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근대사, 코롬방 제과점

박혜아 기자 / 2024-09-27 16:12:38
모든 도시가 그러하듯 목포 곳곳에는 저마다의 역사를 간직한 노포들이 곳곳에 있다. 그중에서도 목포의 근대사와 맥을 같이 하는 ‘코롬방 제과점’은 목포인의 삶을 담은 빵집이다. 1949년부터 지금까지 목포를 대표하는 빵집으로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는 코롬방 제과점을 찾았다.

목포 역전, 한때 목포 최대의 번화가였던 구시가지 골목을 굽이굽이 들어가다 보면 높게 솟은 빨간 벽돌의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윽고 ‘코롬방 1949’라는 금빛 글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1949년부터 한자리에서 빵을 만들며 목포를 찾은 발걸음들에게 목포의 맛을 보여주고 있는 '코롬방 제과점'이다.


코롬방 제과점은 일본인이 운영하던 과자점을 1949년에 정병조 씨가 양도 받으며 대한민국 빵집으로서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김현숙 대표(현 코롬방 제과점 공동 경영인)의 시아버지가 1967년에 코롬방을 인수해, 오늘날 3대에 이은 코롬방의 이야기를 이어가게 된다. 김현숙 대표는 코롬방을 운영하게 됐던 당시를 회상했다.

“시아버지가 당시 돈으로 650만 원에 코롬방을 사들이고 저희에게 맡겼어요. 25살에 여기로 시집을 왔는데, 처녀 때 빵 사먹으러 다녔던 그 빵집을 남편이랑 단 둘이 운영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코롬방 제과점은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며 직원이 50명이 넘을 정도로 호황기를 누림과 동시에 목포를 대표하는 빵집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1970년대 국가에서 실시한 분식 장려 운동의 호재를 맞은 것은 코롬방을 비롯한 당시 베이커리들의 운일 수 있겠지만 ‘좋은 재료, 정직한 운영’을 철학으로 하는 경영마인드는 코롬방의 실력이었다. “기술자들이 실력을 키워 맛있는 빵을 만드는 건 그들의 몫이고, 좋은 재료와 좋은 생산 환경은 경영자가 마련해줘야 할 몫이예요. 기술자들이 제품군에 맞는 밀가루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 덕분에 카스텔라나 꽈배기, 생크림 케이크를 목포에서 제일 많이 팔았어요.”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 코롬방 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제품은 바게트다. 2004년 출시한 ‘크림치즈 바게트’를 시작으로 ‘리얼새우 바게트’, ‘달콤마늘 바게트’ 등을 뒤이어 선보이며 바게트 3종은 크롬방의 대표 메뉴로 자리잡았다. 

공장장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위탁경영을 맡겼던 김현숙 대표는 지난 2019년, 경영에 복귀하며 큰아들 정철주 씨에게 대표직을 물려줬다. 그 사이 밀가루를 비롯한 빵의 주재료 가격이 폭등했지만 코롬방 제과점은 가격을 동결한 상태다. 가능한 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의 맛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정철주 대표는 2022년 4월 본관과 신관을 잇는 대대적인 공사를 마쳤다. 빨간 벽돌, 금빛 조명, 아치형 창문, 모던한 카페 공간 등은 목포의 어제와 오늘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코롬방 제과점의 본관에서는 빵 생산과 진열 및 판매가 이뤄지며 옆 건물을 터서 이은 신관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분위기의 널찍한 카페 공간으로 오픈했다.

아들에게 대표직을 물려줬지만 김현숙 대표는 매일 아침 매장의 한 공간을 채운다.

“목포 사람들에게 코롬방은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예요. 위탁경영을 맡기고 코롬방을 비운 사이, 제가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나봐요. 다시 매장에 나타나니까 다른 지역으로 시집간 아무개, 예전에 깡패하면서 저한테 빵 얻어먹었던 아무개, 다 절 보려고 찾아오더라고요. 내가 80살 먹고도 이 나이에 가게 나와서 서 있는 이유,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내가 그들에게는 코롬방이니까. 그것뿐예요.”



코롬방 제과점
주소 전라남도 목포시 영산로75번길 7
전화번호 061-244-0885
영업시간 매일 08:00 - 21:00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혜아 기자 hyeah01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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