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내건 빵집, 이복근 베이커리

황지온 기자 / 2024-09-20 16:13:38
본인 이름 석 자를 내걸고 운영하는 가게는 왠지 모르게 연륜과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그만큼 셰프의 자신감으로 무장한 맛집임을 직감하기도 한다.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이복근 베이커리’는 대한민국 제과 기능장이자 제과·제빵 명인이 운영하는 토탈 베이커리다. 이름과 위치가 달라져도 30여 년 동안 꾸준히 전통을 이어오며 많은 사랑을 받은 빵집. 이복근 베이커리를 소개한다.

이복근 셰프는 1977년, 18살 때 친누나의 권유로 베이커리 업계에 처음 발을 담갔다. '대구 맘모스 제과점(안동 맘모스 제과점의 분점)'에서 1년 반 정도 근무하며 베이커리 기술을 차근차근 쌓았다. 그 후 갓 스무 살이 된 이 셰프는 상경해 쏟아지는 스카우트 제안을 받으며 기술력을 키웠다. 어린 나이에도 그 능력을 인정받아 서울로 영등포 소재의 ‘아세아 제과점’과 ‘무과수 제과점’ 등을 거쳐 여수의 '평화당'에서는 공장장으로 부임했다. 그 후 1986년 11월 8일, 신림8동 관악구 펭귄시장 앞에 ‘신라방 제과점’을 개업했다.

그는 “30년 넘게 빵을 하는 사람은 ‘성실의 표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어려운 시절, 어렵게 기술을 연마해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술자이기 때문이다. 오픈 당시부터 매일같이 동트기 전 출근하고 한밤중에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수면 시간이 너무 부족해 집 대신 빵 만드는 작업대에서 잠을 청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당시의 제빵 환경 속에서 빵을 만드는 모든 과정은 그에게 고된 도전이었다. 믹싱기 대신 손으로 빵을 반죽했고 온도에 민감한 반죽을 일정하게 생산하는 것도 관건이었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온도, 반죽할 때 생기는 마찰열 등이 반죽을 손상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공기 또는 물의 온도를 조절했다. 또 빵의 특성에 맞춰 오븐을 고를 수 있는 지금과는 달리 오직 가스 가마 하나로 모든 제품을 다뤘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빵을 맛있게 만드는 게 바로 기술이에요. 그리고 빵을 좋아하는 마음이지요. 웬만한 인내심 가지고는 버틸 수 없는 일입니다.”

1년 남짓 운영한 신라방 제과점은 신길로 이사하며 획기적으로 새 단장을 한다. 바로 인테리어를 도입한 것인데, 쟁반에 빵을 수북이 쌓아 팔던 그 시절, 냉장 쇼케이스를 들이거나 외관을 단정히 꾸미는 것이 생소했기 때문이다. 신라방 제과점은 이복근 베이커리로 이름을 바꾸며 당일 생산한 빵을 개별 포장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복근 셰프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금세 소문을 타 큰 인기를 얻었고 그 기세로 봉천동, 사당동, 송파동, 응암동에 체인을 내며 사업을 크게 키웠다. 그러던 2002년, 승승장구하던 이 셰프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양재로 터를 옮겨 8년간 안정적인 매장 운영을 했으나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우후죽순 확산하기 시작했다. 주변 로컬 빵집들은 하나둘씩 폐업을 결정했고 이복근 셰프도 예외는 아니었다. 존폐의 기로에 놓이던 중 두 아들이 아버지의 가게를 잇겠다고 나섰다. 이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를 하듯 가락동으로 이전하며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 이 셰프는 다시 힘을 내보기로 했다. 두 아들은 현재 2호점을 도맡아 운영 중이다. 

제품라인업은 초창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그때 시절 맛을 지금까지 느낄 수 있는 베이비만주, 맘모스 빵, 도넛이 있다. 더불어 최신 유행하는 제품까지 겸비해 소비자의 니즈를 넓게 충족시키는 점이 인기 비결로 꼽을 수 있다. 클래식함과 트렌드를 모두 추구해 세대를 불문하고 다 같이 즐기기 좋다.

이복근 셰프

“항상 주방 인원한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주어진 배합을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지 말 것’, ‘언제나 2% 더 신경 써서 100%의 빵을 만들 것’. 이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항상 가슴 한 켠에 새겨 뒀던 마음가짐입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탐구해야 계속 발전하고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빵을 먹고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는 빵집. 이복근 베이커리는 오늘도 가락동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행복을 굽는다.




이복근 베이커리

주소 서울시 송파구 중대로9길 32 상원빌딩 1층

영업시간 매일 06:30~23:30

전화번호  02-431-8923


월간 베이커리 뉴스 /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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