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UM] 지구온난화가 촉발한 인플레이션, 기후플레이션

베이커리뉴스 / 2024-08-01 11:32:53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에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는 기후 변화에 민감한 각종 농작물의 생산량 감소와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또 가격 인상은 농산물뿐만 아니라 관련 식재료가 사용되는 가공식품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이와 관련해 최근 ‘기후(Climate)’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 합쳐진 용어 ‘기후플레이션’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촉발한 인플레이션, ‘기후플레이션’. 기후 변화에 따른 농산물 생산 감소,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농산물 및 가공식품 가격 인상에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기후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예로, 온도 상승에 취약한 올리브 작황 부진을 들 수 있다. 전 세계 올리브 오일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스페인이 지난 2년간 가뭄에 시달렸고,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주요 올리브 생산국에서도 이상 기후로 올리브 수확량에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지난여름은 유럽에서 두 번째로 더운 날씨로 기록됐는데, 이로 인해 연초에 올리브 열매가 맺히지 못하고 여름에는 익기도 전에 줄기에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국제 올리브 오일의 가격이 1년 새 40% 넘게 올라, 올해 1분기 t당 1만 88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은 비단 올리브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코아, 커피, 설탕 등 농작물의 전 범위에 걸쳐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기후 변화를 방치할 경우 기후플레이션이 극심해지며 전 세계 경제를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식량 위기로까지 번지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몸살을 앓는 지구

지난 1월, 스페인산 올리브 오일이 킬로그램당 9.2유로(약 1만 3500원)이라는 전례 없는 높은 가격을 기록한 이후 코코아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초콜릿 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선물 가격이 지난 6월 들어 t당 1만 달러(약 1376만 원)에 육박했다. 코코아 세계 생산량의 60%가 서아프리카의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생산되는데, 올해 2월 해당 지역에 최고기온이 40℃를 넘기는 등 극심한 폭염이 강타하면서 수확에 큰 영향을 미친 탓이다. 최소 6년간은 코코아 가격 회복이 쉽지 않아 ‘초콜릿 먹기 힘든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이외에도 올해 브라질은 홍수로 콩〮쌀〮옥수수가 330만t 이상 손실되는 피해를 보고, 땅콩 주산지인 아르헨티나가 극심한 가뭄으로 생산량이 35% 급감해 세계 땅콩 공급에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소비자 물가 << 신선식품 물가

이 같은 현상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18일, 한국은행 물가연구팀 조병수 차장과 민초희 조사역이 발표한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월중 평균 기온이 해당 월의 장기 평균(1973~2023년) 기온보다 1℃ 높은 상태가 1년간 이어질 경우 농산물 가격이 2% 오르고 전체 소비자물가 수준은 0.7%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이상고온과 폭우 등 기후변화는 농업 현장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대표적 마늘 생산지인 제주 대정읍에는 벌마늘 피해가 잇따랐다. 벌마늘이란 마늘이 마늘대 잎 안쪽에 새잎이 나는 2차 생장을 하면서 쪽이 많아진 마늘을 말한다. 통상 상품성 있는 마늘은 6~8쪽인데 반해 2차 생장한 마늘은 자잘하게 10쪽 넘게 나 있다. 상품 판매가 어렵기 때문에 깐마늘용이 아니라 대부분 다진 마늘로 쓰거나 일부 폐기한다. 크고 통통하게 자라야 할 마늘이 2~3월 이례적인 고온과 잦은 비로 초과 생장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과일도 예외는 없다. 지구온난화로 과일나무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데 기온이 급락하는 일까지 덮치면서 일찍 돋아난 꽃눈이 어는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열매가 맺히지 않아 사과‧배 등 과일 수확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올 상반기 촉발된 ‘금사과’ 여파가 일단락되는 등 치솟던 과일값이 진정세를 되찾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높은 과일가격에 소비자들은 수입 과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후플레이션에 대처하는 식품업계

기후플레이션이 식품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기업측에선 저마다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먼저 ‘네슬레’, ‘허쉬’ 등 글로벌 식품 업체들은 판매 제품의 초콜릿 함량을 줄였다. 네슬레는 지난 1월, 영국에서 초콜릿 함량이 기존 제품보다 1/3 수준인 신제품을 출시했고 허쉬는 ‘초콜릿 프로스티드 도넛 킷캣’ 제품 라인에 초콜릿을 절반만 코팅한 제품을 추가했다. 하지만 제품의 가격은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원재료 사용량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슈링크플레이션’, 즉 눈속임으로 소비자들을 우롱한다는 비판의 의견이 일고 있다. 이 외에도 ‘마스’는 ‘m&m’ 초콜릿에 초콜릿 대신 캐러멜이나 피넛버터 등 대체 재료를 주력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롯데웰푸드는 ‘가나 초콜릿’과 ‘빼빼로’, ‘ABC 초콜릿’ 등의 가격을 올렸고 17종의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렇듯 초콜릿 사용의 최소화나 가격 인상으로 기후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기후 변화에 문제의식을 갖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퓨라토스’의 ‘60 데이즈’ 라인이 대표적인 예다. 해당 제품은 ‘카카오 트레이스’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카카오 트레이스에 참여하는 농장은 우선 늙은 나무를 베어내는 대신 다른 카카오 나무의 가지를 이식하는
방식을 택해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산림 파괴를 방지한다. 또한 한 곳에서 카카오 열매 수확부터 로스팅까지 진행돼 따로 이동 수단이 필요하지 않아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 이상 고온과 한파, 집중 호우 등 이상 기후 현상은 현재진행형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 변화, 그리고 그가 촉발한 기후플레이션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 현상에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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