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1일부터 5일까지 한국 제과 제빵 원료 기업 ‘지성비엔씨’와 이탈리아 초콜릿 전문 기업 ‘이캄’이 공동 기획한 ‘2025 이캄×지성비엔씨 초콜릿 연수’가 진행됐다. 이번 연수에서는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코모현에 위치한 이캄의 오르세니고 공장과 본사에 방문했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카카오가 최고급 품질의 초콜릿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직접 살펴봤으며, 핸즈온 트레이닝을 통해 초콜릿의 풍미가 가득한 파티스리를 제작했다. 이번 10월호에서는 이캄이 이탈리아에서 80년 동안 초콜릿의 본질을 탐구하며 담아낸 이탈리아 초콜릿의 정수를, 올곧이 톺아볼 수 있었던 연수 취재기를 전한다.
카카오에서 최고의 고품질 초콜릿으로 탈바꿈하기까지
이캄 연수의 첫 공식 일정은 오르세니고 공장 방문으로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공장 내부 시설을 둘러보기 전, 이캄 초콜릿에서 오르세니고 공장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오르세니고 공장은 20여 개국에서 수입한 카카오 원료를 가공한 후 이를 75개국에 위치한 이캄 공장에 제공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이캄은 이탈리아 내 초콜릿 회사 중 카카오의 품질을 보증하는 수입 인증서를 가장 많이 획득하고 있 다. 안전이 공인된 카카오 원료는 이캄의 공장에서 다시 한 번 철저한 성분 검사를 거친다. 대부분의 초콜릿 공장에서는 수입된 양의 70%를 선정하여 품질 검사를 진행하는 것에 반해, 이캄은 100% 모든 카카오에 검사를 실시한다.
본격적인 공장 견학이 시작되며 공장 소속 톰마소(Tommaso) 연구원의 안내에 따라, 카카오가 초콜릿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지켜 볼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이 과정을 통해 카카오 빈을 세척하고 닙으로 분쇄한 다음 로스팅을 통해 아로마를 극대화하는 과정 이후 코코아 파우더, 카카오 버터, 카카오 페이스트로 가공되는 과정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초 가공을 거친 카카오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초콜릿 제품이 된다. 70여 가지의 초콜릿 레시피를 제작할 수 있도록 설비된 대규모 공간에 들어서자, 많은 참가자가 감탄을 내뱉었다. 공장 견학은 템퍼링 된 초콜릿을 성형한 후 냉각 터널에서 굳힌 다음 라벨에 맞춰 포장하는 패키징 시설에서 마무리됐다. 톰마소 연구원은 1시간 남짓 진행된 공장 견학을 끝마치며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캄은 모든 초콜릿 제작 과정을 이탈리아에서 진행한다. 초콜릿이 투명하고 양심적으로 관리 및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핸즈온 트레이닝으로 생생한 배움의 기회를 얻다
연수의 메인 프로그램인 핸즈온 트레이닝은 공장 견학 후 이틀 동안 진행됐다. ‘이탈리아 초콜릿의 우수성’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트레이닝은 2020년 앰배서더로 임명된 후 교육 센터인 ‘초코큐브 (CHOCOCUBE)’를 통해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쟌 카를로 알로사(Giancarlo Alosa) 셰프가 담당했다. 쟌카를로 셰프 는 “한국의 경우 패키징 했을 때 외관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오래 보관이 가능하며 지속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히며 세미나에서 소개하는 6가지 품목 역시 이 점을 반영하여 개발됐다고 전했다.
일반적인 핸즈온 세미나의 경우 셰프의 시연 후 참석자들의 실습이 이루어지는 모습과 달리, 이번 세미나에서는 연수에 참가한 성심당 소속 셰프들이 레시피를 따라 공정 첫 단계부터 작업에 투입 되었다. 쟌카를로 셰프와 이를 보조한 페데리코 셰프는 참가자들을 밀착 지도하며 공정 중 꼭 숙지해야 할 중요 제과 지식에 대해 질문을 건네고, 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답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한편, 실습 중간중간 세미나실에 설치된 템퍼링 머신을 이용해 몰드에 쉘 만드는 방법을 실습했다. 처음 접하는 템퍼링 머신에 어려움을 겪는 참가자도 있었지만, 쟌카를로 셰프는 “같은 환경, 같은 기계라도 초콜릿을 만드는 사람에 따라 결과물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며 “자주 접하며 익숙해지고,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격려했다.
재료의 특징을 이론적으로 이해하다
세미나 말미에는 템퍼링의 중요성과 초콜릿 내부 재료 구성법을 이론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쟌카를로 셰프는 제작자가 의도하는 질감이나 식감에 따라 프랄린 안에 들어가는 재료를 선택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제형을 원하는 경우, 식물성 오일이나 피스타치오 크림, 누텔라를 사용할 수 있다. 뒤이어 템퍼링 작업 적정 온도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템퍼링은 18~22℃ 사이로 냉장 보관한 초콜릿의 온도를 올려 녹이는 작업으로, 다크 초콜릿의 경우 48℃, 화이트 초콜릿의 경우 45℃까지 온도를 높인다. 이 과정을 통해 초콜릿 안에 함유된 카카오 버터 속 세 개의 지방 층이 잘 녹아 서로 안정적으로 결합되는 것이다. 이 결정화 과정의 완성도는 카카오 버터의 품질에 따라 달라진다. 단적으로 품질이 저하된 카카오 버터를 이용한 초콜릿의 경우 템퍼링 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캄은 카카오 매스를 1회 압착해 만든 최고급 품질의 카카오 버터를 사용해 초콜릿을 만들기 때문에 템퍼링 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며, 작업자는 손쉽게 훌륭한 작업물을 얻을 수 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핸즈온 세미나는 이캄의 죠반니 아고스토니 대표가 참석하여 성심당 소속 셰프들 한 명 한 명에게 수료증을 수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죠반니 대표는 “이번 연수를 위해 한국에서 귀한 걸음해주어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 “오늘은 여러분이 연수를 받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지만, 몇 년 뒤 이곳에 돌아와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하는 날이 올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했다.
월간 베이커리 뉴스 / 조한슬 기자 stert12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