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애프터눈 티 세트, 어리틀케틀

황지온 기자 / 2025-05-02 15:13:57
나른한 햇살이 스며들고 살랑이는 바람이 꽃향기를 실어 나르는 계절. 괜스레 설레는 마음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봄날이 찾아왔다. 이번 봄, 벚꽃이 흐드러진 나무 아래에서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여유로운 티 타임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클래식 선율이 흐르는 오후, 달콤한 디저트와 은은한 차 향이 어우러지는 순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봄 나기가 완성된다.

인왕산과 한옥, 그리고 고즈넉한 궁이 어우러지는 서촌 마을.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우직한 나무 아래 작은 주전자 모양 의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보리 톤의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따뜻하게 감싸는 ‘어리틀케틀(A Little Kettle)’. ‘작은 주전자’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프랑스식 디저트와 홍차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파티스리 & 살롱 드 떼다. 계절마다 향긋한 여유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서촌 속 작은 프랑스
자그마한 문을 열면 매장 곳곳에서 사랑스러운 프랑스 감성이 묻어난다. 유럽 가정집에서나 볼 법한 벽난로는 아늑함을 더하고 그 위에 놓인 빈티지 액자, 앤틱 촛대, 시계, 화병이 마치 프랑스의 작은 살롱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매장 한편, 수납장에 빼곡히 진열된 홍차 틴케이스와 티웨어, 주전자, 찻잔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유럽의 티 타임 속으로 들어온 것만 같다. 매장 앞에 자리한 벚나무는 이 길목에서 가장 크고 눈길을 사로잡는 나무로 봄이 되면 화려하게 만개한다. 창가 자리에서 벚꽃을 감상할 수 있어 해당 시즌에는 손님들로 더욱 북적인다고. 프랑스 감성의 인테리어와 함께 서촌의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어리틀케틀만의 매력이다.

마음을 담은 디저트
남궁은지 셰프는 디저트를 만들 때 단순히 맛있는 것을 넘어 그 순간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최상의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고, 각각의 풍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고민하는 것도 그 이유다. 특히 재료의 맛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는데, 특정 재료를 선택했다면 그 본연의 풍미가 확실히 느껴지도 록 활용하는 것이 그의 원칙. 함께 사용하는 재료들도 서로를 돋보일 수 있게 조율한다. ‘텍스처’ 역시 디저트의 맛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기에 무스, 콩포트, 비스퀴 등 각 요소가 튀지 않고 입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신경 쓴다. 섬세한 노력 끝에 한 입만으로도 정성이 느껴지는 디저트가 탄생한다.

싱그러운 봄날의 오후
프랑스 유학 시절, 파리 호텔에서 애프터눈 티 디저트를 담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홍차와 디저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는 남궁 셰프. 계절별로 다양한 쁘띠 갸또를 선보이며 애프터눈 티 세트에도 사계절의 감성을 담아 구성하고 있다. 계절감을 살리기 위해 제철 과일과 계절의 색감, 분위기를 함께 표현한다고. 지난 1~3월에는 딸기를 주재료로 라즈베리, 레드커런트, 장미 등을 활용해 ‘딸기 애프터눈 티 세트’를 구성하고 테이블 세팅도 붉은색과 분홍색으로 사랑스럽게 연출했다. 다가오는 4월에는 봄의 싱그러 움과 화사함을 담아 꽃과 허브, 제철 과일을 활용한 ‘스프링 가든 티세트’를 준비 중이다. 이와 어울리는 라벤더, 살구, 꿀의 향이 어우러진 차도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종종 디저트를 드시고 저와 같은 파티시에가 되고 싶다는 쪽지를 남겨주시는 손님들이 있어요. 그 쪽지들을 냉장고 에 붙여두고 힘들 때마다 꺼내 보며 위로를 받습니다. 매 계절, 매 해마다 꾸준히 찾아와 주시는 분들 덕분에 큰 원동력을 얻어요.” 손님들이 이곳에서 머무는 순간이 일상 속 작은 행복이 되기를 바라는 남궁은지 셰프. 언제 찾아와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에서 향긋한 홍차와 달콤한 디저트를 음미하며 봄날의 여유를 즐겨보길.


월간 베이커리 뉴스 / 황지온 기자 hwangjion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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