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재료의 맛을 담아낸 디저트” - Chef 김범주

박다솔 기자 / 2024-09-24 17:11:46
젊은 감각을 가진 셰프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는 ‘영N스윗’. 새로운 맛의 경험을 부여하는 디저트를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국 식재료로 디저트를 새롭게 풀어내는 김범주 셰프입니다.

셰프님의 베이킹 인생이 궁금해요.

디저트 쪽에 관심이 있었던 건 중학생 때부터 인 것 같아요. 혼자 학원이나 공방에 다니며 조금씩 배워 나가다 조리 고등학교에 진학했죠. 다니던 조리고등학교가 디저트에 특화되어 있진 않아서 디저트 클래스를 알아보던 와중에 ‘앙트르메(ENTREMETS)’ 라는 클래스를 알게 되어 천안에서 2주간 수업을 들었어요. 그 클래스에서 기존에 미성년자는 안 받았었는데 제가 선생님께 배우게 해달라고 졸랐어요. 너무 하고 싶어서(웃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아마 제대로 된 베이킹 인생의 시작점인 것 같아요. (그럼 그때부터 쭉 디저트를 해오신 걸까요?) 그때만해도 사실 다이닝씬에서 일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고 디저트를 배움으로서 앞으로 요리를 하는 데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했어요. 그렇게 차근차근 요리를 배우던 중 주방의 실상을 일찍 접해서인지 어릴 적 꿈꿔왔던 제 모습과 점점 거리가 느껴지더라고요. 재미있고 행복하게 요리를 즐기기보단 주방의 힘든 이면들이 훨씬 크게 다가왔고 ‘이게 과연 내가 꿈꾸던 모습일까?’를 생각해보면 아닌 것 같아서 아예 포기하고 다른 길로 가려고 했었어요. 평소에 패션, 가구 등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서 그쪽 분야로 진로를 알아보다가 부모님이 저의 재능이 아깝다고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디저트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셰프님의 취업 후 스토리도 알고 싶어요.

제 첫 직장이었던 ‘소나’에서는 베이직한 스킬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워낙 다루는 디저트가 다양하고 종류도 많은 곳이었어요. 1년 반정도의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처음부터 폭넓게 다양한 분야를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은 경험이었죠. 그리고 ‘밍글스’에 들어가서는 한국적인 디저트를 주로 다루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한국의 식재료를 디저트에도 편견 없이 다양하게 접목해볼 수 있는 기회였고 제 디저트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물론 일반적으로는 주로 디저트에 사용하지 않는 식재료도 사용하다 보니 처음엔 고민도 많이 했죠. 한국에서 최근 사랑받는 디저트 문화라 함은 사실 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발달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이 와중에 한국적인 디저트를 개발하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접목시키는 게 좋을까 하다가 한국에서 오랜 기간 먹어왔던 식재료를 활용해봤어요.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쌀, 막걸리, 흑마늘, 참기름, 미나리 이런 것 들이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먹어봤을 익숙한 식재료들을 디저트화 시키니 한국적이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참기름은 쉽게 예상이 안되네요.) 참기름도 사실 집집마다 맛이 다 다른데 어떻게 살릴까 고민하다가 콜드프레스 방식으로 압착해서 만든 것을 활용해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압착한 참기름은 끝 맛이 깔끔해서 약과 파이 같은 달콤한 디저트와 곁들여 먹으면 너무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잊지 못할 인생 디저트가 있나요?

김범주 셰프가 촬영한 ‘Latour’의 ‘디저트’

제가 네덜란드 여행 중에 다녀왔던 ‘Latour‘ 레스트로랑의 디저트예요. 사실 이 레스토랑 방문하고 싶어서 네덜란드 여행을 맘 먹은 것도 없지 않아요(웃음). 레스토랑에 도착해서 당차게 ‘나는 디저트만 먹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물었어요. 친절한 직원 덕에 디저트만 코스로 먹을 수 있었고 셰프님이 직접 저를 주방에 데리고 가셔서 디저트에 대해 설명도 해주셨었어요. 한 입 먹어보고 ‘아, 나는 앞으로 이런 디저트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죠. 셰프님이 표현하고자 하는 향이 있었는데 그 향을 모든 디저트에 조금씩 섞으신 걸 보고 감탄이 나오더라고요. 그 향들이 하나가 되었을 때 밸런스가 유지되며 전혀 이질감이 없었어요. 제 디저트 정체성을 확립해준 시간이었죠. 

김범주 셰프

‘FINZ핀즈’ 오픈기가 궁금해요.

밍글스에서 나오면서 이제 나만의 브랜드의 디저트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왔어요. 그 이후 ‘아스트랄’의 대표님께서 먼저 ‘아스트랄’에서 숍인숍 형태로 함께 일해볼 생각 없냐고 제의하셨어요.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첫 번째 시작이었죠. (핀즈라는 상호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거예요?) 전부터 방향성이 담긴 이름 갖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핀은 직역하면 ‘지느러미’인데 비행기나 보트에도 핀은 방향을 조절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방향성의 의미로 사용해요. ‘즈’는 복수의 의미로 쓰고 싶었는데, 같은 방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원래 ‘핀’과 ‘파인’이라는 단어를 같이 사용했어요. 현재 저희 슬로건도 ‘Enjoy your finz, fine’으로 섬세하다는 뜻도 있고 편안하고 즐겁고 기분이 좋다는 복합적인 뜻을 담고 있죠. 사실 단순히 디저트 숍의 이름을 이렇게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여러 브랜드 사업도 같이 하고 싶었고 그렇게 일을 하려면 함께하는 사람들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팀의 이름으로 쓰고 싶기도 했어요. 지금은 이 이름에 아주 만족합니다. 


디저트를 제작할 때 어디에 주안점을 두세요?

재료 본연의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디저트를 만들고 있어요. 맛도 맛이지만 향들이 섞여서 나오는 새로운 맛이 너무 좋아서 향 블렌딩을 많이해요. 향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커피보다는 티나 와인과 함께 페어링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커피와 함께 디저트를 먹게 되면 디저트 본연의 향을 느끼기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커피 메뉴를 찾는 분도 많지 않나요?) 커피를 찾는 분들이 사실 정말 많기는 한데 이러한 이유로 커피를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면 보통 수긍해주세요.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토속적인 재료나, 주로 요리에 쓰이는 재료로도 그만의 향이 있다면 디저트로 새롭게 풀어보고 싶어요. 요리를 해서 그런지, 지금 판매하는 디저트들도 요리와 경계 없는 식재료로 개발하는 편인 것 같아요. (손님들의 반응은 어때요?) ‘어떻게 이런 재료를 쓰세요?’라는 질문들을 하세요. 다행히 감탄 섞인 뉘앙스라, 저의 시도를 알아주시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죠. 그 말인 즉슨, 디저트로는 낯선 재료이지만 맛있다는 뜻이니까요. ‘내가 틀리진 않았구나, 이런 방식으로 활용해도 사람들이 좋아해주는구나’라는 걸 알 수 있는 후기인 것 같아 기분 좋아요. 


셰프님의 최애 디저트가 궁금해요.

플레이팅 디저트 '핀즈 시그니처'.

핀즈에서 선보이고 있는 ‘핀즈 시그니처’라는 플레이팅 디저트예요.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향과 맛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디저트에서 바닐라 같은 향신료를 많이 쓰는데 사실 바닐라는 여기저기 정말 다양한 곳에서 사용하고 있거든요. 거기서 착안해서 ‘우리만의 바닐라 같은 플레이버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후로 많은 연구 끝에 우리 가게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을 개발했고 디저트 만들 때 많이 활용해요. 이 디저트에 특히 그 향이 많이 담겨 있고 그 향을 블렌딩한 파우더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들어있어요. 손님들이 먹었을 때 익숙하긴 하지만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고, 이 맛이 그리우면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거죠(웃음). 우리만의 플레이버이긴 하지만 호불호가 조금 있는 편이긴 해요. 손님들에게 견과류 뉘앙스와 약재 뉘앙스가 섞여 있다고 미리 설명은 드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새로 만들고 싶은 디저트가 있나요?

핀즈다운 디저트를 계속해서 만들어 가는 게 큰 계획이긴 해요. 우리만 다룰 수 있는 조합들, 향들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이미 서양에서는 오랜 기간 사용하고 있는 정해진 조합들이 있어요. 이런 틀들을 깨는 게 어렵긴 하지만 저는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디저트를 하고 있으니 그에 맞는 플레이버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그게 아마 ‘우리답다’ 할 수 있는 디저트인 것 같아요. (어찌보면 하나의 길을 새로 개척해 나가는거네요.) 이런 맛과 향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방법도 어렵고, 맛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어렵지만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해요. 이전에 마니아층들이 좀 더 좋아했지만 현재는 대중적으로 한층 다가가려고 하고 있어요. 단순히 판매의 목적보다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나에게 ‘디저트’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인 것 같아요. 점점 일을 할수록 디저트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나를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더라고요. 앞으로는 또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인 것 같습니다. 디저트로 제 생각을 전달하기도 하고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니까요. 

 

셰프님만의 강점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남들보다 조금 더 다양한 식재료를 단순하게 쓰지 않는다는 게 강점이지 않을까 해요. 한국적인 디저트도 사실 그 식재료만 쓴다고 다가 아니거든요.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향이나 맛을 제대로 쓰고 싶어서 계속 찾아가며 노력하고 있어요.  


오늘이 내 인생 마지막 날이라면, 어떤 디저트를 만들고 싶으세요?

어려운 질문이라 많이 고민되네요(웃음). 사실 저는 마지막 날에 디저트를 만들고 싶다기보다는 그동안 제가 해왔던 디저트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디저트들 마다 각기 다른 추억들과 고민이 담겨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만들었던 디저트들 사진을 쭉 보면서 ‘아 이때는 이런걸 만들었었지, 저 때는 저런 이유로 저 디저트를 개발했었지.’ 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소중하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다음 셰프님을 추천해주세요.

도림동과 망원동에서 ‘이스트우드’라는 디저트 숍을 운영하고 계신 주회찬 셰프님 추천할게요. 개인적으로 그분의 디저트를 좋아하고 그 동네 지날 때마다 ‘아, 거기 들를까?’ 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에요. 항상 다양한 구움과자와 디저트를 제대로 선보이시는 분이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핀즈

주소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3길 4-13

인스타그램 @finz.seoul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다솔 기자 bbbogiii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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