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가 넘치는 서울 성수동의 한 골목, 붉은 벽돌 건물 2층의 기다란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에 위치한 ‘웨스턴챕터(Western Chapter)’는 작년 6월, 새롭게 등장한 미국 정통 치즈케이크 전문점이다. 한국에서 이미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바스크 치즈케이크나 부드러운 식감의 가벼운 치즈케이크가 아닌, 꾸덕한 식감의 치즈케이크를 선보인다. 미국에서 대학생 시절을 보냈던 김효철 대표는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미국에서 친구들과 자주 먹던 치즈케이크의 맛을 떠올렸다고. “미국이 가진 감성과 무드를 굉장히 좋아하기도 했고, 한국에는 미국식 치즈케이크 전문점이 딱히 없더라고요. 아직 한국이 치즈케이크에 많이 익숙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고, 때문에 이 시장을 개척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미국 본토에서 맛보던 치즈케이크의 진한 맛을 한국에도 전하고 싶어 매장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치즈케이크 전문점의 시작
웨스턴챕터는 서양/미국(Western)의 음료와 디저트를 한국에 들여와 그 맛을 통해 새로운 챕터(Chapter)를 연다는 의미를 담았다. 1950년대 미국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그 안에서 치즈케이크를 포함한 다양한 디저트를 선보이고 싶었다는 김효철 대표. 화학공학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매장 오픈 준비를 동시에 해온 김 대표는 틈틈이 베이킹까지 독학하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매진했다. “회사를 바로 그만둘 수는 없었어요. 회사에서 번 돈을 모조리 창업에 투자했죠. 모든 게 처음이기에 더 꼼꼼히 오랜 기간 준비하게 됐고, 레시피부터 매장 구석구석까지 제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어서 더욱 애정이 갑니다.” 제대로 만든 치즈케이크를 선보이기 위해 미국 치즈케이크 레시피 원서부터 각종 해외 유튜브까지 모조리 섭렵한 그는 마침내 원하는 맛과 식감의 치즈케이크를 구현하게 된다.
꾸덕한 식감과 진한 치즈의 맛
미국식 치즈케이크는 꾸덕한 식감에 진한 치즈의 풍미가 느껴지는데 이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1년이 넘는 테스트를 거쳤다는 김효철 대표. 그리고 새콤한 맛이 적게 느껴지도록 레시피를 잡은 것이 포인트인데, 크림치즈 특유의 신맛을 줄이고자 시중에 판매되는 크림치즈는 거의 다 먹어봤다고 말할 정도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바로 치즈케이크의 모양이다. 국내 치즈케이크들은 대부분 각이 넓은 부채꼴 모양을 하고 있는 반면, 웨스턴챕터의 치즈케이크는 각이 좁고 길쭉하다. “미국 정통 치즈케이크의 모양을 그대로 본떴어요. 맛뿐만 아니라 식감, 투박한 모양까지 최대한 그대로 살리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매장에 방문했던 미국인들이 “치즈케이크 한 입에 고향 생각이 난다” 같은 후기를 들려줄 때마다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가장 뿌듯하다고 이야기하는 김 대표다.



한국에서 만나는 미국
웨스턴챕터는 인테리어 또한 남다르다. 벽돌 건물 1층으로 나 있는 비밀 통로 같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미국 특유의 빈티지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내부를 만나게 된다. 구석구석 실제 미국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는 김효철 대표의 손길이 더해져 완성됐다. 코카콜라 로고가 새겨진 체스판, 미국 원서, 선반에 가득 채워진 갖가지 미국 식재료들까지 미국 어딘 가에서 실제 운영하는 식료품점 같다. 김 대표가 미국에 있을 당시 방문했던 팬케이크 전문점이나 데일리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를 구현하기 위해 벽의 포인트 컬러나 바닥 시트지까지 하나하나 선별했기에, 이 같은 분위기가 완성됐다. 또 일러스트까지 배워 매장 로고, 패키지 박스까지 직접 제작하며 웨스턴챕터만의 개성을 살렸다. 너무 과하지 않은, 실제 미국에 와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 덕에 이곳에서 맛보는 치즈케이크 한 입은 더욱 매력적이다.

새로운 시도
웨스턴챕터는 오픈 초기 베이글 모양 치즈케이크인 ‘치글’로 인기를 끌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트리 모양의 치즈케이크로 큰 사랑을 받았으나, 현재는 심플한 디자인의 크럼블 치즈케이크를 메인으로 하고 있다. “특이하고 독특한 모양의 치즈케이크를 판매하는 곳으로 굳혀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맛있는 미국식 치즈케이크를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했던 본질이 흐려지는 것 같아 심플하게 디자인을 변경했습니다.” 10~20년 이상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자 과감하게 기본으로 돌아간 웨스턴챕터, 최근에는 제철 과일을 활용한 치즈케이크와 디저트를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여름에는 복숭아를 활용한 빙수와 파르페를 맛볼 수 있으며, 가을에는 무화과로 변경하여 출시한다. 치즈케이크 하나를 선보이더라도 제대로, 기본에 충실하게 만들어 내고자 하는 웨스턴 챕터. 올 가을엔 멀리 떠나지 말고 서울에서 미국 정통의 치즈케이크를 즐겨보자.






웨스턴챕터
주소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2길 12-8 2층
인스타그램 @westernchapter
월간 베이커리 뉴스 / 박다솔 기자 bbbogiii2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