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o am I
안녕! 나를 배합표에서 본 적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을 거야. 나는 베이킹에서 필수적으로 들어가야하는 재료는 아니거든. 하지만 그런 나를 따로 넣는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바로 제품의 품질을 개선해주기 때문이야. 내가 들어가면 마이야르 반응에 의해 껍질 색이 좋아지고 노화를 지연해 식미 기간을 연장해. 또한 풍미를 증가시켜 맛을 더 풍부하게 해주지. 이제 본격적으로 나에 대해 자세히 알려줄게!
나는 단백질, 당, 광물질 등이 함유된 수용액 속에 작은 지방들이 들어있는 수중유적형(O/W. Oil in Water)의 유상액이야. 내 속에 들어있는 고체 성분으로 인해 비중이 1.025~1.035로 물보다 무거워. 참고로 지방 함량이 높을수록 비중이 낮아져.
성분
<단백질>
내가 가진 주요 단백질은 카제인과 유청단백질인 락토알부민이야. 80% 비중을 차지하는 카제인은 칼슘 및 마그네슘과 결합하여 안정된 상태로 존재해. 열에는 응고되지 않고 산이나 레닌(Rennin) 효소에 의해 응고되어 커드를 만들지. 반대로 유청단백질은 열에 의해 응고되어 피막을 형성하나 산에 의해선 응고되지 않아. 이 단백질들이 반죽의 수분흡수율을 증가시키고 밀가루의 글루텐과 상호작용을 가져. 또한 곡물에 부족하기 쉬운 리신과 더불어 필수아미노산이 고루 함유되어 있지.
<지방>
풍미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지방은 97~98% 정도 중성지방으로 이뤄져 있어. 지방구의 표면을 싸고 있는 막을 지방구막이라고 하는데, 지방구가 안정성을 갖는 이유야. 물론 가열, 마찰, 동결 등에 의해 지방구막이 파괴되면 내부의 지방이 유리되어 나오게 되지. 이 외에 디글리세라이드, 모노글리세라이드 및 인지질 같이 유화력을 갖는 지질도 있지. 이러한 성분들이 빵이나 케이크의 조직을 부드럽게 만들어줘.
<탄수화물(당질)>
4~5% 함유하고 있는 유당은 당질의 대부분을 차지해. 유당은 환원당으로 포도당과 갈락토스로 구성된 이당류야. 이스트에 유당을 분해할 수 있는 락타아제가 존재하지 않아 이스트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지. 대신 유산균에 의해 쉽게 유산이나 초산으로 분해되어 신맛과 알데히드, 케톤 같은 방향성 물질을 생성해. 상대적 감미도는 16으로 비교적 낮지만 빵의 껍질색을 좋게 하고 풍미와 향,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야.
<무기질과 비타민>
나는 0.7%의 무기질을 가지는데 그 중 1/4이 칼슘과 인이야. 그 밖에도 마그네슘, 칼륨, 나트륨, 구리, 철, 황 등이 있어. 일부 염 등은 물에 용해되어 존재하고 강한 완충작용을 나타내. 따라서 반죽에 우유를 첨가하면 pH 변화가 천천히 일어나게 돼. 비타민은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A와 비타민 D가 소량 들어가 있어. 안타깝게도 비타민 C는 살균과정에서 파괴되지.
공정
<우유의 제조공정>
원유 → 유질 검사 → 여과 및 청정화 → 표준화 → 균질화 → 살균 및 멸균 → 냉각 → 우유
<균질화(Homogenization)>
내가 젖소에서 갓 나오면 위에 크림이 뜨는 분리현상이 발생하는데 이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균질화 과정이 필요하지. 유지방을 작은 방울로 분해하면 유단백질과 유화제가 주위에 보호막을 형성하여 서로 재결합하는 걸 막아줘. 지방의 소화성도 개선되며 더 이상 유지방이 분리되지 않고 크림층도 형성되지 않아. 한 마디로 정리하면 균질화를 거친 나는 지방 방울이 안정화된 유화액인 셈이야.
<살균(Pasteurization)>
기본적으로 우리 유제품은 모두 살균 과정을 거쳐서 탄생해. 원유 속 불필요한 미생물과 효소를 제거해야 위생적이고 저장성이 높아지거든. 특히 나는 살균 방법을 기준으로 분류될 만큼 여러가지 살균법이 있어. 먼저 가장 오래된 살균법인 저온살균법(LTLT. Low Temperature Long Time)은 63~65℃에서 30분간 살균을 거쳐.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여 품질에 손상을 거의 주지 않아 영양적으로 우수한 방법이야. 고온순간살균법(HTST. High Temperature Short Time)은 보통 시유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최소 72℃에서 최대 15초간 가열하지. 약간의 영양소 파괴가 있지만 유해한 균을 모조리 제거해줘. 마지막으로 130℃에서 1~3초간 살균시키는 초고온살균법(UHTH. Ultra High Temperature Heating Method)은 주로 멸균 우유를 만들 때 사용해. 높은 온도에서 살균하다 보니 영양소가 파괴되고 유해한 균이든 무해한 균이든 모두 사멸해버려. 그래서 멸균 우유의 유통기한이 긴 거야. 그리고 난 열에 민감한 편이라 살균 방법에 따라 맛이 미묘하게 달라지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직접 마셔보고 차이를 느껴봐.
베이킹에서의 역할
다들 한 번쯤은 발효에서 실수한 경험이 있을 거야. 그럴 땐 나를 조금이나마 이용해 보는 건 어때? 내가 가진 완충작용으로 발효가 적든 과하든 반죽을 안정시켜 줄 수 있어. 나만의 독특한 향을 제품에 부여하는 것은 덤이지. 내가 가진 단백질과 당은 빵의 색을 더 먹음직스럽게 만들어줘. 마이야르 반응과 캐러멜 반응이라고 들어봤을 거야. 아미노산을 많이 포함한 나를 사용할수록 더욱 진한색을 얻을 수 있어. 케이크 기공의 크기와 거품 안정성, 반죽의 유화에도 영향을 주지. 수분 보유력이 좋아 굽는 동안 수분의 감소를 억제해 제품의 노화를 지연시켜줘. 다른 재료들에 비해 눈에 띄진 않지만 그 안에서 나름 여러 기능을 수행해내고 있어!
내 소개서를 읽어줘서 고마워, 이제 나와 조금 더 친해진 기분이 들어? 나에 대한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의 출처를 참고해 줘. 안녕!
본문 출처 : 조남지, 김영호, 안호기, 신숭녕, 황윤경 공저, 『제과제빵 재료학』, 비앤씨월드, 2017
월간 베이커리 뉴스 /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