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6월, 망원시장 앞에 자리하게 된 ‘포트레이트 커피바’. 감성적인 포스터, 패브릭과 적재적소에 놓인 식물들로 채워진 내부를 보고 있으면 따뜻한 커피 한잔과 편안한 소파에서 쉬어 가고 싶은 마음이 차오른다. “제 취향이 가득 담겨 있는 공간이에요. 인테리어에 큰 투자를 하기보단 소소하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소품들로 꾸몄어요. 계절감에 맞게 포스터나 소품들은 교체하는데 공간 곳곳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소품을 배치한 것이 포인트예요. 많은 분이 매장 내 한 공간이 아닌 여러 공간에서 다양한 각도로 사진 찍으며 즐겁게 쉬다 가시는 것 같아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로스팅이라는 무기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커피를 접하게 된 임채욱 대표. 무역을 전공했지만, 커피가 주는 매력에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커피를 연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3년 정도 본격적으로 로스팅을 비롯한 커피를 공부한 끝에 본인만의 매장을 오픈했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카페에서 일하는 게 편하고 재미있더라고요. 모아둔 돈은 없었지만, 이왕 시작할 것 빠르게 자리 잡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 했어요. 초반에 좀 무리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좋은 선택이었던 것같아요. 또 카페를 오픈하면서 저는 저만의 무기가 있어야 요즘 수많은 카페들 사이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게 바로 제가 직접 로스팅 하는 것이었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로스팅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카페들에게도 원두 납품을 하고 있는데요, 점차 양을 늘릴 계획이에요.” 임 대표의 감각이 통했던 것일까. 오픈과 동시에 꾸준히 매출이 상승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꾸준히 매출이 상승하다가 작년 1월 기점으로 매출이 2배 이상 올랐어요.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지만(웃음). 그 다음부턴 약간 주춤하는 기색이 보여서 또 열심히 공부하며 베리에이션 음료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Sketch your portrait
포트레이트 커피바라는 상호명은 임채욱 대표의 아이디어다. 일반적으로 아티스트의 개성, 가치관들이 담겨 있는 앨범에 ‘포트레이트’라는 이름이 붙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리고 이 공간에 대표 본인의 취향과 감각을 가득 담아냈다. “제 생각이나 취향을 이 공간에 담고 싶었어요. 이 공간이 제 초상화인 셈이죠. 또 오픈하기 1달 전쯤 지인분이 상호명을 들으시더니 ‘Sketch your portrait’라는 현재 저희 슬로건을 추천해 주셨어요. 저뿐만 아니라 오시는 손님들도 각각 본인의 취향을 담은 그림을 이곳에서 그려 나갔으면 좋겠다는 뜻이 담겨 있죠.”
시그니처의 탄생
지금의 카페가 자리 잡기까지 시그니처 음료들이 톡톡한 역할을 했는 데, 임채욱 대표의 메뉴 개발과정은 다른 여느 카페와는 조금 다르다. “저는 일단 잔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대략 어떤 음료를 선보이고 싶은지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어울리는 예쁜 잔을 먼저 정합니다. 그후 마지막 단계로 음료의 세부적인 요소들을 테스트해서 완성해요. 음료의 맛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손님들에게 제공되었을 때 시각적인 요소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시그니처 메뉴는 맛있으면서도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가 아닌, 포트레이트 커피바에서만 즐길 수 있는 메뉴 구성이 일순위이다. 호불호 없이 대중적인 구성을 따라가기보단 많은 테스트 끝에 최대한 본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선보인다. “허브류와 코코넛을 사용하고 있는데 둘 다 호불호는 강한 편이지만 음식에 있어서 호불호는 언제나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대표인 제 입맛에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메뉴들 위주로 선보이려고 합니다. 그 중 ‘딜버터 썸머라떼’가 저에게는 아주 만족스러운 메뉴인데요. 딜버터를 녹여서 젤라또를 만들어 활용하는, 저희 매장에서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시즌 메뉴예 요. 이외에도 시그니처 메뉴는 항상 많은 노력 끝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더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맛있는 커피
커피는 언제 먹어도 맛있는 데일리 커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임채욱 대표.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바리스타들 사이에서 컵노트가 뚜렷한 무산소 발효 커피가 많은 인기를 끌었어요. 아무래도 한 입 마시자 마자 컵노트가 직관적으로 느껴지다 보니 재미도 있고 손님들도 많이 찾으셨던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커피를 더 선호했던 것 같은데 지나고 보니 결국 자연스러운 커피 맛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더라고요.” 결과적으로 특별한 날 즐기고 싶은 직관적인 맛의 커피와 늘 마셔도 부담 없는 자연스러운 데일리 커피를 모두 선보이고 싶다고. 현재 포트레이트 커피바에서 맛볼 수 있는 브루잉은 총 8가지다. 더 많은 이들이 본인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고를 수 있도록 한 임 대표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시즌별로 라인업은 계속해서 변동되며 그때마다 최상의 원두를 소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한 Ethiopia tamiru honey 원두로 내린 필터 커피. 라임, 사과, 복숭아, 캔디의 뉘앙스를 느낄 수 있다.
쫀쫀한 질감의 코코넛 크림을 이용한 비엔나 커피. 코코넛 크림과 고소한 우유의 조합이 잘 어우러진다. 처음엔 에스프레소와 크림을 스푼으로 떠서 맛본 후 섞어 먹는 걸 추천한다.
매장의 시그니처 원두인 포트레 이트 블렌딩 원두 패키지. 상큼한 오렌지, 달콤한 초콜릿, 고소한 아몬드 맛이 균형 잡힌 맛을 낸다. 에스프레소용 원두로 사용 되며 데일리 커피로 손색없다.
컵을 중요시하는 대표의 취향이 반영된 컵들. 아이스잔과 머그잔 모두 포트레이트 커피바 로고가 새겨져 있다. 매장에서 구매도 가능하다.
필터 커피는 어떤 방법으로 추출하시나요?
커피 추출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푸어 오버(pour over)’ 방식으로 추출합니다. 가는 물줄기로 천천히 추출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굵은 물줄기로 빠르게 추출하면 커피에서 원두의 산미가 느껴지거든요. 그 향과 맛이 좋아 선호하고 있어요. 저희 원두와 잘 맞는 추출법이기도 하고요. 주전자도 푸어 오버 방식에 특화되어 수구가 굵은 보나비타 주전자를 사용하고, 드리퍼는 물줄기가 빠르게 내려가는 하리오 드리퍼를 사용합니다. 물 온도는 원두에 따라 다른데 대체로 89℃, 92℃에 맞춰서 추출해요. 일정한 온도를 유지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커피’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에게 커피는 ‘소통’인 것 같아요. 커피를 하면서 정말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더라고요. 이전에는 커피를 매개체로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과 주로 만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굳이 커피를 즐기지 않아도 저희 매장에 오시는 분들 덕에 더욱 다양한 분들과 색다른 주제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죠. 푸어 오버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 이유 중 하나도 이 방식이 일정 하게 추출하면서도 손님들과 소통하기 좋더라고요(웃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커피와 함께 많은 이들과 소통하며 지낼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그려갈 ‘포트레이트 커피바’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가장 먼저 매장을 많이 채우고 싶어요. 테이블을 채운다는 의미는 아니고 소소한 볼거리가 더 많아져서 오시는 분들이 새로운 재미 요소를 찾으셨으면 한달까요. 또 커피는 지금처럼 꾸준히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이고 디저트 쪽에 더 신경을 많이 쏟고 싶습니다. 제가 디저트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보니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겠지만 저희 매장의 시그니처 메뉴를 조금 더 강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마지막으론 제 초반 계획보다는 조금 밀렸지만, 올해 안에 2호점을 오픈하려고 준비 중 입니다. 1호점과는 또다른 매력이지만 마찬가지로 많은 분이 편히 즐기다 갈 수 있는 공간을 꾸밀 계획이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 주시면 좋겠어요.
포트레이트 커피바
주소 서울 마포구 포은로8길 32 1층
인스타그램 @portrait_coffeebar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다솔 기자 bbbogiii24@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