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커피를 인쇄합니다, 커피인쇄소

박다솔 기자 / 2025-12-22 10:51:09
비밀번호를 누르고 비밀의 방에 들어가는 듯한 기분으로 계단을 올라 커튼을 젖히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커피의 세계에 도달한다. 바리스타가 눈앞에서 추출한 브루잉 커피를 생두 농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홀짝이다 보면 어느새 찻잔 바닥이 보인다. 오롯이 커피만을 위해 완성된 공간, ‘커피인쇄소’다.

2013년, 을지로3가의 한 인쇄소가 있던 자리에서 처음 시작한 ‘커피 인쇄소(Coffee Print Shop)’. 이곳은 ‘커피미업(Coffee Me Up)’이 라는 생두 수입 회사에서 운영하는 쇼룸 형태의 카페로, 지금은 충무로에 자리하고 있다. 김동완 대표가 생두 현지 농장을 직접 다니며 다양한 생두를 직수입하다 보니 자연스레 좋은 품질의 하이엔드 커피를 위주로 선보이는 중이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해 홍원준 바리스타를 만났다. “브루잉을 전문으로 목, 금, 토 일주일에 3일만 카페를 운영 하고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생두를 로스팅해서 전국 각지에 원두 납품도 진행하며, 최종적으론 좋은 품질의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 목표예요. 또 근처에 있는 센서리랩에서는 SCA 커피 교육을 전문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 잔의 커피를 위해 전 세계를 다닙니다
좋은 커피의 기본은 좋은 생두에서 시작하며 이것은 모두가 공감할 불변의 진리다. 그리고 사실 좋은 생두를 찾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커핑을 해봐야 할 테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김동완 대표는 일 년에 1/3을 해외 커피 산지에서 보낼 만큼 누구보다 생두에 진심이다. 직접 맛보고 선택한 생두이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더욱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고, 농장의 스토리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 “작년에 가지고 왔던 생두라도 재배와 가공 환경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올해는 또 맛이 다르거든요. 모든 농장을 다 방문하기는 어렵지만, 1월에는 에티오피아, 3~4월에는 중남미 쪽 농장에 다니며 생두를 고르기도 하고, 때로는 ‘COE(Cup of excellence, 생두 산지에서 1년마다 열리는 커피 평가 대회)’혹은 농장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경매에 참여해서 낙찰 받은 커피를 소개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꾸준함 덕분에 매주 1개 이상의 원두 라인업이 계속해서 바뀌고, 이를 맛보기 위해 매주 찾아오는 단골들도 많다. 바리스타들이 입고 있는 후드티 뒤에 함께 협업하는 농장들 로고가 들어가 있으니 슬쩍 구경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따뜻하게 추출한 브루잉 커피는 생두 농장 카드와 함께 태국 왕실에서 사용하는 커피잔에 제공된다.

커피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공간 

커피인쇄소 1층은 로스터리, 2층은 카페로 꾸려져 있다. 1년 반 전에 매장을 리뉴얼하며 2층 바 테이블 공간을 넓혔고, 전보다 많은 이들이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내부는 조도가 낮아 어두운 편인데, 덕분에 한층 편안한 분위기에서 커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자리에 앉으면 담당 바리스타가 원두를 추천해 주고 손님 바로 앞에서 브루잉하며 주문한 커피와 생두 농장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덕분에 커피에 대한 이야기로만 스몰 토크가 가능해 커피 애호가들이나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바리스타들도 자주 방문한다고. “2층에 올라오면 외부와는 차단된 듯한 기분을 느끼셨으면 해서 입구에 커튼을 달았고, 어두운 나무 톤의 인테리어로 묵직한 분위기를 완성했습니다.”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또한 전체적인 분위기를 완성해 주는데, 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신청을 받고 있다. 해당 음악에 잘 맞는 커피가 있거나 어울리는 계절에 틀어준다고 하니 직접 선곡한 음악이 나올 때 커피를 즐기러 가보는 것도 좋겠다.

깨끗한 커피
커피인쇄소는 여느 카페와는 조금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데 바로 아이스 커피가 없다. 생두 산지에서 커피를 맛볼 때는 브루잉을 하기도 하지만 주로 볼 안에 커피 가루를 넣고 따뜻한 물로 우려서 스푼으로떠 먹는 커핑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뜨거울 때 커피의 향부터 완전히 식을 때까지 기다리며 전체적인 톤을 보는 건데 이렇게 평가해서 가져온 커피를 차갑게 제공했을 때 온전히 그 커피의 매력을 전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맛으로는 깨끗한 커피를 선호한다. 이를 위해 너무 타거나 너무 덜 익지 않도록 밸런스를 맞추고, 단맛과 산미가 잘어우러지도록 로스팅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잡는다. 이렇게 로스팅한 원두는 ‘하리오 V60’처럼 아주 기본적인 기물과 필터를 사용해 추출한다. 종종 복잡하고 생소한 기물을 사용하는 카페들도 많지만, 커피인쇄소는 그렇지 않다. 테크닉보다 좋은 생두가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는 커피인쇄소의 철학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스페셜티 커피의 전파
커피인쇄소에서는 전국 바리스타를 대상으로 ‘커피톤’이라는 커피 대회를 시행한다. 커피와 마라톤의 합성어로, 마라톤처럼 장시간 커피를 풀코스로 만들어 즐기는 대회다. 커피미업에서 수입한 생두를 직접 로스팅해서 프로파일과 함께 보내는 예선을 거친 후 본선에서는 16명이 직접 현장에서 브루잉하고, 선수들이 이를 서로 평가한 끝에 챔피언이 결정된다. 작년 12월, 벌써 3번째 챔피언이 탄생했고 그 챔피언에게는 올해 5월 ‘SCA 월드오브커피’ 방콕에 참가하여 전시를 참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국내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많이 활성화됐다고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니 편하게 찾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같은 원두로 똑같이 추출했다고 해도 여러 환경에 따라 미묘 하게 커피의 맛은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겐 이것이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바로 이게 바로 커피가 가진 다양한 매력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홍원준 바리스타. 커피를 보다 깊이 있게 알아가 보고 싶었던 이들이 있다면 바로 지금이 커피인쇄소에 방문할 순간이 아닐까?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다솔 기자 bbbogiii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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