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을 보기 전 이미 브라운 버터(태운 버터)의 풍미에 매료되고, 씹을수록 아몬드와 흑임자가 고소함을 더한다. 심지어 그 안에 든 쫀득한 인절미와 담백한 검은콩이 다채로운 식감을 선사하는 피낭시에. 봄은 찾아왔지만 여전히 찬기가 머무르는 이 시기, 아직은 묵직하고 든든한 디저트에 손이 갑니다. 밀도 높은 구움과자와 이른 봄의 정취를 더하는 주류 페어링을 소개합니다. ‘파티세리 아모니’ 의 ‘흑임자콩떡 휘낭시에’와 와인&전통주의 마리아주를 즐겨주세요.
루스토 아몬띠야도 로스 아르코스 솔레라 레세르바
Lustau, Amontillado Los Arcos Solera Reserva
진한 호박색과 오랜 숙성에서 배어나는 풍부한 견과, 특히 아몬드 향이 가득한 '루스토 아몬띠야도 로스 아르코스 솔 레라 레세르바(Lustau, Amontillado Los Arcos Solera Reserva)'. 입 안에서 느껴지는 실키한 감촉과 고소한 헤 이즐넛 향이 감도는 긴 여운이 인상적이다. 스페니쉬한 아 몬띠야도 셰리는 특유의 전형적인 아로마 덕분에 너티한 디저트와 즐기기 좋다.
Pairing Point
지난달 주정강화 와인 중 하나인 포트와인을 탐닉했는데, 이달은 스페인의 ‘셰리(Sherry)’다. 발효 도중 도수를 강화 하는 포트와인과 달리 셰리는 발효가 완료된 화이트 와인에 브랜디를 첨가한다. 또한 셰리는 ‘솔레라 시스템(Solera System·빈티지가 다른 와인을 블렌딩)’으로 생산해 복합미를 향상시키고, 늘 일정한 품질을 유지한다. 따라서 와린이(와인 초보자)들도, 셰리 와인을 살 때만큼은 자신 있게 초이스 해 친구들 앞에서 으쓱대보자. 일단 피낭시에를 베어 물어보자. 브라운 버터의 헤이즐넛스러운 스모키 향이 식욕을 돋우고, 아몬드 베이스의 흑임자 반죽이 씹을수록 고소함을 더한다. 은은한 단맛이 올라 올 때쯤 셰리 와인을 한 모금 머금는다. 아몬띠야도 특유의 쌉쌀한 아몬드 향과 거친 나무껍질 향이 발현되며, 와인과 디저트 서로의 너티함을 돋보이게 한다. 또 셰리 와인 속 산화된 과실 향과 꿀향이 피낭시에 속에 촉촉이 스며들며 흑임자 풍미를 은은하게 견인한다. 마지막으로 입 안에 남는 아몬띠야도의 오일리한 감촉과 크리미한 후미가 긴 여운을 선사한다.
감홍로 甘紅露
맛이 달고 붉은 빛을 띠는 이슬 같은 술이란 뜻으로, 이름 안에 맛과 색, 술이 만들어질 때의 모습이 모두 담겨 있다. 7가지 약재가 어우러져 독특한 향을 풍기며, 게다가 꽤 높은 도수(40도)에 이르지만 목 안을 타고 넘어가는 맛이 점점 깊어지는 오묘한 매력을 지녔다. 한국적인 맛이 풍부해 한국 식재료를 사용한 디저트와 잘 어우러진다.
Pairing Point
조선 3대 명주 중 첫 번째로 꼽혔던 감홍로. 곡식으로 빚은 소주에 한약재를 침출시켜 빚었다. 많은 한약재가 사용돼 약을 대신해 마실 정도였으며, 동의보감에서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위와 장을 튼튼히 한다’는 것을 미루어 보아 약주로도 여겼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맛도 더하고, 건강도 더하는 일석이조의 페어링을 즐기면 된다. 먼저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꽃향기와 정향의 향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처음 한 모금 머금을 때 혀끝에 옅게 감도는 단맛과 함께 계피의 향이 입안에 퍼진다. 충분히 스월링하며 향을 즐기다 뜨거운 목 넘김의 감촉을 느낀 후 달콤한 잔향을 음미한다. 그리고 피낭시에를 한입 떼어먹으면, 감홍로의 달콤한 잔향과 피낭시에 속 단맛이 어울려 우아한 단맛을 피워낸다. 그리고 피낭시에를 계속 곱씹으며 감홍로를 조금 더 머금어보자. 디저트 속 흑임자와 검은콩, 인절미가 자아내는 한국적인 맛에 감홍로의 약재 향이 더해져 이 계절 최고의 호사를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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