한 사이즈의 꾸덕꾸덕하고 쫀득한 쿠키로 젊은층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팝업스토어로 선보인다면 백화점에 트렌디하고 영한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고 입점을 진행했습니다. 예상대로 정말 많은 고객이 찾아왔고, 이후 광주 빵지순례 필수코스로 불리는 디저트 전문점 ‘코코로나인’, 대구 푸딩 맛집 ‘푸루푸루푸딩’과 같은 수도권 이외 지역의 오픈런 브랜드들과 협업하는 데 출발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내년 초를 목표로 하는 강남점의 식품관 전체 리뉴얼은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많은 고객이 높은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디저트와 카페를 입점시키는 데 F&B팀의 일원으로서 제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진행할 것입니다. 또 더 많은 국내 최정상급의 셰프들과 국내외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 대표님들과 협업하여, 고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찾는 백화점 식품관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조한슬 기자 stert12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