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이태원의 오전. 매일 아침 11시가 될 무렵, 한 가게 앞에 손님들이 한두 명씩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맛있는 빵 냄새로 손님을 맞이하는 그 가게는 다름 아닌 ‘오월의 종’이다.

오월의 종이라는 이름만 듣고는 빵집이 잘 연상되지 않는다. 깊은 뜻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상 외였다. “대학생 때 들었던 호주의 한 록밴드 노래 제목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그냥 그 느낌이 좋았거든요.” 정웅 셰프의 이토록 심플한 마인드는 매장 곳곳에도 묻어난다.


오감이 빵에 집중하는 곳
일정하게 나열돼 있는 베이지 컬러의 벽돌과 다크 그레이 입구. 높은 건물 꼭대기를 장식한 종과 입구 옆에 우직하게 전시된 하드 계열빵. 오월의 종이 새롭게 단장한 모습이다. 15평 남짓한 매장에 들어가면 어둑하며 차분한 분위기 속, 빵들이 따뜻하고 강렬한 조명을 받으며 진열돼 있다. 벽면을 책장처럼 뚫고 빵을 종류별로 가득 채워 마치 빵 도서관에 방문한 느낌을 준다. 중앙 매대에는 빵이 수북이 올려져 있는데, 창 너머 자작나무와 겹쳐 보면 그 모습이 가을에 쌓인 낙엽들 같다. 시선을 빼앗는 다른 인테리어 요소 없이 오롯이 빵과 조명만 있어서 빵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자꾸만 손이 가는 빵
정웅 셰프는 화려한 맛보다는 재료의 원초적인 풍미를 고스란히 담는다. 통밀이 들어가면 통밀의 풍미를, 오트밀 빵이면 오트밀 특유의 고소함을 표현한다. 빵 자체가 개성이 강해 홀로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닌 다른 음식과 조화롭게 먹을 수 있는 빵, 밋밋하고 심심한 맛인데 자기도 모르게 자꾸 손이 가서 뜯어먹다 보면 어느새 부스러기밖에 안 남는 빵. 이런 담백한 식사빵이 정 셰프가 만들고자 하는 빵이다. 자연 본연의 맛에 충실한채 우직한 손길로 빵의 진수를 보여주는 그다.


노력을 굽다
오월의 종은 딱 54가지의 제품을 생산한다. 다만 품질 유지를 위해 이 이상 가짓수를 늘리지 않는다고. 이렇게 자신의 신념을 굳건히 지키는 정 셰프가 가장 자신 있게 내놓는 메뉴는 바로 바게트다. 바게트는 들어가는 재료가 단순한 만큼 만드는 이의 기술력에 좌지우지된다. 그는 “바게트 모양새가 잘 잡혀야 맛도 있다”며 “예쁘다는 것은 올바르고 탄탄한 공정 과정으로 만들어졌다는 증거”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새로운 빵을 고안할 때는 재료 선별부터 반죽, 발효도, 굽기, 수많은 테스트를 거친다. 최종 관문에선 사이즈별로 제품을 제작한 후 풍미와 식감, 수분도가 최적의 맛을 내는 크기를 찾는다. 이렇게 3~6개월 정도 걸려 탄생한 빵이 비로소 진열대에 올라가게 된다. 또한 오월의 종은 판매 직원과 생산 기술자가 나뉘어 있지 않다. 진정한 기술자라면 손님에게 판매하는 빵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빵에 대한 열정과 마음은 오픈한지 20년이 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비결이다.
정웅 셰프는 오월의 종이 10년 후에도 똑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그 집에 가면 그 빵이 있어’ 정도의 인식이면 좋겠어요. 속이 편하고 어렵지 않아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그런 빵집이요.”
오랜 시간 맛있는 빵을 구워 온 오월의 종은 그 자리 그대로, 계속해서 맛있는 빵으로 사람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오월의 종 한남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45길 34
영업시간 화~토 11:00~18:00
전화번호 0507-1332-9481
월간 베이커리 뉴스 /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