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적인 맛의 디저트” - Chef 이유진

박다솔 기자 / 2024-09-24 17:25:34
젊은 감각을 가진 셰프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는 ‘영N스윗’. 본인만의 색이 담긴 조화로운 맛의 디저트를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페이킨(Fakeen)’의 이유진 셰프입니다.


셰프님의 베이킹 인생이 궁금해요.

어렸을 때부터 디저트를 좋아했는데 먹다 보니 ‘내가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가 중학생 때였는데 부모님께 말씀드려서 오븐을 구매했고 그 오븐으로 인생 첫 디저트인 브라우니를 만들었죠. 만든 브라우니를 당시 반 친구들과 부모님께 선물했는데 다들 너무 맛있게 먹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행복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디저트에 흥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도 조리 동아리를 들었고 대학생 때 조리과로 진학해서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막학기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인 ‘스와니예’에서 스타주로 근무하며 디저트에 대한 실전 경험도 쌓았죠. 이후 갸또를 배워보고 싶어 호텔에서도 근무했고, 개인 업장에서도 경험을 쌓다가 프랑스로 여행을 갔어요. 도착하니 생각보다 프랑스의 분위기와 문화, 날씨 모든 것이 너무 좋은 거예요.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이 나 바로 프랑스 워킹 홀리데이를 신청해서 가게 되었고 1년간 디저트 숍에서 근무하고 이후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에서 조교를 하게 되었어요. (어떻게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닌 조교를 할 생각을 하셨어요?) 학비가 비싼 곳이다 보니 좋은 식재료들만 사용할 것 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교수님들 옆에서 보조하며 많은 팁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운 좋게도 자리가 났고 바로 신청해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죠. 저에겐 기초를 다시 리마인드 하는 시간이었고 상급자 코스에서는 저도 많이 공부할 수 있었던 기회였어요.

‘페이킨’ 오픈기가 궁금해요.

한국에 돌아와서는 ‘현대 쿠킹 라이브러리’의 디저트 파트에서 근무하게 되었어요. 일은 재미있었지만 몇몇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어요. 고민하다가 저만의 첫 업장인 ‘쌍쎄흐(Sincère)’를 오픈하게 되었죠. 그때 깨달은 점이 저는 찾아와 주시는 손님들과 차분히 스몰토크할 때 특히 행복하더라고요. 그 시간대에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디저트를 여유롭게 즐기기 위해 오는 분들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항상 그런 손님들과 소통하고 싶었고 그런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곳이 ‘페이킨(Fakeen)’ 이에요. 쌍쎄흐를 정리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데 이곳을 보자마자 여기서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골목길에 위치해 유동인구가 많지는 않지만 디저트를 좋아하는 분들이 찾아올 만한 위치이고 내부도 디저트를 즐기기에 딱 아늑할 것 같더라고요. 아직 오픈한 지 얼마 지나진 않았지만 원하던 대로 손님들과 소통을 많이 할 수 있는 공간이라 너무 만족하고 있습니다. 


잊지 못할 인생 디저트가 있나요?

이유진 셰프가 촬영한 ‘La Patisserie Cyril Lignac’의 ‘레몬 타르트’.

저는 디저트를 먹었을 때 한쪽에 치우쳐 있는 맛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요. 특히 산미가 강한 디저트를 좋아하지 않고 그 중에서도 레몬 타르트를 먹었을 때 지나친 산미와 이 디저트가 대체 무슨 맛을 내려고 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웠어요. 시간이 지나며 레몬 타르트를 점점 멀리하게 되었죠. 그러다 프랑스 여행할 때 시릴 리냑(Cyril Lignac) 셰프의 디저트 숍에 방문하게 되었고 별 기대 없이 레몬 타르트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더라고요. 레몬의 향긋함도 느껴지고 산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파트를 비롯한 구성 요소들의 밸런스가 너무 조화로웠어요. ‘이런 게 레몬 타르트구나. 내가 지금까지 뭘 먹은 거야?’ 라는 생각이 들며 충격을 받았죠. 레몬 타르트의 클리셰인 머랭도 없었고 가나슈와 초콜릿이 토핑으로 조금 올라가 있는 정도로 구성 요소가 적었어요. 말 그대로 단순하지만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었죠. 저에게 전환점이 된 디저트라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디저트를 제작할 때 어디에 주안점을 두세요?

디저트를 한 입 먹었을 때 느껴지는 밸런스가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화로움이 느껴져야 제대로 된 디저트라고 생각해서 항상 그렇게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손님들에게 맛이 전체적으로 조화롭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제일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요. 그게 다시 원동력이 되어 디저트를 시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디저트가 있나요?

스와니예에서 처음 일을 시작해서 그런지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스와니예가 아무래도 요리와 디저트를 함께 다루는 곳이라 디저트에도 요리에 쓰이는 다양한 식재료를 편견없이 사용했거든요. 예를 들면 허브류나 더덕, 연근, 도라지 같은 뿌리채소류요. 일반적으로 디저트에 흔히 사용하지 않는 식재료들이죠. 앞으로 저도 그런 식재료들을 활용해서 디저트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다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디저트에 뿌리채소들을 사용하는 것에 큰 호응이 없을 것 같아 주저하고 있어요. 비주얼 적으로 신기해하기는 하지만 직접 맛보는 경험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언젠가 꼭 도전해보고 싶은 디저트입니다. 


셰프님의 최애 디저트가 궁금해요.

현재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피스타치오 마들렌’예요. 사실 디저트와 너츠류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조합이잖아요. 그 중에서도 피스타치오가 특히 밸런스가 잘 맞는 견과류라고 생각해요. 고소한 맛뿐 아니라 짭짤한 맛도 살짝 가지고 있는데 피스타치오 마들렌이 그런 맛들이 적당히 잘 녹아 있는 디저트라고 생각합니다. 피스타치오는 반죽에도 쓰이고 그 위에 글레이즈와 피스타치오를 올린 다음 오븐에 살짝 구워요. 이후 속에 피스타치오 가나슈를 가득 채워 넣어 완성합니다. 손님들도 많이 찾아 주셔서 꾸준히 만들고 있어요.



나에게 ‘디저트’란?

저에게 디저트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디저트를 하면서 지치다가도 ‘다음에 뭐 해야지, 이 다음엔 뭐 해야지’ 이런 생각이 계속해서 들어요. 또 그렇게 하나씩 생각하는 걸 하다 보면 저를 한걸음 나아가게 하는 것 같아요. (계속 시도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는 건 굉장히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좋은 일이긴 하죠, 항상 피곤하고(웃음). 저와 비슷한 결의 직업을 가진 분들을 만나면 항상 그런 말을 해요. “우리 이번 생에 편하게 살긴 글렀다.” 라고요. 그래도 막상 만든 디저트가 제 예상대로 나오면 너무 뿌듯하고 피로가 풀려요. 제 자신이 극한의 상황에 몰리는 걸 나름 즐기는 편이라 새로운 도전과 함께 발전하는 스스로를 볼 때 행복해요.  

셰프님의 강점과 보완점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요즘 커피를 배우며 느낀 건데 맛을 느끼는 감각이 남들보다 좋은 것 같아요. 이런저런 수업을 들을 때마다 선생님들이 제가 미각이 좋다는 피드백을 많이 주세요. 커피 내릴 때 1~2℃ 물의 온도에 따라서도 맛이 확 달라지는데 그런 차이를 못 느끼는 분들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좋은 능력을 가지고 계시네요.) 저도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던 것 같고 대학생 때 와인을 배우며 미각과 후각에 더 집중하다 보니 세밀하게 느끼게 된 것 같기도 해요. 계속해서 이 능력을 잘 활용해 봐야죠. 보완점이라 하면 너무 실험적인 디저트를 만들 때가 있어요. 매장을 하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것 같은데 셰프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너무 좋지만 그 제품이 손님들께 선택받지 못하면 저만의 생각에 갇혀 있는 느낌이거든요. 손님들이 찾지 않는 디저트는 결국 사라지고 마는데 손님들에게 저만의 새로운 시도를 설득시키는 것과 대중성 사이의 적정한 선을 찾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앞으로 제가 더 고민하고 보완해 나가야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이 내 인생 마지막 날이라면, 어떤 디저트를 만들고 싶으세요?

저는 바닐라 디저트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바닐라 디저트는 이미 여러 업장에서 많이들 다루고 있는 디저트인데 저에겐 가장 완벽하게 만들고 싶은 디저트여서 아직 매장에서 판매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계속해서 고민되는 디저트랄까요? 그렇지만 인생 마지막 날이라면 만들어 봐야죠(웃음). 바닐라 디저트를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어서 주위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네요.

 

다음 셰프님을 추천해주세요.

‘데일리소유’의 유인경 셰프님을 추천하고 싶어요. 제가 프랑스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기 전, 새로 오픈한 곳이라고 들어 방문했었어요. 작은 매장이었는데 타르트가 인상에 많이 남았고 프랑스에 다녀온 이후에도 찾아보니 자리를 지키고 계시더라고요. 이후 몇 번 더 방문할 때 마다 새로운 자극을 받고 돌아왔던 곳이에요. 쁘띠 갸또를 비롯해 마들렌까지 예쁘고 균형있는 맛으로 만들어 내시는 분이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페이킨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71길 16

인스타그램 @fakeen_official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다솔 기자 bbbogiii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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