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의 기본을 울리다, 오월의 종

황지온 기자 / 2024-09-13 17:52:11
이태원의 ‘빵의 성지’라 불리는 곳, ‘오월의 종’. 20여 년간 우직하게 맛있는 빵을 구워 온 오월의 종이 한남동에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왔다. 매일 아침, 언덕 위에서 풍기는 맛있는 빵 냄새를 따라가 보자.

한가로운 이태원의 오전. 매일 아침 11시가 될 무렵, 한 가게 앞에 손님들이 한두 명씩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맛있는 빵 냄새로 손님을 맞이하는 그 가게는 다름 아닌 ‘오월의 종’이다.

오월의 종이라는 이름만 듣고는 빵집이 잘 연상되지 않는다. 깊은 뜻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상 외였다. “대학생 때 들었던 호주의 한 록밴드 노래 제목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그냥 그 느낌이 좋았거든요.” 정웅 셰프의 이토록 심플한 마인드는 매장 곳곳에도 묻어난다.

오감이 빵에 집중하는 곳

일정하게 나열돼 있는 베이지 컬러의 벽돌과 다크 그레이 입구. 높은 건물 꼭대기를 장식한 종과 입구 옆에 우직하게 전시된 하드 계열빵. 오월의 종이 새롭게 단장한 모습이다. 15평 남짓한 매장에 들어가면 어둑하며 차분한 분위기 속, 빵들이 따뜻하고 강렬한 조명을 받으며 진열돼 있다. 벽면을 책장처럼 뚫고 빵을 종류별로 가득 채워 마치 빵 도서관에 방문한 느낌을 준다. 중앙 매대에는 빵이 수북이 올려져 있는데, 창 너머 자작나무와 겹쳐 보면 그 모습이 가을에 쌓인 낙엽들 같다. 시선을 빼앗는 다른 인테리어 요소 없이 오롯이 빵과 조명만 있어서 빵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자꾸만 손이 가는 빵

정웅 셰프는 화려한 맛보다는 재료의 원초적인 풍미를 고스란히 담는다. 통밀이 들어가면 통밀의 풍미를, 오트밀 빵이면 오트밀 특유의 고소함을 표현한다. 빵 자체가 개성이 강해 홀로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닌 다른 음식과 조화롭게 먹을 수 있는 빵, 밋밋하고 심심한 맛인데 자기도 모르게 자꾸 손이 가서 뜯어먹다 보면 어느새 부스러기밖에 안 남는 빵. 이런 담백한 식사빵이 정 셰프가 만들고자 하는 빵이다. 자연 본연의 맛에 충실한채 우직한 손길로 빵의 진수를 보여주는 그다. 











노력을 굽다

오월의 종은 딱 54가지의 제품을 생산한다. 다만 품질 유지를 위해 이 이상 가짓수를 늘리지 않는다고. 이렇게 자신의 신념을 굳건히 지키는 정 셰프가 가장 자신 있게 내놓는 메뉴는 바로 바게트다. 바게트는 들어가는 재료가 단순한 만큼 만드는 이의 기술력에 좌지우지된다. 그는 “바게트 모양새가 잘 잡혀야 맛도 있다”며 “예쁘다는 것은 올바르고 탄탄한 공정 과정으로 만들어졌다는 증거”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새로운 빵을 고안할 때는 재료 선별부터 반죽, 발효도, 굽기, 수많은 테스트를 거친다. 최종 관문에선 사이즈별로 제품을 제작한 후 풍미와 식감, 수분도가 최적의 맛을 내는 크기를 찾는다. 이렇게 3~6개월 정도 걸려 탄생한 빵이 비로소 진열대에 올라가게 된다. 또한 오월의 종은 판매 직원과 생산 기술자가 나뉘어 있지 않다. 진정한 기술자라면 손님에게 판매하는 빵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빵에 대한 열정과 마음은 오픈한지 20년이 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비결이다.

정웅 셰프는 오월의 종이 10년 후에도 똑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그 집에 가면 그 빵이 있어’ 정도의 인식이면 좋겠어요. 속이 편하고 어렵지 않아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그런 빵집이요.” 

오랜 시간 맛있는 빵을 구워 온 오월의 종은 그 자리 그대로, 계속해서 맛있는 빵으로 사람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통밀 살구 / 5,500원 통밀 100%로 만든 ‘통밀 살구’를 처음 먹어본 사람은 삼삼한 맛에 ‘이게 무슨 맛이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먹을수록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 또한 삼삼함 속 콕콕 박힌 살구가 상큼한 존재감을 톡톡 드러낸다. 

 

호밀100% 오렌지 / 8,000원 예술적으로 갈라진 크랙이 ‘이것이 하드 빵이다’고 외치는 것 같다. 오월의 종이 직접 키운 발효종과 호밀로 만든 빵으로 시큼하고 독특한 풍미를 가진다. 단단한 빵 사이사이 자리한 오렌지가 향긋한 포인트를 준다.

 

통밀 오트밀 식빵 / 5,000원 통밀 베이스 반죽에 오트밀을 묻혀서 구운 식빵. 식빵의 쫄깃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통밀을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했다. 슬라이스한 후 전체적으로 토스팅하면 고소한 맛이 극대화되고 소화도 잘 된다. 

 

바게트 / 4,500원 바게트는 정웅 셰프의 시그니처다. 셰프가 자부하는 메뉴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길고 두툼한 두께에 먹음직스럽게 터진 칼집까지. 구매할 수밖에 없는 비주얼을 가졌다. ‘겉바속촉’으로 홀로 먹어도, 부재료를 곁들여 먹어도 좋다.


 

오월의 종 한남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45길 34

영업시간 화~토 11:00~18:00

전화번호 0507-1332-9481


월간 베이커리 뉴스 /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

[저작권자ⓒ 월간 베이커리 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황지온 기자

황지온 / 편집부 기자

월간 베이커리 뉴스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