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와 ‘라이트&리치’, 식품 시장의 새로운 구조 형성
“재구매는 맛에서 결정된다” 헬시 디저트의 경쟁 조건
최근 식품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된 키워드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다. 건강을 위해 맛을 포기하던 기존의 소비 방식에서 벗어나,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기준이 이동하고 있다. 당과 탄수화물 등 부담 요소를 줄이면서도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강화한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는 배경이다.
헬시 플레저는 웰빙과 웰니스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과거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확장되었다면, 최근에는 이를 구체적인 소비 선택으로 실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건강 관리 역시 즐거움의 영역으로 인식되면서 절제 중심의 식단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식품을 ‘관리 대상’이 아닌 ‘선택 기준’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제품이 아닌 ‘구조’를 바꾸는 시장
이러한 변화는 식품 시장의 구조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 제품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뉜다. 당과 지방 등 부담 요소를 줄인 ‘Better For You’와 단백질과 영양 성분을 강화한 ‘Good For You’다. 두 영역은 동시에 확장되며 기존 카테고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에 대응해 기존 제품의 일부 개선이 아닌 별도의 브랜드를 통해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무설탕 브랜드 ‘제로(ZERO)’는 설탕을 대체한 제품군을 독립적인 선택지로 제시하며 소비자 인식을 바꾸고 있다. 특히 대체당의 활용은 단순한 감미 조절을 넘어 색과 질감, 형태까지 구현해야 하는 기술 영역으로 확장됐다. 식물성 대체유 시장 역시 유당불내증이나 비건 중심의 니치 시장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성과 라이프스타일 소비가 결합된 주류 시장으로 이동했다. 두유와 오트 음료는 저당·고단백 제품으로 세분화됐고, 휘핑크림 등 베이커리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며 식문화 전반을 재구성하고 있다.
결국 남는 기준은 ‘맛’
헬시 플레저 시장에서 경쟁 기준은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초기에는 건강이 구매를 이끌었다면, 현재는 맛이 재구매를 결정짓는다. 저당·저칼로리 제품이 편의점 디저트와 베이커리까지 확산되면서, 이들은 더 이상 대체재가 아닌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 흐름은 제과·제빵의 철학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설탕과 지방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의 만족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분을 활용해 식감을 보완하거나 대체 원료로 구조를 유지하는 등 식품공학적 접근이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헬시 플레저는 더 이상 감성적 트렌드가 아니라 기술 기반의 산업 변화다. 앞으로 식품 시장은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의해 움직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실제 식품 기업들의 제품 전략에서도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헬시 플레저 시장의 현재를 짚어봤다.
롯데웰푸드, ‘제로’로 만든 새로운 선택 기준
헬시 플레저 흐름 속에서 가장 빠르게 시장을 선점한 사례 중 하나는 롯데웰푸드의 무설탕 브랜드 ‘제로(ZERO)’다. 롯데웰푸드는 2022년 합병 이후 ‘헬스 앤 웰니스’를 핵심 신사업으로 설정하고, 당류를 줄인 제품군을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해 제시했다. 제로는 단순히 일부 제품의 당 함량을 낮춘 것이 아니라, 건과·빙과·유가공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로 설계됐다. 특히 기존 브랜드의 확장이 아닌 별도의 브랜드로 출범한 점은, 건강을 고려한 소비를 하나의 독립된 선택 기준으로 인식한 결과다.
제품 개발에서는 대체당 활용이 핵심 기술로 작용한다. 롯데웰푸드는 설탕과 유사한 분자 구조를 가진 말티톨을 주요 감미료로 사용해 단맛뿐 아니라 색과 질감, 형태까지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일부 제품에는 아세설팜칼륨이나 자일리톨 등 제품 특성에 맞는 대체당을 병행 적용했다. 대체당 안전성에 대한 우려 역시 시장의 주요 변수다. 이에 대해 롯데웰푸드는 연구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혈당 반응을 검증하고,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회사 측은 고령화와 건강 관심 증가에 따라 헬스 앤 웰니스 제과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제품 라인업과 유통 채널을 동시에 확장할 계획이다.
매일유업, 대체유를 ‘주류 시장’으로 확장하다
매일유업은 국내 대체유 시장의 초기부터 시장을 개척해온 기업이다. 2015년 ‘아몬드브리즈’를 시작으로 ‘매일두유’, ‘어메이징 오트’까지 식물성 음료 라인업을 확장하며, 대체유를 특정 소비층이 아닌 일반 소비 시장으로 끌어올렸다. 초기 시장은 유당불내증이나 비건 소비자를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현재는 건강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소비가 확산되며 수요층이 넓어졌다. 매일유업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저당·고단백 제품군을 강화하고, 제품 라인을 세분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카테고리 확장이다. 식물성 음료에 머물지 않고, 비건 휘핑크림 ‘휘핑크림 비건오트’를 출시하며 베이커리와 디저트 영역까지 진입했다. 이는 대체유가 단순한 음료를 넘어 식문화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일유업은 현재 시장을 ‘라이트&리치(Light & Rich)’로 정의한다. 당은 낮추고 단백질은 높이는 방향이 국내외 음료 시장의 공통된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전략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역시 병행하고 있다.
라라스윗, “재구매는 결국 맛에서 결정된다”
라라스윗은 저칼로리 아이스크림으로 시작해 헬시 플레저 시장을 선도해온 브랜드다. 2017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첫 제품을 선보일 당시에는 ‘저칼로리’가 핵심 가치였지만, 시장 변화에 따라 ‘저당’ 중심으로 전략을 확장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는 맛이다. 당과 지방을 줄이면서도 기존 제품과 유사한 단맛과 식감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작용했다. 이는 헬시 제품이 단순한 기능식이 아니라, 기존 디저트와 동일한 기준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시장 변화를 반영한다.
라라스윗은 아이스크림을 넘어 음료와 베이커리 제품으로 라인업을 확장하며 소비 접점을 넓히고 있다. 특히 편의점 채널을 중심으로 접근성을 강화해, 헬시 디저트를 일상적인 소비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소비자 역시 변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다이어트나 건강 관리 목적의 소비가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일상 속에서 건강을 고려하는 가치 소비로 전환됐다. 이에 대해 라라스윗은 “저당이 구매를 이끌 수는 있지만, 재구매는 결국 맛이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헬시 플레저는 식품 산업의 기준을 바꾸고 있다. 당과 지방을 줄이는 방식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제품의 성분과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이는 특정 카테고리의 변화가 아니라, 식품 전반의 방향성을 재정의하는 흐름에 가깝다. 기업들은 대체당과 대체유, 고단백 설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동시에 소비자는 더 이상 ‘건강을 위한 선택’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맛과 건강을 동시에 충족하는 제품이 기본 조건이 됐다.
결국 시장의 경쟁력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얼마나 덜어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했는가. 헬시 플레저는 식품 산업에 새로운 기술과 기준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변화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고명훈 기자 rhaudgns7@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