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들이 달리는 퇴계로의 어느 도로 옆, 태국어로 쓰여진 이질감 있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입구에서부터 태국 분위 기가 물씬 풍기는 것을 보니 로띠에서 현지의 맛을 떠올릴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차오른다. 태국식 팬케이크인 로띠 전문점 ‘져니로띠(Journey Roti)’는 강대영 대표가 태국 여행 중 반하게 된 로띠를 마음껏 먹고 싶어 시작한 곳이다. “제 인생 목표였던 세계 여행을 하던 중 태국을 들렀는데 로띠의 맛에 말 그대로 푹 빠졌어요. 로띠를 더 깊이 알고 싶어 태국 전 지역을 다니며 로띠를 먹었고, 결국 한국에서 로띠를 만들게 됐습니다. 제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를 꼽자면 여행, 여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로띠를 만들게 된 것 또한 끝나지 않은 제 여정이라는 생각에 져니로띠 라는 상호를 짓게 됐습니다.” 오픈 초반, “로띠를 먹으러 오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며 장난삼아 이야기했지만, 태국 여행을 다녀온 이들, 태국에서 살다 온 이들, 고향을 그리워 하는 태국인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모여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태국 분위기의 완성
커다란 창문을 통해 길거리를 거닐던 이들까지 모두 로띠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꾸려진 져니로띠. 보통 매장이 어떤 나라의 콘셉트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 나라의 국기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하는 것에 반해 져니로띠에서는 태국 국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태국 로컬 분위기를 내고 싶어 고민했는데 오히려 국기가 없는 것이 더 현지 분위기를 내는것 같았어요. 김치찌개 가게에 태극기가 없는 것처럼요.” 또 태국 배달 어플인 ‘그랩(Grab)’ 바이크를 매장 앞에 두고, 태국 액자를 걸어 놓는 등 너무 과하지 않게 꾸민 것이 오히려 더 태국에서 볼 법한 매장 같다. 벽 한편에는 강 대표가 직접 여행할 때 메고 다녔던 배낭과 태국에서 먹었던 로띠 사진이 걸려있는데 구경하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화려하진 않지만, 포인트가 살아 있는 내추럴한 분위기가 공간과 잘 어우러진다.


여행 중에 만난 로띠
“로띠를 가장 좋아해서 만들게 됐다”고 말하는 강대영 대표는 지금도 여전히 매일 로띠를 먹는다. 2019년도 오토바이와 배낭 하나를 가지고 시작했던 세계 여행에서 우연히 맛본 로띠는 그를 인생의 전환점으로 안내했다. “당시 연극을 전공하고 있을 때라 로띠로 사업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한국에서도 직접 만들어 먹고 싶어서 레시피를 물어볼지 말지 고민만 하다 돌아왔습니다.” 몇 년 후 여전했던 로띠 사랑에 국내 로띠 전문점을 찾아다녔지만 거의 없었고, 이에 직접 만들기로 다짐했다고. 그리고 이를 위해 직접 태국에서 로띠 레시피를 전수받았다. “레시피나 구성에 대해 전문가분께 전수받고 약 3개월 정도 태국 70여 개의 로띠 매장을 다녔어요. 세상은 넓고 로띠는 많았죠. 전국 각지 장인들의 스킬을 하나씩 참고해 가며 저만의 레시피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습니다.”

바삭, 쫀득한 로띠
그렇게 2024년 6월 말, 세상에 등장한 져니로띠. 강대영 대표가 말하는 로띠의 핵심은 바로 숙성이다. 겉이 바삭한 로띠를 만들기 위해선 반죽을 최대한 얇고 넓게 피는 것이 중요한데, 숙성도에 따라 반죽이 너무 질어지거나 단단해지기도 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적당한 숙성도를 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태국에서 레시피를 전수 받고 왔다 하더라도 태국과 한국의 온도, 습도가 다르고 사용하는 밀가루와 버터 같은 식재료가 다르기 때문에 레시피를 새로 잡아야만 했죠.” 그렇게 장장 2년에 가까운 테스트 기간을 거쳐 완성하게 된 로띠는 의도했던 대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을 자랑한다. ‘겉바속촉’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최적화된 식감으로, 이를 바탕으로 로띠의 다양한 라인업을 구성했다.



새로운 메뉴
져니로띠에서는 기본 라인업 외에도 종종 ‘별의별 로띠 시리즈’를 만날 수있다. 최근에는 키위가 들어간 ‘ㅋㅋㅋ 로띠’가 인기를 끌었다. 앞으로 민트 초코 로띠나 고수 로띠를 비롯해 햄, 달걀 프라이, 케찹이 더해진 ‘로띠 브렉퍼스트’ 메뉴도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태국어 스터디 모임 또한 진행해 보고 싶고 여행, 태국, 로띠라는 매개체로 사람들이 편하게 놀러 올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태국의 외진 동네를 다니며 아이들에게 로띠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태국 현지에서 제 로띠를 선보이며 로띠와 제 인생을 더욱 단단히 하고 싶습니다.” ‘인생은 여행’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강대영 대표와 져니로띠가 마주할 새로운 여정 또한 기대된다.


로띠의 기본인 바나나와 달걀만 들어간 메뉴다. 그래서인지 로띠의 진한 버터와 마가린 향이 더욱 잘 느껴지는 듯하다. 위에 뿌려진 연유와 초코 시럽이 포인트를 더한다.

실패 없는 조합, 바나나와 누텔라가 만났다. 바나나에 달콤한 초콜릿 잼인 누텔라가 더해져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래서 더 참을 수 없는 맛이다.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옥수수 알과 길게 늘어나는 치즈의 궁합이 좋은 로띠다. 강대영 대표의 최애 메뉴로 로띠의 고소한 달걀과 옥수수, 모차렐라 치즈 3박자가 완벽하게 이뤄진다.

로띠 위에 연유와 초콜릿 시럽만 뿌려 마무리한 메뉴로 태국인들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다.

져니로띠
주소 서울시 중구 퇴계로 273 1층
인스타그램 @journey_roti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다솔 기자 bbbogiii2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