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UM] 인플레이션 방파제 vs 골든존 독점자, PB 상품 밀어주기 논란

베이커리뉴스 / 2024-07-01 11:17:05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에게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자사상품(PB 상품)을 팔면서 동시에 중개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사의 경우, 자사상품을 우대하면 문제가 된다는 것이 공정위가 제기한 문제 중 하나인데, 이에 해당하는 업체는 비단 쿠팡뿐만이 아니기 때문에 온 유통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PB 상품 밀어주기’, 자연스러운 마케팅 전략일까 아니면 지위 남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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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성장한 PB 상품

PB(Private Brand) 상품이란 독자상표상품, 즉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등 대형소매상이 개발한 자체브랜드 상품을 말한다. PB 상품은 유통업체가 제조사에 위탁해 제품을 생산한 후 유통업체의 브랜드를 달고 판매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중간 유통 과정과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품질은 유지하되 저렴한 가격 책정이 가능하다. 

PB 상품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은 시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알뜰 소비’ 문화가 형성되면서부터다. PB 상품을 구매해 본 소비자들이 좀 더 익숙한 NB(National Brand)에 비해 PB 상품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인식하면서 저가의 가격은 경쟁력이 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08년 당시 국내 PB 시장 규모가 3조 6000억 원 수준에서 5년 후인 2013년, 9조 3000억 원으로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PB 상품의 승승장구는 계속됐다. 대표적인 예로 2013년 론칭한 이마트의 대표 PB인 ‘피코크’는 출시 당시 34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 2021년에는 매출 4천억 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 수준의 고물가가 이어지는 최근,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PB 상품이 좋은 선택지가 되며, PB 시장은 다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닐슨아이큐(NIQ)가 조사한 ‘유통업체 PB 상품 매출’ 분석 결과 지난 1년간(2022년 4분기~2023년 3분기) 국내 PB 상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8%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1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의 대표적인 PB 브랜드 중 한 곳인 이마트 ‘노브랜드’는 출시 첫해인 2015년 매출 234억 원으로 시작해, 2023년에는 1조 3800억 원을 기록했다.

골든존 진입과 판매량의 상관관계

유통업계에서 상품 진열은 곧 돈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골든존(170cm 이하 눈높이 매대)’에 위치한 상품들은 매출이 최대 4배까지 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형마트의 입구나 에스컬레이터, 계산대 근처 눈에 잘 띄는 곳에는 늘 PB 상품이 대거 진열해 있다. 이마트의 노브랜드, 피코크, 홈플러스의 ‘시그니처’, 롯데마트의 ‘요리하다’ 등 대형마트 PB 상품은 고물가 속 일반 브랜드 상품에 비해 연일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CU·GS25·7-ELEVEN 등 편의점들도 매장 입구와 골든존에 PB 상품을 배치했고, CU의 PB 상품인 ‘득템시리즈’의 경우 지난 4월 말 기준 누적판매량 3,000만 개를 돌파했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우깡이나 신라면 같은 스테디셀러는 어디에 배치하든 소비자가 찾기 때문에 골든존과 멀리 떨어진 매대 하단에 배치하고 PB 상품을 전면에 내세운다”며 “소비자들은 더 이상 쇼핑에 시간을 들이며 일일이 비교하기 보다, 내가 원하는 상품을 유통업체가 콕 집어 추천해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검색창 상단 밀어주기 의혹

이 같은 논리는 온라인에서도 유효하다는 판단에서였을까. 지난 2022년 참여연대가 “쿠팡이 직원들을 동원해 PB 상품에 구매 후기를 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에 공정위는 쿠팡의 ‘PB 상품 밀어주기 의혹’ 조사에 착수했다. 쿠팡이 조직적 후기 작성 외에도 알고리즘을 조작해 검색결과에서 자사의 PB 상품이나 직매입 상품을 상단에 배치해 구매를 유도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소비자가 ‘생수’를 검색하면 쿠팡 PB 상품인 ‘탐사’가 가장 먼저 보이는 식이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쿠팡 랭킹 알고리즘에 대해 “판매 실적과 고객 선호도, 상품 경쟁력, 검색 정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고 이야기했다. ‘배민 B마트’, ‘마켓컬리’ 같은 이커머스 업계 또한 온라인 검색 시 대기업 브랜드보다 저렴한 PB 상품들이 먼저 소비자에게 노출되고 있는데, 해당 업체들 역시 “고유의 차별화 전략에 따른 통상적인 ‘상품 배열’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덧붙여 쿠팡은 “우리나라 모든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더욱 가성비 좋은 PB 상품을 만들기 위해 치열히 경쟁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업체는 PB 상품을 고객들 눈에 잘 보이는 골든존에 우선 진열하고 온라인 업체도 PB 상품을 우선적으로 추천하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유통업체들이 꾀하는 생존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잠깐! PB시대 긍정적인 파급효과 정리

PB 인기 상승, 기업 상생
PB 상품의 인기에 따라 유통업계는 영업 이익이 크게 늘어난 파생효과를 가져왔다. PB 상품 제조는 대부분 위탁하는 방식으로 중소 제조업체들이 대형 거래처를 얻고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 최근 ‘리얼프라이스(GS리테일과 우수 중소기업 간 협업에 기반해 2017년 론칭한 PB)’는 도입 5개월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또한 쿠팡은 PB 중소 제조사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 및 지원을 하는데, 지난 5년간 1조 2,00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쿠팡 PB 중소 제조사 중 하나인 애드웰스 대표는 “쿠팡과 지속적인 연구와 품질개선 과정을 통해 매출이 40억 원(2022년 기준)에서 60억 원(2023년 기준)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통하는 ‘가격경쟁력’
국내 PB 상품은 우수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있어 해외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노브랜드는 2019년 11월 필리핀에 1호점을 열었고 올해로 17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노브랜드 PB 상품과 필리핀 로컬 상품의 비중은 약 7대 3이며 그 중에서도 국내 중소·중견 기업 상품들이 60~70%를 차지하고 있다. 노브랜드의 협력사인 로빈슨스 리테일은 “노브랜드가 기존 한국산 상품 대비 20~70% 정도 가격경쟁력이 있다”며 “동남아에서 노브랜드 상품은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품질로 긍정적인 인지도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CU·GS25·7-ELEVEN) 브랜드 역시 PB 상품을 20~30여 개국에 수출 중이다. 이처럼 여러 기업의 PB 제품들이 국내 기업 우수성을 현지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공정위의 PB 상품 제재 논란

결국 지난 6월 13일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을 동원해 자체브랜드 상품을 쇼핑몰 검색 상단에 배치한 행위가 기만적인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한다”며 유통업계 기준으로는 최고액인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쿠팡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쿠팡은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히며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 또한 긴장한 분위기다. 쿠팡과 비슷한 방식으로 PB 상품 마케팅을 강화해왔기 때문에 이들 역시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홍 한국유통법학회장(고려대 법대 교수)은 “월마트 등 해외에서도 상품 노출의 우선순위를 자체적으로 결정하지만 규제는 없었다”며 “대한민국의 유통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더욱 숙고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와 같은 우려의 목소리에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하도록 소비자를 속이는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가 시정 명령을 통해 PB 상품 상단 노출을 제재할 경우,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와 유통업계 전반에 대한 조사가 착수되거나 별도의 상품 노출 기준 등을 정할 가능성이 있어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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