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통의 맛, 화과자

황지온 기자 / 2025-02-25 16:40:57

화과자 하면 앙금, 앙금 하면 팥이다. 일본에서는 팥소 취향을 두고 ‘츠부앙(粒あん, 알갱이가 살아 있는 팥소)파’와 ‘코시앙(漉し餡, 부드럽게 으깬 팥소)파’로 나뉘어 열띤 논쟁이 펼쳐질 정도로 팥에 진심이다. 팥, 설탕, 소금이라는 단순한 재료만으로도 삶는 방법과 수분량, 배합 방식 등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이 탄생한다. 100명의 장인이 있으면 100가지의 팥소가 존재하는 셈이다. 가게마다 개성이 담긴 팥소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화과자를 소개해 보겠다.


미츠시마야 松島屋

1918년에 문을 연 전통 화과자점 ‘미츠시마야’는 도쿄 3대 다이후쿠(大福, 팥 등의 소를 넣어 둥글고 작게 빚은 일본식 찹쌀떡) 중 하나다. 간판 상품인 다이후쿠는 하루에 약 1,000개가 매진될 정도로 인기 있어 개점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 겉에 팥을 감싸고 있는 떡은 부드럽고 길게 늘어지는 떡보다는 얇지만 힘 있는 쫀득쫀득한 질감이라 씹는 맛이 있다. 팥소는 마치 할머니가 만들어 준 듯한 맛으로 달지 않고 소금 간이 적당해 앙금만 숟가락으로 계속 퍼먹고 싶을 정도로 중독성 있다. 창업 시절부터 이어져온 제조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며 초대로부터 물려받은 맷돌, 기계, 떡판을 지금까지도 소중히 사용하고 있다. 겉면의 콩은 끓이는 대신 찌는 방식 을 택해 식감을 살리고 달지 않아 안쪽의 팥 앙금과 차별화된 맛의 재미를 준다. 다이후쿠 는 콩, 기장, 쑥 세 가지 종류가 있으며 특히 기장쌀을 사용한 다이후쿠는 기장의 알갱이의 색다르게 느껴졌다. 모든 제조 과정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물가 상승에도 가격을 단 10 엔만 인상한 마츠시마야는 오직 고객의 기쁨을 위해서 일한다고 한다.

위치 : 1 Chome-5-25 Takanawa, Minato City, Tokyo 108-0074 
전화번호 : 03-3441-0539
인스타그램 : @matsushimaya_mochigashi


에이타로 니혼바시 총 본점 榮太郎 日本橋本店

‘에이타로’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긴츠바(金鍔)’는 박력분 반죽을 금박처럼 아주 얇게 펼쳐 앙금을 감싸 만든다. '츠바'는 칼의 손잡이와 칼날 사이에 끼운 도구의 명칭이다.  둥글게 성형을 한 긴츠바를 참기름으로 고소하게 구운 제법은 에도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왔으며 니혼바시 총 본점에서는 장인이 갓 구운 긴츠바를 맛볼 수 있다. 겉은 매우 얇고 섬세하면서도 미세한 쫀득함이 있어 단순히 팥소를 감싸는 것을 넘어 식감에 재미를 선사한다. 위에 듬뿍 뿌려진 검은깨의 고소함이 팥의 맛을 죽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넣어둬도 괜찮다. 자칫 단순해질 수 있는 팥소에 적당한 고소함이 추기되어 평소 팥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2~3개를 수월하게 먹을 수 있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에이타로만의 ‘가쓰오부시 미타라시당고’를 추천한다. 단짠의 정수를 보여주는 미타라 시당고와 감칠맛의 대가 가쓰오부시의 만남은 도쿄 여행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맛이다.

위치 : 1 Chome-2-5 Nihonbashi, Chuo City, Tokyo 103-0027 
전화번호 : 03-3271-7785
인스타그램 : @eitaro_sohonpo


스즈카케 신주쿠 이세탄점 鈴懸

도쿄에는 수많은 ‘딸기 찹쌀떡’ 명소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딸기 시즌이 돌아오면 가장 먹고 싶은 것은 ‘스즈카케’의 딸기 찹쌀떡이다. 딸기 찹쌀떡이 한국인과 일본인 모두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대로 먹어도 맛있는 딸기를 한층 더 맛있고 보기 좋게 만든 디저트이기 때문이 아닐까. 스즈카케의 본점은 후쿠오카에 있으며, 도쿄에는 3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은 화과자를 사려는 손님들로 늘 붐빈다. 스즈카케의 딸기 찹쌀떡은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아마오우' 딸기를 사용하는데, 한 입 물면 입안 가득 퍼지는 신선한 단맛에 감동하게 된다. 스즈카케 딸기 찹쌀떡의 특징은 안의 팥소가 희미하게 비춰 보일 정도로 얇은 떡과 일반적인 팥과 달리 연한 보라빛을 띠는 앙금의 색이다. 이는 ‘딸기를 더 맛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팥의 껍질을 벗기고, 팥소의 달콤함이 딸기의 맛을 이기지 않도록 단 맛을 조절하며 딸기의 상태에 따라 팥의 수분량까지 세심하게 조절한다. 딸기와 팥소의 밸런스를 맞추면서도 얇은 떡이 찢어지지 않게 감싸는 작업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기에 장인들은 지금도 그 기술을 끊임없이 연마하고 있다.

위치 : 3 Chome-14-1 Shinjuku, Shinjuku City, Tokyo 160-0022 B1
전화번호 : 03-3341-1512
인스타그램 : @suzukake_officia


쿠야 空也

모나카 하나로 1884년 우에노에서 시작한 ‘쿠야’는 전쟁으로 인해 1949년 긴자로 이전했고 현재 5대째 이어오는 전통의 화과자점이다. 이곳의 대  상품인 모나카는 창업 이래로 변함없이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로 예약 없이는 구매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유통기한 일주일 정도로 갓 만든 것이 가장 껍질이 바삭바삭해서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이틀 정도 두는 편이 껍질과 안의 팥소가 잘 어울려서 맛있다는 사람들도 많다. 특유의 그을린 듯한 향과 맛이 쿠야가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다. 팥소는 철저한 계산으로 완성된 비율의 껍질이 남아있고 살짝 살아있는 쫀득함과 함께 단맛과 짠맛이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적당량의 껍질을 남기는 방식도 쿠야만의 고집이다. 입안에서 팥 껍질이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팥의 여운을 남는다. 언뜻 심플해 보이지만 그 심플함 속에서 다른 곳과의 차이가 돋보인다. 일반적인 모나카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질긴 식감이나 입천장에 달라붙는 느낌이이 전혀 없으며 딱딱한 바삭함 대신 부드럽게 사라지는 듯한 가벼운 식감이 특징이다. 한 개를 먹고 나면 입안이 달달해지지만 기분 좋은 식감과 은은하게 나는 그을린 듯한 향이 다음 모나카를 덥석 집게 한다. 작은 화과 자 하나에 담긴 오랜 역사와 장인들의 치열한 노력의 결정체를 맛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위치 : 6 Chome-7-19 Ginza, Chuo City, Tokyo 104-0061
전화번호 : 03-3571-330


글, 사진 차다빈 통신원

정리 월간 베이커리 뉴스 /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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