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처럼 맑고 탱글탱글한 푸딩을 숟가락으로 한입 퍼서 먹었을 때 느껴지는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오랫동안 음미할 새도 없이 푸딩이 입안에서 녹아 사라져버린 경험을 다들 한 적이 있을 거야. 푸딩과 비슷한 특징을 가진 디저트들에 공통적으로 들어 가는 재료가 뭐라고 생각해? 바로 나, 젤라틴이야! 반죽을 탱탱하고 탄력 있게 굳혀 주어 부드 러운 식감을 선사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는 젤라틴을 소개해 볼까 해. 내가 돼지가죽에서 추출되어 젤라틴이 되는 과정, 판 젤라틴과 가루 젤라틴 각각의 장단점을 알아보며 각자의 작업 방식에 따라 나를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줄게.
젤라틴
나는 돼지의 피부나 뼈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 들어지는데, 단백질을 추출하는 과정이 꽤나 복잡한 반복 작업으로 이루어져 있어. 첫 단계로 깨끗한 돼지가죽을 잘게 썰어 준비가 끝나면, 몇 시간 또는 며칠 동안 차가운 산에 담가 두지. 이 시간 동안 산이 돼지가죽의 결합 조직을 분해하여 단단하 고 밧줄 같은 단백질 섬유(콜라겐)를 더 작은 젤라틴 가닥으로 변신 시킬 거야. 이후 뜨거운 물에서 용해된 젤라틴을 돼지가죽에서 추출 하지. 이 과정은 최대 6번까지 반복되는데, 각 추출은 점점 더 높은 온도에서 진행돼. 마지막 추출은 거의 끓는물에서 이루어지는데, 이 때 사용 가능한 마지막 젤라틴 조각을 추출하게 되는 거야. 첫 번째 추출에서 나온 나는 최고 품질로 가장 강하고, 가장 투명하며 가장 밝은 색상이자 가장 순한 맛으로 가장 빨리 굳어. 늦게 추출될수록 색이 더 어둡고 약간의 고기 풍미가 있으며 젤의 강도가 약해. 젤라틴 용액은 추출될 때마다 ‘여과하여 정제→농축하여 판(시트) 모양으로 만들기→건조하기→과립 또는 분말 형태로 분쇄하기’ 과 정을 거쳐. 분쇄된 젤라틴은 그대로 판매되거나, 판 젤라틴으로만 이렇게 정성스러운 과정 끝에 만들어진 내가 디저트에 사용되었을 때 탱글탱글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궁금하 지 않니? 나를 녹이면 젤리액이 생기는데, 젤리액을 차갑게 식혀 굳 히는 과정에서 분자에 변화가 생겨. 분자가 그물 구조를 형성하면, 그 그물 안에 수분을 가두면서 젤리액 전체가 유동성을 잃고 굳게 돼. 나, 젤라틴만이 낼 수 있는 독특하면서도 재미난 식감은 이러한 분자의 구조 변화에서 비롯됐지. 나를 이용해 베이킹을 할 때 주의사항이 있어. 나를 사용해 단백질 분해 효소가 많이 들어 있는 과일인 키위나 파인애플, 파파야로 젤 리를 만들려고 했지만 굳지 않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거야. 그 이유 는 과일에 함유된 단백질 분해 효소가 단백질이 주성분인 나의 그물 구조를 파괴해 버렸기 때문이야. 하지만 단백질 분해 효소는 75℃ 정도로 끓이면 힘을 잃어. 그렇기 때문에 단백질 분해 효소가 많이 들어 있는 과일을 나와 함께 활용할 때는 가열처리한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겠어.
판 젤라틴과 가루 젤라틴
판 젤라틴이 먼저 생산되기 시작했고, 이후 젤라틴이 식품 외에도 의약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분 말 형태인 가루 젤라틴이 만들어졌어. 판 젤라틴은 한 장의 무게가 보통 2~10g 정도로 일정하게 정해져 있어 따로 계량을 할 필요 없 이, 판 개수만 세어 넣으면 돼. 또 가루 젤라틴처럼 쏟을 위험이 없 어서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지. 판 젤라틴은 찬물에 넣어 불린 후 부 드러워지면 물기를 짜서 사용하는데, 가루 젤라틴보다 물에 불리는 시간이 비교적 짧아. 하지만 여기서 판 젤라틴의 단점이 드러나지. 젤라틴을 불리는 정도나 물기를 짜내는 정도에 따라 젤라틴에 들어 간 물의 양이 달라져. 이렇게 물의 흡수량이 일정하지 않으면 과자 를 만들었을 때 질감이 고르지 않게 나올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방지 하기 위해 판 젤라틴을 불렸을 때 원하는 중량을 측정해두고, 이후 중량이 부족하면 수분량을 보충하고 중량이 더 나오면 물기를 더 빼 는 식으로 조정해 보자.
판 젤라틴과 달리 가루 젤라틴을 물에 불릴 때는 젤라틴 중량의 4~5배의 물을 미리 계량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물의 흡수량이 일정 해서 과자의 질감 또한 늘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 제품을 대량 생 산할 때는 가루 젤라틴이 훨씬 많이 사용돼. 많은 양의 젤라틴 판을 일일이 세는 것보다 중량을 재는 것이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야. 이 러한 편리성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가루 젤라틴이 판 젤라틴보다 훨 씬 많이 생산되고 있고, 가격도 훨씬 저렴하지. 판 젤라틴과 가루 젤 라틴은 사용 방법이 다를 뿐, 성분의 차이는 없기 때문에 각각의 장 단점을 잘 파악하여 자신의 작업 방식에 맞는 젤라틴을 선택해 사용 하자.
내 소개서를 읽어줘서 고마워, 이제 나와 조금 더 친해진 기분이 들어? 나에 대한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의 출처를 참고해 줘. 앞으로 도 베이킹 재료 친구들 많이 소개해 줄게. 안녕!
본문 출처 : 파울라 피고니, 『하우 베이킹 웍스』, 터닝포인트, 2022 / 나카야마 히로노리 외 1인, 『베이킹은 과학이다』, 터닝 포인트, 2019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월간 베이커리 뉴스 / 조한슬 기자 stert12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