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위치한 ‘르네상스 베이커리’는 유광종 셰프가 ‘좋은 재료로 좋은 제품을 만들자’라는 초심을 지키며 1982년부터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운영해 온 제과점이다. ‘마포에서 가장 오래된 제과점’이라는 타이틀 그 이상의 깊은 내공과 경쟁력으로, 오래 된 단골 손님은 물론 젊은 층에게 사랑받으며 동네빵집의 품위를 지켜온 르네상스 베이커리를 소개한다.
유광종 셰프는 18살 때 우연히 제과점에서 근무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빵을 만드는 일이 멋있고 대단하게 느껴졌던 그는 1975년도, 처음 제과업계에 발을 들인다. 빵을 더 잘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던 유 셰프는 ‘대전과 서울의 기술 차이가 크게 난다’라는 말에, 연고 하나 없는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다. 그리고 당시 수많은 제과인들을 배출했던 ‘독일빵집’, ‘태극당’을 거쳐 그의 제과 인생에 큰 영향을 준 ‘풍년제과’에 입사한다.
“규모가 작은 빵집의 경우 베이킹파우더 계량을 티스푼으로 하다 보니 정확도가 떨어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일본에서 제과 기술을 익힌 김충복 선생이 계신 풍년제과에서는 1g씩 약저울로 달아서 정확히 계량했죠. 굉장히 엄격하고 체계적이었던 풍년제과에서 배운 가르침 중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좋은 제품은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는 것이에요.”
풍년제과에서 4년 동안 혹독하게 기술을 연마한 그는 1982년 용산 효창동에 ‘영국빵집’이라는 상호의 매장을 오픈한다. “소규모 공간이었지만, 기술력에서만큼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값싼 마가린 대신 비싼 버터를 고집했고, 단팥빵을 만들 때도 국산 팥을 직접 끓여서 넣었습니다. 처음에는 손님들이 빵이 비싸다고 불평하더라고요. 하지만 결국에는 저희 집 빵이 제일 맛있다고 다시 찾아오는 걸 보며 제가 틀리지 않았다 생각했습니다.”
‘좋은 재료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 제값 받자’라는 초심을 고수한 덕에 단팥빵, 고베 식빵, 화이트 엔젤과 같은 인기 제품들을 배출하며 단골층을 형성한 유 셰프. 86년도 2호 매장인 ‘르네상스 베이커리’를 마포 용강동에 오픈한다. 그는 ‘동네빵집’이라고 하면 손님들이 기존에 갖고 있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맛있고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해외여행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당시 일본과 유럽을 방문하여 기술을 갈고닦았다. 그는 이러한 연구 정신 덕분에 1999년 마포 대흥동에 3번째 매장을 오픈하고, 그즈음 부터 시작해 2000년대 초반 골목상권에 진입한 프랜차이즈 빵집의 공세에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이처럼 그의 인생에 큰 자부심이 돼 주었던 르네상스 베이커리 용강점 매장은 건물주가 건물을 허물기로 하며, 작년 2월 폐점 절차를 밟았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많은 정성을 쏟았기 때문에 헛헛한 마음이 컸어요. 같은 일을 해도 예전보다 몸이 쉽게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장시간 열기 속에서 재료를 끓여야 하는 단팥빵이나 잼처럼 손이 많이 가는 제품은 이제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폐점 소식을 들은 손님들이 저만큼 많이 안타까워해 주는 모습을 보고, 우리 가게가 사랑을 많이 받았구나 위로가 됐습니다. 오늘날의 르네상스 베이커리가 되기까지 저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손님들과 함께 만들어 왔다는 걸 깨달았어요. 힘들어서 그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쏙 들어갔죠.”
유 셰프는 프랑스 르꼬르동 블루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차녀와 함께 르네상스 베이커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백 년 가게가 되기 위해 첫걸음을 뗀 셈이다. 그녀의 합류로 과거 정겨운 모양새의 옛날 빵들이 가득했던 매대 위에 젊은 층에 각광받는 구움과자류와 트렌디한 디자인의 패키지가 돋보이는 제품들이 올라오는 등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유 셰프는 이 낯설면서도 반가운 변화가 좋은 방향으로 오랫동안 지속되며 르네상스 베이커리의 2막을 활기차게 열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르네상스 베이커리
주소 서울시 마포구 큰우물로 39
전화번호 02-716-2808
월간 베이커리 뉴스 / 조한슬 기자 stert12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